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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빅토리아 시대, 여성 감옥과 강신술은 다룬 <끌림>이란 소설은 무척이나 낯선 이야기였다. 그만큼 조금씩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어떤 상황인지 제대로 짐작할 수 없는 첫 도입부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강렬했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무척이나 강하게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하지만 이내 그러한 호기심은 반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상황이 급반전되면서 무척이나 음침하고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전혀 다른 공간의 이야기로 변모했다. 무겁게 내려앉은 이야기의 무게감은 초반 솔직히 너무도 버거웠다. 하지만 조금씩 인물들 간의 관계와 상황 등을 파악하게 되면서 다시금 흥미진진해졌다.

 

일단 전체적인 분위기가 무척이나 무겁고 음울하다. 이는 한편으로 ‘빅토리에 시대’라는 배경에 주목하게 된다. 빅토리아 시대는 19세기 후반(1837∼1901년), 빅토리아여왕 시대로 영국 역사에서 산업 혁명의 경제 발전으로 대영제국의 최고 절정의 시기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세계사는 잘 모른다- <끌림>을 읽는 내내, 일본의 ‘에도 시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뭔가 기묘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면서, ‘영매’의 이야기가 하나의 전설처럼 호기심을 자극하는 면이 있었다. 그것은 아무래도 격변의 시대, 세기말의 또 다른 혼란과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산업 혁명이란 거센 흐름, 기존 가치관의 혼란 등, 그 역동적인 변화 속에서 인간이 느끼게 되는 심리적 불안, 내면 깊숙한 공포 등이 기묘한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듯하다. 나 역시 그 음울한 분위기 속에 묘한 매력에 조금씩 빨려들었다.

 

두 주인공 ‘마거릿’과 ‘셀리나’의 이야기가 일기 형식으로 교차하고 있다. 초반부의 강렬했던 이야기의 진실이 궁금했다. 그리고 섬세하게 전개되는 심리 묘사, 특히 마거릿의 감정에 크게 동요되어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를 하듯, 팽팽한 긴장감이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가냘프게, 그러나 강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가 조금씩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되고, 그것에 집착 아닌 몰입하는 과정을 가슴을 졸이며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처럼 순진하게 이야기에 끌렸던 나는 마지막 진실을 통해 머리를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뒤통수가 얼얼한 기분이었다. 사랑과 배신, 그 모든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에도 역시 ‘마거릿’을 쫓아 혼란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마거릿처럼 어떤 시련 앞에서 좌절하고 방황하면서 꿈꾸었던 환상이 무엇이었는지 똑똑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한 여성에게 동화되어 내가 간과하고 있던 현실, 허구 속 이야기에 기대었던 마음들을 마지막 순간에야 비로소 직시하게 하였다. 극심한 공포, 불안은 눈을 감게 하였다. 외부적 상황이 아닌 자신의 마음속에 도사리는 불안, 두려움과 외로움에 굴복하다보면, 헛된 망상에 사로잡히듯, 어떤 헛된 욕망에 매달리게 된다. 또한 때론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주어진 상황들 속에 그저 메이며 우물쭈물하다보면, 자칫 현실 도피의 ‘자유’만을 꿈꾸게 된다. 그렇게 나는 꿈을 꾸었던 것 같다. 일련의 괴로운 마음들을 달래고자. 지금껏 외면하고자 했던 현실, 그 안에서 불안과 두려움에 움츠렸던 마음들, 하지만 이젠 두 눈을 크게 뜨고 마음도 활짝 열고, 일련의 우울들로부터 당당히 걸어 나와야겠다. <끌림>속 음울함을 견디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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