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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의 루브르
박제 지음 / 이숲 / 2011년 10월
평점 :
최근 막연하게나마 유럽 여행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파리에 대한 동경이 유난히 커졌다. 이는 아무래도 최근에 그림 관련 책을 접할 기회를 갖게 된 후, 필연적인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데 ‘루브르’를 제목으로 한 신간, <루브르, 루브르 회화의 모든 것>과 <오후 네 시의 루브르>를 접하게 되니, 그저 지나칠 수가 없었다. 일단은 대리만족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고, <오후 네 시의 루브르>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
그림 속 다양한 명화들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루브르를 대표하는 모나리자를 제외하면 딱히 눈에 익은 작품들이 손에 꼽을 정도다. 실제로 루브르를 찾게 되면 오래 시간 체류하지 않는 한, 설사 그럴 기회가 생기더라도, 3만 5천 점-전시된 작품 수다-에 이르는 수많은 그림을 눈에 담기는 힘들 것이라 짐작된다. 그렇기에 색다른 그림들과 그 속에 담긴 작가의 삶, 생애, 그리고 그림 속 메시지에 더욱더 귀를 쫑긋하게 된다. 그리고 나의 눈을 붙드는 그림들을 몇 점 뽑아본다. 특히 ‘돈놀이꾼과 그의 아내’를 비롯한 거친 세상을 그려낸 작품들이 있다. 그리고 <오후 네 시의 루브르>와 함께 읽었던 <아트 파탈> 속, 신선한 충격이 되었던 ‘앵그르’의 작품들이 뇌리에 깊숙이 박혔다.
낯선 풍경, 역사에 담긴 그림 속 다양한 은유는 그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더욱 넓혀주면서 호기심을 키워 준다. 루브르의 명화들은 한 번에 감상 할 수 없듯이, 책 속 다양한 명화들 역시 한 번에 읽기에 방대한 듯하다. 오래도록 기억하고 되새기고 싶은 마음을 간직한 채, 루브르로 향한 가벼운 발걸음을 떼었다. 이젠 차분히, 오후 네 시의 산책을 즐기던 칸트처럼 나 역시 책 속 루브르로의 산책을 종종 즐기기만 하면 될 듯하다.
참고로, 책의 구성 중에서, 다섯 개의 주제별, 예순일곱 점의 명화들이 소개되고, 바로 뒷장은 화가에 대한 짧은 소개 위에 그 명화 앞에 다양한 모습의 감상자들의 뒷모습을 담은 사진이 실려 있다. 루브르 속 실제의 다양한 풍경을 담아낸 여러 사진들은 부러움의 시기와 선망을 넘어 책을 펼친 우리로 하여금 마치 그림 앞에 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루브르’와의 짧은 입맞춤이 더욱 많은 아쉬움을 남기는 것 같다. 책 속의 그림을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의 엄청난 차이를 분명히 알고 있다. 그렇기에 <오후 네 시의 루브르>를 접하고 나니, 마음속엔 더욱 간절한 열망이 자리하는 것 같다. 기필코 루브르의 명화들을 직접 보리라는 꿈, 뒤늦게 남다른 꿈을 갖게 된 것 같아 기대와 설렘으로 일상의 즐거움이 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