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프로이트 - 인간 심리의 비밀을 탐사하는 뇌과학 이야기
스티븐 존슨 지음, 이한음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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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뇌과학] 때문에 읽은 3번째 책이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본 [뇌과학] 책 중에서 가장 표지 디자인이 맘에 들지만 책의 제목은 가장 맘에 들지 않는 책이다. 솔직히 <굿바이 프로이트>란 제목보다는 원제목인 <Mind Wide Open>이 더 좋은 것 같다. 물론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기존의 프로이트 이론과는 결별(정확히 말하면 '결별'까지는 아니다.)하게 되었지만 글쓴이도 마지막에 이야기 하는 것과 같이 프로이트 이론과 뇌과학은 서로 보완하는 관계에 있으며 <Mind Wide Open>이란 제목의 원 뜻인 '뇌의 활동을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마음을 활짝 열어라'가 더욱 더 주제와 어울리는 느낌이다.

 이 책은 복잡계 과학의 새로운 측면을 흥미롭게 조명한 <이머전스Emergence>의 글쓴이로 알려진 스티븐 존슨(Steven Johnson)이 직접 인간 심리의 비밀을 탐사하는 [뇌과학]의 다양한 실험 등에 참여한 체험을 바탕으로 묶은 책이다. 실제로 이 책에는 글쓴이는 fMRI 뇌사진이 실려있으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런만큼 단순히 실험 결과나 논문을 무미건조하게 소개하고 있는 기존의 뇌과학 책과 달리 좀 더 친근감 있게 뇌과학에 접근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기본적으로 진화심리학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이 방면의 대가들인 <빈 서판>으로 유명한 '스티븐 핑거'<통섭>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윌슨'의 글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게다가 이 책은 방대한 양의 주석을 자랑하는데 거의 1/3 정도는 주석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글쓴이 입장에서 뇌과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아예 없는 사람을 생각하여 너무 어렵거나 지엽적인 부분을 주석으로 옮긴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이렇게 주석이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은 책의 편집이란 면에서 볼 때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이렇게 많으면 주석에 있는 내용을 본문에서 어느정도는 소화하는 것이 오히려 독자를 위한 길일 것이다.

