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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있다 - 고형욱의 영화음악 오디세이
고형욱 지음 / 사월의책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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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흥미로운 제목의 책이었다. <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 있다>는 제목이 무외한인 내게조차 호기심을 일으켰다. 과연 어떤 영화 속 음악 이야기를 풀어낼지 사뭇 궁금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고전’영화 쪽에 치운 친 느낌이라 ‘영화 마니아’를 위한 책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 책을 펼치는데 우여곡절이 있었다. 하지만 일단 본 영화들, 선뜻 기억나지 않지만 봤던 영화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다가갔다. 또한 미리 틀어놓은 영화음악, 그리고 단 한 번도 본적 없는 영화지만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반가웠다. 영화음악인 줄도 몰랐기에 본래의 영화 자체가 궁금해졌다. 그렇게 자극을 받으며 이야기에 빠지기 시작하였다.

 

특히, ‘라이온 킹’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 이야기를 통해 비로소 내 안 깊숙이 뿌리박힌 아프리카의 이미지가 바로 ‘라이온 킹’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새삼 ‘아프리카’하면 생생하게 펼쳐지는 광활한 초원 그리고 대자연을 뛰노는 수많은 동물들의 유쾌함과 자연과 하나가 된 어우러짐, 장엄함은 늘 두근거림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그것은 어린 시절 꿈꾸었던 환상의 세계였고 ‘라이온 킹’의 이미지 그 자체였다. 그런데 갑자기, 하지만 서서히 귓가에 맴도는 ‘엘튼 존’의 목소리가 점점 크게 울려 퍼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당황하기까지 하였다. ‘라이온 킹’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가 바로 내밀하게 자리하고 있던 기억과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모든 시공을 초월하여 나는 다른 세계에 빠져들었다. 갑작스럽게 재생된 음악의 선율은 진정 제목 그래도 ‘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영화, 음악을 즐기는 애호가는 아니지만, 뇌리 속에 각인된 음악과 영화의 장면들이 갖고 있는 힘이 원천이 얼마나 위대한지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이번 책 <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있다>는 참으로 불편했다.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영화 그리고 음악 이야기라니, 그럼에도 스치듯 흘러 들어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기억 세포들의 자리를 한 가득 차지하고 있던 영상과 멜로디들, 그들의 존재 사실만으로도 뭔가 풍성하지고 꽉 찬 느낌이었다. 생경하면서도 흥미롭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또한 특별부록으로 ‘불멸의 영화음악’을 통해 활자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이야기에 빠질 수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본 영화라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내게 생생하게 살아있는 영화가 있다면 <라디오 스타>이다. 그리고 비오는 날, 우연히 들려오는 ‘비와 당신’은 가슴을 울린다. 그러고 보니, 영화보다도 더 오래도록 생생하게 내 곁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다시금 내 기억 속 한 자리를 차지하고 못 박힌 영화들과 음악의 세계에 풍덩빠져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더 많이 공감하지 못한 아쉬움이 오히려 커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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