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세계문학세트>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무도회가 끝난 뒤 - 러시아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박종소.박현섭 엮어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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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창비 세계문학> 시리즈를 출간 소식을 접하면서 내심 눈도장을 찍고 있었다. 그냥 아무런 저항의 틈도 없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누구나 알만한 세계대표 문학이란 것이 내게는 어렵고 난해해 아주 높은 벽임에도 그 벽을 오르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내안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전집 시리즈 형식의 책은 탐탁치 않아하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일본, 영국, 미국, 프랑스, 스페인 등등의 9 나라들 중에서 '러시아'를 가장 먼저 손에 쥔 것은 바로 '막심 고리키'때문이다. 러시아 문학하면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이란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작가들이다. 하지만 내겐 '막심 고리키' 또한 호기심이 마구마구 샘솟는 작가 중에 하나이다. 솔직히 <무도회가 끝난 뒤> 속 소개되고 있는 9명의 작가-모두 11명의 작가의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톨스토이와 막심 고리키를 제외하니 9명이다-들은 너무도 낯설고 생소할 뿐이었다. 또, 고백하자면 지금껏 러시아 대문호의 대작들 만나지 않았다. 몇번인가 시도를 하다가도 제대로 탐해보기도 전에 포기하고 뒤돌아서기 바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솟구치는 호기심을 또 주체하지 못하고 다시 책을 손에 쥐었다. 그런데 다양한 작가와 작품들에 압도당했다. 짧은 이야기 속 삶을 농밀하게 그려내고 있는 예리함에 매혹되었다.

기대했던 막심 고리키의 작품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산업화 기계화 속 몰개성화, 몰인간성의 모습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는 이야기는 시대를 뛰어넘으면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었다. 근 100여년의 시간이 무색하게 느껴지면서 우리의 모습이 여실이 비춰지는 듯해 씁쓸하기도 하였다.

또한 러시아를 대표하는 각양각색의 작가들과 작품들은 끊임없이 작가에 대한 호기심,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가라면 '외투'라는 이야기로 만난 '니콜라이 고골'이다. 독특한 이름의 말단 관리의 외투를 둘러싼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중간중간 사설처럼 등장하는 이야기 전개 방식이 꽤나 독특하면서 인상적이었다.  

 

작품과 작가에 대한 소개와 해설 그리고 '더 읽을거리'를 통해 다른 작품들에 대해 호기심을 부채질한다. 한 권의 책을 통해 다채로운 러시아의 대표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러시아의 문화와 역사를 맛보면서 '러시아'에 대한 호기심도 배가되었다.

다소 아쉬움이라면 '된소리'로 표기되고 있어 거북하였다. 톨스토이로 익숙한 내겐 똘스또이로 표기되는 것은 과연 2010년에 출간된 책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왠지 낡은 아버지의 책장 속 먼지 자욱한 책을 펼치는 느낌이라고 할까? 익숙하지 않은 된소리표기는 러시아의 익숙한 지명조차 생소하게 만들어 글을 읽는데 방해가 되기도 하였다.

뭐 그런 아쉬움을 뒤로하고 엄선된 작품 자체에만 심취해 이야기를 되새김질하다보면 또다른 나라의 작품들 역시 손에 쥐고 싶어진다. 대작가들의 대작품의 높은 벽에 고개를 떨구기보다는 한 권의 책 속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면서 삶의 깊이와 내밀함을 느껴보고 싶어진다. 아무래도 서둘러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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