 이 책의 내용 중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우리는 흔히 자신의 뇌 중 고작 10%만을 사용한다고 불만이 있지만 이는 효율적이라는 뜻이지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다'(p.217)는 것과 '과학의 도구들을 이용하여 인간의 정신을 왈가왈부하려는 시도 자체가 마땅히 인문학에 속해야 할 영역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믿는다.'(p261.)이다. 특히 내가 근래 열심히 공부중인 <통섭>에 대한 동지를 만난 느낌이랄까… 아직 <통섭>이 과연 옳은 길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된 이상 끝까지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결국 이 책은 진화심리학에 바탕을 두고 마음의 신비를 여는 뇌과학을 글쓴이의 체험과 경험을 바탕으로 쉽게 풀어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기존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이 뇌과학이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은 '마음'이라는 신비의 문을 여는 열쇠였으며 뇌과학을 통해 수정되면 충분히 아직도 유용하다고 글쓴이는 주장하고 있다. 과연 앞으로 <뇌과학>'마음'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 수 있을까? 한 번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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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나의 마음을 만든다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지음, 이충 옮김 / 바다출판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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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뇌과학] 관련 서적으로는 김종성의 <춤추는 뇌>에 이어서 두번째로 읽은 책이다. 앞서 읽은 책에서 [뇌과학]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습득했기 때문에 의욕을 가지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이른바 '리스 강의(Reith lecture)'라는 유명한 영국 대중과학강연의 내용을 묶어서 낸 책이다. 사실 일종의 강연 노트를 묶어서 낸 책들의 경우 질에서 만족스러운 경우는 거의 없었다.(물론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같이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특히 뇌과학이라는 첨단 학문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대중의 눈높이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지식의 전달대중의 눈높이라는 두 가지의 목표를 과연 잘 추구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하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주로 지식의 전달이라는 면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는 듯 하다. 특히 5장 <뇌과학 - 마음의 비밀을 푸는 21세기의 철학>의 경우에는 생전 처음 보는 단어들과 난해한 철학적 내용이 많아서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어느정도 철학적 소양이 있는 나로서도 소화하기에 쉽지 않았다. 그리고 이 책은 수많은 뇌과학의 논점 중에서 '시각', '예술', '공감각' 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뇌과학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다른 책을 통해서 접하고 이 책을 읽는 것이 책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몇가지 놀라운 실험을 접할 수 있었는데 특히 맹시 환자에 대한 실험이 기억에 남는다.(p.54) 맹시 환자란 시각겉질이 손상되어 보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옥스퍼드의 래리 와이스크란츠는 볼 수 없는 맹시 환자에게 불빛을 만져보고 가리켜보라고 함으로써 놀라운 결과를 알아내었다. 솔직히 말해서 안 보이는 사람에게 불빛을 가르켜보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연구자는 이를 일단 실험해보았으며 이로써 맹시 환자도 99%의 확률로 정확한 위치를 가르킨다는 놀라운 결과를 알아낸 것이다. 이것을 보면 과학연구자는 선입견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예술에 대한 멋진 통찰도 알 수 있었다.(p.81) "만약 재갈매기에게 미술관이 있다면 벽에 3개의 붉은색 줄무늬가 있는 긴 막대기를 걸어두고, 그 막대기를 숭배하며, 수십억에 구입하고 그것을 피카소라고 부를 것이다"라는 것은 한 마디로 우리가 예술이라고 여기는 것들도 실제로 독립된 것이 아니라 진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주장이면서 예술에 대한 과학의 멋진 반격인 것이다. 이 글귀를 읽으면서 얼굴 한 쪽에서 웃음을 띄울 수 밖에 없었는데 결국 나도 '예술은 쓰레기'라는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글슨이는 예술을 과학의 수준으로 내린 것에서 더 나아가 '자유의지는 뇌가 만들어낸 환상'이라고 주장한다.(p.138) 이 주장에 대해서는 많은 철학자와 종교학자는 반대하겠지만 자유의지로 손가락을 움직이기 0.75초 전에 준비전위라는 뇌전도 전위를 측정할 수 있었다는 실험결과는 글쓴이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만약 이를 연결해서 우리에게 보여준다면 우리는 어떻게 판단할까? 우리 뇌 속에 우리를 조정하는 외계인이 있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사실을 부인하게 될까? 정말 자유의지는 단순히 뇌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다만 이 책에는 헛점이 너무 많다. 특히 각주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가 않으며(p.165) 책 마지막에 있는 용어 설명은 크게 써야할 단어를 작게 쓰는 등 과연 교정을 보았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주관적인 감각을 의미하는 퀄리아(qualia)라는 단어는 좀 더 쉬운 단어를 써야하지 않았을까? 역시 첨단 학문인 뇌과학 서적을 화학공학과 출신이 번역한 것 부터 잘 못되었는지 모른다… 다음에 개정판이 나올 때는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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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뇌
사이언스북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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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내가 맡고 있는 일과 관련해서 읽어야 할 [뇌과학] 책을 <e-멋진 책세계>의 박영진님의 도움을 받아서 목록을 작성해보니 자그만치 20권에 달한다… 이를 전부 다 읽으면 웬만한 의사 수준의 지식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까지 해야되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완벽주의자로서 내 성격이 이런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생소한 [뇌과학]을 만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만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런데 솔직히 별로 미덥지는 않았다. 물론 국내 자연과학 서적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이언스북스>를 믿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책 제목이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춤추는 뇌]라… 물론 뇌과학이 생소하고 어려운 분야이긴 하지만 이렇게 제목만 그럴듯하게 만든다고 절대 쉬워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은 속된 말로 "꽉 차"있었다. 1장에서는 주로 앞으로 자주 나올 뇌의 구조와 이름, 그리고 담당 역활을 주로 설명하고 2장에서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3장에서는 기억과 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고 4장에서 여러가지 뇌에 문제가 있어서 발생하는 질병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정도만 보면 [뇌과학]에 대한 큰 그림은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쉽고도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었다. 솔직히 [뇌과학]이 최근에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그에 관련된 책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글쓴이의 탁월한 능력인지 아니면 <사이언스북스> 편집자의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훌륭하게 [뇌과학]을 접하게 구성되어 있다.

 다만 곳곳에서 <용불용설>을 주장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느정도 생물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획득성질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성이 시/공간 지각능력이 남성에 비해 부족한 것은 집에 남아 있던 여자들은 남자에 비해 이런 능력을 계발할 기회가 적었을 것이다.(p.68)고 말한 것이나 과학의 발달로 컴퓨터나 로봇이 인간의 머리를 쓸 일조차 대신하게 된다면 인간 역시 가축처럼 작은 뇌를 가진 머리 나쁜 동물로 전락해 버릴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다(p.332)라는 주장은 <용불용설>을 주장하고 있는 듯 하다.

