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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역사다 - 한국 영화로 탐험하는 근현대사
강성률 지음 / 살림터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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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상의 이야기가 영화 속에 생생하게, 오롯이 살아있었다. 흥미, 오락 위주로 영화를 봐왔던 내겐 일침을 가하며, 그 속의 숨은 상징, 의미를 날카롭게 분석하며, 방대한 역사 교과서 같은 책이 바로 <영화는 역사다>가 아닌가 싶다. 또한 제목 자체로 무척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였다. 제목과 부제가 하나가 되면서, ‘한국 영화로 탐험하는 근현대사’란 부제 역시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영화 속에 녹아있는 우리의 근현대사란 참신한 소재에 기대감과 설렘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근현대사는 가까운 역사 임에도 많이 왜곡되고 감춰진 일면이 있어 아직도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다. 솔직히 학창시절도 많이 다뤄지지 않아 비중 있게 공부했던 기억이 없다. ‘한 문제 틀리고 말지’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기피했던 근현대사. 그러나 최근 어떤 모순과 갈등에 대한 해갈을 위해 근현대사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가는 중이었다. 이렇게 절묘한 시절인연이 닿아 만난 <영화는 역사다>는 여러 영화들을 통해 근현대사의 흐름을 꿰뚫을 수 있을 정도로 깊이 있고, 날카로웠다. 한편, 얼마 전에 읽었던 <강남몽>의 활자가 오히려 생생하게 이미지로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역사가가 아닌 ‘영화감독’의 시각에 의해 재해석된 역사는 그 어떤 역사 이야기보다 강렬하였다. 스스로 논란의 중심이 되어, 대중과 호흡하고 고뇌하고자 했던 수많은 영화들, 그 속에서 우리는 굴곡진 현대사와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영화와 역사의 만남’에 대해 저자는 ‘현재의 필요에 의해 과거를 새롭게 구성한다(5)’며 그 의미를 찾기도 하였다. ‘과거가 단지 지나간, 죽은 시간이 아니라 현재에 의해 언제든지 불러 올 수 있는, 살아 있는 시간’이라며, 영화를 나름의 감독에 의한 역사 해석 작업이라 말한다. 하지만 독자로 하여금, 역사적 사건과 감독의 주관적 시각에 구속되지 말라고 당부하며, 더 나아가 역사 영화를 보는 나름의 시각을 제시한다. 또한 그러한 특정 사건 역시 시간에 의해 또 다시 재해석의 관점이 달라짐을 주시하면서, 그 차이를 면밀히 비교분석 하고 있다.

 

한국 영화 100년, 한국 현대사 100년의 흐름을 정리하고, 굵직한 시기별 영화 속 역사적 쟁점을 일목요연하게 분리, 정리하였다. 특히, 분단과 한국전쟁을 그린 영화들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기도 하였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화두를 던지고 있어, 기억에 남는다.

또한, 영화로 역사를 풀지만, 영화와 역사의 경계가 모호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오히려 영화 속 특정 역사적 사건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특히, ‘제주 4·3사건, 광주민중항쟁, 베트남전’이 우리에게 미친 의미, 영향이 새삼 크게 느껴졌다.

기존에 봤던 영화에서 느꼈던 숱한 감정들을 뒤로하고, 미처 알지 못한 현대사의 비화가 무척이나 흥미진진하였다. 주제별로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에 대한 호기심이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때론 영화 속 묵직한 이야기가 눈시울을 붉히게 하였다. 무자비하고 참혹했던 현대사의 이면이 여실하게 드러나 온몸이 떨리기도 하였다. 영화가 역사와 만남으로써 더욱 면밀하게 삶을 반추하고, 그 속에서 어떤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단순히 오락으로만 치부하며 즐겼던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오롯이 우리 현대사를 만날 수 있었다. 우리 현대사가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영화는 우리에게 숱한 질문을 던지고, 내밀하게 우리는 비춰주었다. 그 속에서 우리는 함께 고민하고, 슬픔을 달래고, 위안를 얻고, 감동을 받았다. 그렇게 우리는 또 다시 어두운 극장을 찾아 울고 웃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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