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극한기
이지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청춘? 과연 청춘의 의미를 나는 무엇이라 생각할까? 책을 읽는 내내 제목과 이야기가 왠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머리싸움을 했다. 청춘! 내겐 파릇파릇한 새싹의 느낌이 먼저다. 그리고 무모하리 만큼 뜨거운 열정! 이렇게 상투적으로 이미지화된 청춘을 작가는 어떻게 풀어나가는 것인지, 책을 손에 드는 순간부터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청춘’의 해석을 가지고 겨루기 한 판! 뒤늦게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머릿속에 들었던 의문은 일순 풀렸다. 꿈, 낭만, 사랑보다는 ‘아픔’과 연결 짓게 된다는 저자는 청춘을 ‘아플 날이 창창한’, ‘호되게 앓는 시기’라 정의하고 ‘변종 바이러스(OST 바이러스)’라는 기발한 소재로 청춘의 과도기를 풀어내는데 단연 일품이었다. 최고였다.

 

누구든지 바이러스, 신종플루가 지난해 온 지구를 휩쓸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공항이며 학교마다 발열을 체크하고, 격리하고, 온 세상이 신종플루로 홍역 아니 완전 공포의 도가니였던 것을 말이다. 연일 사망소식이 보도되고, 머리 속을 텅 비게 했던 무시무시했던 두려움을 소재로 ‘강력한 두려움’이란 바이러스에 감연된 우리의 모습, 청춘을 아주 신나게, 감칠나게 그려내고 있다. 연신 빵빵 터지는 글빨에 뒤집어지고, 삶을 꿰뚫는 묵직한 한 방에 벌러덩! 아무래도 나는 ‘청춘극한기’라는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아닐까? 침튀기며 칭찬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두루두루 떠오르는 청춘들과 함께 나눠볼 일이다.

 

자신의 병으로 인해 일생일대의 도박을 하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에 tv 속 어느 영상이 떠올랐다. 그건 바로 젊은 20대 청춘들이 임상실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보도였다. 사서 고생은 젊어서 한다지만, 그 젊은 피를 온갖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위한 검증을 위해 희생되고 있는 현실의 단면과 하나가 되었다. 주인공이 마치 실험용 마우스(쥐)가 된 기분이라면 펄펄 뛰던 그 모습, 현실에서 울부짖는 청춘의 모습이랄까?

 

또한, 출세지상주의의 단면인 ‘성 교수’를 통해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위험하지만 선택의 여지도 없는 치료를 위해 병원에 들어선 순간 ‘계약서’를 통해 ‘삶’이 저울질되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읽었던 <싱커>(배미주, 창비)속 한 장면과 겹쳐지면서, ‘돈’ 때문에 감기조차 치료할 수 없을지 모르겠다는 비관론이 스멀거렸다. 계획적으로 신약개발을 노리며 일사불란했던 소설 속 이야기가 오늘의 거대 제약회사, 그 세태를 풍자하는 듯, 소설 곳곳에서 세상의 이런저런 이슈들를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어떤 엉켜있는 수많은 실타래를 풀어보라며 숙제를 던지고 던지는 느낌이었다.

 

이 소설, <청춘극한기>의 백미는 단연 변종 바이러스의 증상이다. 이 바이러스라는 것이 말이다. 사랑에 빠질 때와 완전 흡사한 증상을 보인다는 설정! 놀랍다. 사랑의 열망에 들뜨고, 고백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 그리고 연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마법의 시간’이 펼쳐지면서 과거와 회유하게 되는 등, 감염 이후의 맛보는 환상은 환희, 공포 그래서 ‘행복해 죽게’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 변종 OTS 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사랑에 대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고민해 봤을 것이다. 사랑 바이러스로 숨 쉬는 순간순간 행복에 도취되었던 그 행복의 기운이 온몸의 세포들을 달뜨게 하기도 하고, ‘지금의 감정은 가짜예요. 가짜. 어서 현실로 돌아오라’며 사랑의 단면을 묘사한다는 것이 그 어떤 사랑이야기보다 신선하고 에너지가 넘쳤다. 또한 사랑의 여러 모습을 통해 좌절, 아픔도 놓치지 않아 있어 정말 황홀한 소설임에 분명했다. 책 스스로 내 품에 쏙~ 안겨 떨어질 줄을 몰라한다. 아~ 난감한데 그래도 엄청 행복하다. 젊음, 청춘의 뜨거운 열정과 힘을 손에 쥔 느낌, 놓치고 싶지 않아 두 주먹 불끈 쥐어본다. 그리고 슬슬 숙제 한 번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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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해요 2010-06-17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