 그 외에도 글쓴이는 주로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의 마음이나 행동을 분석하는데 '우리가 쾌락 중추를 자극할 수 있는 장치를 가지게 된다면 쾌락 중추를 자극하는 사람들이 분명 등장할 것이며 이는 점점 늘어나는 마약, 담배, 술 중독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과연 인간은 올스의 실험쥐보다 현명할까?'(p.106)라고 묻는 부분에서는 정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과연 이런 장치가 개발된다면 우리는 1시간에 7000번이나 스위치를 누른 실험쥐보다 적게 누룰까? 그리고 인위적인 쾌락과 자연적인 쾌락을 구별할 수 없다면 인위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을 우리가 비난할 수 있을가? 그리고 과연 이것이 '자위행위'와 다를 것은 또 무엇인가? 그리고 누군가가 말했듯이 '컴퓨터 하드에 야동 없는 사람은 나를 돌로 쳐라'고 했는데 나는 과연 이를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또한 이른바 <황우석의 줄기세포>에 대한 이야기도 서술하고 있다.(p.321) 이 책에서는 황우석의 줄기세포 연구가 현재는 벽에 막혀있지만 계속 발전된다면 여러가지 뇌관련 질환의 불치병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을 보면 이 책은 황우석의 사이언스 논문이 거짓으로 드러나기 전에 쓰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맨 뒷장을 넘겨보니 이 책은 '05.3.7에 출판된 것인데 아마도 황우석 박사의 거짓말이 밝혀지기 전에 쓴 내용같이 보인다. 지금도 개인적으로 아쉬워하는 것이 황우석 박사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나 또한 청운의 꿈을 안고 지금쯤 생명공학과 실험실에서 실험에 몰두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결국 이 책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의 행동을 제어하는 뇌의 활동 또한 궁극적으로 '적자 생존 및 성선택'이라는 자연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하면서 [뇌과학]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뇌과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이 책을 통해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굉장히 쉽게 서술되어 있다. 현재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뇌과학]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과 함께 시작하기를 강력히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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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 - 지식의 대통합 사이언스 클래식 5
에드워드 윌슨 지음, 최재천.장대익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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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통섭]이 많이 언급되고 있다. 다양한 곳에서 [통섭]이란 이름이 쓰이며 연구 공간이 대학교 뿐만 아니라 이제는 상업적으로도 [통섭]은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가 되어 가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과연 [통섭]이 무엇인가에 대해 알고 있고 이 책을 실제 다 읽은 사람은 드문 것 같다. 본인의 경우에도 이 책의 출판사인 '사이언스북스''사이언스클래식'의 질에 대해서는 굉장히 높은 평가를 하고 있어서 전부 책을 사는 편이지만 이 책의 경우에는 선듯 손이 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통섭]이란 단어에서 느껴지는 난해함이 이에 한 몫 한 것 같다.  그러던 중에 이화여대 통섭원에서 통섭읽기 모임을 하면서 왠지 어려워 보이는 이 책에 도전하게 되었다.

 

 먼저 왜 옮긴이는 최재천 박사님이 다른 단어를 두고 굳이 [통섭]이란 단어를 선택했지는지 밝히는 것이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사실 '통합'이나 다른 많이 알려진 단어도 많았음에도 최재천 박사님은 [통섭]이란 단어의 생소함을 통해서 에드워드 윌슨이 진정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Consilience의 뜻을 완벽히 보완하고자 하였다고 머릿말에서 밝히고 있다. 물론 그 의도는 동감하지만 책 제목에서 과연 이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와닿지 않는다는 점에서 장/단점이 있는 듯 하다.

