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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
안도 다다오 지음, 이기웅 옮김 / 오픈하우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안도 다다오’란 이름은 비교적 익숙하다. 하지만 짐짓 일부러 알 수 없는 호기심을 외면해왔다. 일단 건축가란 것 이외에는 아는 것이 없는 상태로 드디어 그의 삶을 엿보게 되었다.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했다는 그의 집념에 매력 점수를 후하게 주면서 책을 펼쳤다.

 

안도 다다오의 이야기보다는 책의 독특한 디자인을 언급해야 할 것 같다. 한 눈에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이색적인 디자인이지만 한 순간 크게 실망하였다. 건축가인 만큼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할 텐데 사진과 그림보다는 책의 페이지를 가득 채운 은빛의 여백과 그 속의 또 다른 여백에 화들짝 놀랐다. 건축에 문외한인 내겐 참으로 불친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떤 건축물을 이야기하면서 시각적 자료가 없다는 것은 궁금한 독자 스스로 일일이 찾아보란 소리지 않은가! 또한 몇몇의 페이지는 빛의 반사에 따라 보는 눈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각도에 따라 은빛에 사라진 활자를 찾아 이리저리 비틀거렸다. 그저 안도 다다오란 인물의 예술적 감각과 감성의 반영이련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의미를 찾으려고 했지만 결과는 실패다.

 

그런데 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 이야기 자체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일단 이 책을 한 건축가의 여행 에세이란 시각에서 보면 훨씬 유연해진다. 건축가이니, 건축학적 시각을 배제할 수 없지만 그 외에도 훨씬 다채롭고 풍성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예술의 전 영역을 망라하며 화가, 음악가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60년대 그가 누볐던 세계 여려 곳의 풍경이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그는 건축이 아닌 ‘여행’으로 말문을 열었다. 세계 도시란 도시의 골목골목을 샅샅이 훑으면 살폈을 그가 말하는 도시, 여행, 인생의 상념들이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도전과 패퇴의 과정이 남긴 수많은 맹아들이 미래를 향해 한층 채찍질하여 쉼 없이 다릴 수 있는 희망과 에너지를 선사해줄 것’(170쪽)이라는 메시지가 삶의 작은 빛줄기가 되어주는 듯,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안도 다다오는 자신의 삶의 여정을 ‘여행’이란 주제로 풀어냈다. 하지만 그저 물리적, 공간의 이동에 국한하는 여행 기록만이 아니다. 지난 시간의 흔적에 따라 기억을 되살리고 활자로 이미지화하면서 ‘사색’이란 궁극의 여행을 실현하고 있었다. 바로 오늘의 시간이 아닌 과거, 60~80년대라는 멀고 먼 시간 속으로 훌쩍 떠나버렸다.

 

그가 들려준 시간 속 풍경이 생소하면서도 다채로워 훨씬 풍성한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그 시간과 공간 속에 깃든 그이 상념들은 더욱 흥미진진하다. 비교적 일방적으로 수긍하면서 작가의 이야기에 쫑긋 귀를 세우는 편인데, 이번에는 다소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름 반론을 펴듯, 그의 이야기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였다. 왠지 모르게 자꾸만 말을 걸고 싶었던 것일까? 때론 크게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여러 각도에서 나름 그를 따라 ‘사색’의 여행을 시도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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