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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문학에 취하다 - 문학작품으로 본 옛 그림 감상법
고연희 지음 / 아트북스 / 2011년 1월
평점 :
몇 해 전, 지인의 집 벽에 낮게 붙여진 한시가 왠지 모르게 멋스럽게 느껴지면서, 그 의미가 궁금해 물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 한시가 주는 풍취가 차의 맛을 더욱 깊이 있게 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 뒤 영어만큼 어려운 한문에 대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한시’에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때의 추억 속 정취와 인연들이 <그림, 문학에 취하다>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며, 옛 그림의 정취 속 옛사람들과의 행복한 조우를 기대하며 시간 여행의 꿈으로 부풀었다.
나름의 그림을 보는 방법, 감상은 모두 다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림을 보고 나름의 느낌을 제대로 갖고 표현하지도 못한다. 그저 ‘좋다’는 정도, 그런데 그 그림에 대한 일화나 작가에 대해 알게 되면 그림이 훨씬 친숙해지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그리고 더욱 오래 기억되면서 삶이 풍성해지는 것은 느낀다. 그래서 최근 미술관, 전시회를 찾는 기회도 갖고 나름 그림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의 옛 그림은 낯설다. 역사책에서 보았던 몇몇의 익숙한 그림을 제외하면 완벽하게 문외한에 가깝다. 그리고 제 아무리 ‘여백이 미’라며 칭송하지만 그 여백의 미를 심취할 정도로 마음이 넉넉하지도 못한 것 같다.
그런데 이 한 권이 책이 옛 그림 속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미처 알지 못했던 그림 속에 담긴 정신과 풍취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살가워지는 것 같았다.
‘문학작품으로 본 옛그림 감상법’이란 부제에 걸맞게 옛 그림을 보는 느낌이 문학작품과의 연결고리로 인해 훨씬 다채로워졌다. 작품에 대한 이해가 훨씬 높아지면서 그림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옛그림 감상법을 순간순간에 몸으로 느끼면서 더욱 깊은 맛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내공이 너무도 부족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제대로 음미할 시간적 여유를 제대로 갖지 못하고 그저 급하게 먹기 바빴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면서 조금씩 천천히 음미할 시간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삶의 깊이, 달관의 경지, 숭고함에 마음이 숙연해지고 정화되는 느낌이 가득하였다. 부족함을 많이 느끼지만, 풍류가 넘치는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나들이한 기분이다. 생에 기운이 넘치는 이 봄에 조금은 호젓하고 느긋한 마음이 되어, 넉넉해지는 기분에 취하게 된 듯하다. 그림은 문학에 취했고 나는 그 그림 속에 흠뻑 취하는 시간이었다. 그 취기를 다시금 느끼고 싶을 만큼 긴 여운이 감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