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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 선사 삼국 발해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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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문화적 정체성은 그 원천이 어디에 있는 가로 가름되지 않는다 (5)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유홍준’, 그가 들려주는 한국미술사라, 물론 책을 보자마자 마땅히 읽어야한다는 당위성과 함께 호기심이 일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우리의 문화유산을 좀 더 쉽게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준 장본인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솔직히 말하면, ‘미술사’, ‘한국미술사 강의’ 처음엔 ‘어렵지 않을까?’하는 두려움과 걱정이 컸다. 서점에 갔다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책을 사가는 어떤 분을 우연히 보면서, ‘와우, 대단하다’는 생각에 감탄 어린 시선으로 쳐다봤을 정도로 내겐 너무 버거울 거란 선입견이 컸다. 그런데 일단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쉽게 읽힌다. 아니, 재밌게 읽었다. 지적 호기심을 왕성하게 자극하였고 아주 많은 도판들을 확인하면서 책을 통해 눈에 익힌 유물들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을 가봐야겠다는 의지가 솟구쳐 몰라 박물관 나들이 계획을 세우게 된다.

미술사라지만, 사(史, history)가 아닌 이야기(story)로 소파에 앉아 가볍게 읽힐 수 있길 바란다던 저자의 바람이 어느 정도는 이루어진 듯하다. 물론 내 경우엔, 소파에 앉을 여유는 없었다. 책상 앞에서 정자세를 가다듬으며, 우리의 역사를 만났다. ‘선사, 삼국, 발해’의 미술사를 엮고 있지만, 일단 내겐 미술사보단 역사의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야기를 듣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면서도 기존 역사서보다 더욱 깊이 있고, 풍성한 역사를 만나고 있다는 기분이 절로 들었다.  

기회가 되면 ‘박물관’을 곧잘 찾곤 하지만, 솔직히 눈도장 찍은 느낌, 뒤돌아보면 별로 기억하는 것이 없다. 학창 시절 수학여행 때의 박물관 견학과 크게 나아진 점이 없을 정도로 무언가 심한 결핍감을 느꼈었다. 그런데 몇 개의 이미지만으로 기억되었던 역사, 우리의 문화유산, 유물들이 생생하게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시험을 위해 외우기 바빴던 시대별 대표 유물들의 가치를 새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 이런 의미와 가치가 있었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터졌다. 저자의 이야기에 다양한 도판들이 더해져 쉽고 재밌게 다가온다. 제멋대로 흩어져 있던 역사 자체가 오롯이 살아 숨 쉬며 다가오는 느낌이랄까? 아니, 박제된 과거가 아닌 오롯이 살아 숨 쉬는 역사 속으로 시간 여행을 한 듯, 박물관 이 곳 저 곳을 거니는 것 같은 현장감이 아주 일품이었다. 예전에 보았던 유물들, 뉴스기사들을 다시금 떠올리면서 역사의 얼개가 더욱 튼실하게 짜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의 숨인 이야기들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오는 시간이었다.

선사, 삼국, 발해(통일신라를 특별히 강조하면서 남북조 시대로 엮어 발해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의 시간 순으로 엮으면서도 ‘산성, 석탑, 사리함, 불상 등’의 대표 유물별 테마별로 이야기를 엮었다.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의 특징, 그 미적 가치를 재차 확인하면서 어느 순간 그 차이가 눈에 읽힐 때의 희열은 마음을 바쁘게 하였다. 특히, 백제 불상들에서의 온화한 미소가 가슴 속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끊임없이 ‘왜?’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들으며 그 가치와 의미를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들이었다. 또한 ‘오리모양도기’와 같은 생소한 유물들의 의의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정도였다. 기존 역사 교과서에서 다루었던 진부함을 벗어던지고, 다채로운 역사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역사를 만날 때마다 느껴야 하는 통탄과 통한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일제 강점기에 얼마나 많은 문화유산들이 송두리째 파괴되었는지, 그렇게 자행된 많은 문화유산의 파괴, 유린의 실태를 확인 할 수 있었다. 또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역사 왜곡의 문제들(중국의 동북공정, 러시아와 중국이 ‘발해’을 자신들의 하나의 지방사로 편입시키려는 불순한 의도)과 ‘외규장각 도서 환수’ 문제 등등에 대해 고찰하고 나름의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기존 역사 교과서를 통해 알고 있던 유물들의 이름이 쉬운 우리말로 풀어 사용하면서 혼란을 가져오기도 하였지만, 어려운 한자어보다는 훨씬 이해하기 쉬워, 하루 속히 통일된 용어 사용의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학자들 간의 다양한 견해들 자체만으로도 흥미롭고, 좀 더 역사적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용어의 사용이 각양각색이라면, 대중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역사는 여전히 지루하고 난해하다는 편견의 벽을 더욱 공고히 하지 않을까?

우리의 미술사 통론의 부재, 그 문제에 정면 돌파한 용기, 그 과감한 결단에 힘찬 박수를 보내본다.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우리의 역사를 아우르며 우리 문화유산을 깊이 이해하고, 쉽고 재밌게 읽은 수 있는 입문서임엔 분명하다. 더불어 우리 역사와 문화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가슴 속 저 깊은 곳에서 ‘자긍심, 자부심’이란 것이 마구 치솟아 올랐다. 알면 알수록 그것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더욱 소중해지는 느낌이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한 가득 자리하면서 내 뿌리의 굳건함, 바로 민족적 정체성을 순간순간 확인하고, 역사 속 우리 고유의 미적 가치가 피부로 느껴졌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우리의 문화유산을 소중히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는 단순명료한 명제와 마주한다. ‘광화문 현판’으로 불거진 문화유산의 복원 문제를 다시금 뒤돌아보면서 ‘빨리빨리’, 경제논리에 좌우되는 현실에서 벗어나 좀 더 진중한 자세로 역사에 다가갈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뿌리 깊은 나무 가뭄 안 탄다’고 하지 않던가!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이 두 발로 바로 설 수 있는 문화·역사적 자긍심과 가치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저자의 계획대로 고려, 조선을 다룬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2.3>이 내년, 내후년에 부디 만날 수 있길 또한 기도해본다. ‘고려, 조선’의 역사, 문화유산의 의의와 가치를 여지없이 생생하게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을 학수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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