 

 이 책에서 글쓴이인 에드워드 윌슨은 자연과학에의 진보에 대한 확실한 믿음과 신념을 바탕으로 우리는 객관적인 진리에 이를 수 있을 것이며 자연과학, 그 중에서도 생물학을 통해 다양한 인문사회과학과 문화 심지어 예술과 종교까지도 설명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물론 본인도 그동안 평행선을 긋고 있었던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만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글쓴이의 의견에 100% 동감하는 바이다. 그러나 문화, 예술, 종교까지도 생물학 그 중에서도 진화론에 입각하여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점은 이와 무관한 본인이 읽기에도 생물학에 대한 과신과 함께 현재의 주류는 생물학이다라는 오만함 마저도 느끼게 하였는데 예술과 종교 관계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쾌할 것 같다는 생을 하게 된다. 괜히 이 책에 대한 비판으로 "생물학 제국주의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너무도 다양한 비유(대표적으로 몽사)와 다양한 자연과학적 발견과 실험을 제시한 나머지 오히려 이에 파묻혀서 진정 에드워드 윌슨이 하고자 하는 줄기를 잡기가 어려운 느낌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 외에서 이 책에서 주장하는 [통섭]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더이상 거스를 수 없는 경향이 되어 가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최재천, 장대익 박사님의 번역 또한 비교적 말끔하여 비록 생물학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연과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고서는 조금 이해하기 힘들지만 비교적 될 수 있는 한 쉽게 번역하려고 노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말로만 [통섭]을 외치기 전에 최소한 이 책이라도 완독을 한 후에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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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 자연선택의 신비를 밝히다 주니어 클래식 1
윤소영 풀어씀 / 사계절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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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본인은 [풀어쓴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책을 풀어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며 나름 그 유용성에 대해서는 동감을 하는 편이지만 말이다. 이렇게 풀어쓴 책을 싫어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일단 내 자신의 능력이 굳이 누군가 풀어쓴 책에 의지해야 될 정도로 원전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원문을 번역하는 것조차도 번역 과정에서 [이중 오역]의 큰 위험이 존재하는데 하물며 '누군가'의 손을 거쳐서 풀어쓴 책이라면 그 책에는 풀어쓴 이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분명 풀어쓴 이의 생각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쉽게 풀어쓰다보면 아무래도 풀어쓴 이가 보기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다는 것 위주로 구성할 수밖에 없는데 솔직히 이런 판단을 믿지도 못하겠고 설혹 믿는다고 해도 생각 없이 그냥 입에 떠주는 음식을 그대로 먹을 생각을 추호도 없다.

 그리고 이 책은 찰스 다윈(Charlse Darwin)[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을 풀어쓴 책이다. 수많은 풀어쓴 책들 중에서 하필 [종의 기원]이라니… 나름 대학교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면서 생물학과 유전학 등에 대해 당시 찰스 다윈이 살던 시대의 과학 수준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19세기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정말 따분한 일일 것이다. 이런 점은 현대 과학 교양서적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리처드 도킨스[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를 읽으면서도 다시 한 번 절감할 수 있었다.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는 기껏해야 대학 일반 생물학 수준으로서 전공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따분해서 읽다가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 두 번 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위해 중앙도서관을 찾았으나 행방불명 도서임을 알았을 때 구입하기를 망설였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책의 표지 디자인 또한 도저히 2004년에 발간된 책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꼭 읽어야 될 책이었기 때문에 힘들게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이 책을 구해서 읽게 되었다.

 [종의 기원]의 내용에 대해서는 새삼스럽게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에서도 조금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 위주로 언급해보도록 하겠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윈이 맬서스의 [인구론]을 통해 자연선택 이론의 개념을 다듬을 수 있었다는 것(p.38)이다. 물론 인구론을 통해 이끌어낸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이 결론적으로는 타당하게 보인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이 타당하므로 그 전제가 된 맬서스의 [인구론] 또한 타당하다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 이는 결국 [사회적 다윈주의]로 변형되어 '생존 경쟁', '적자생존'만을 강조하여 '사람이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 이끌어 나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유엔식량특별조사관인 장 지글러의 책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서는 FAO(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이미 지구는 120억 명이 먹고 살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런 맬서스의 주장은 유럽/백인 우월주의에 빠져 있으며 단지 제 3세계에서 많은 사람이 굶어 죽는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결국 비록 다윈이 맬서스의 [인구론]에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나 그 타당성에 대해서는 서로 독립된 입장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이어서 '늑대 소년'에 대한 이야기(p.54)가 눈에 들어온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얼마 전에 제 2회 충무로 국제 영화제에서 본 [카스퍼 하우저의 신비]가 생각났다. 이 영화 또한 1828년 독일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인데 다만 '늑대 소년'과 다른 점은 카스퍼 하우저는 태어나자마자 평생 지하 감옥에 갇혀있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풀어나게 되서 말도 할 줄 모르고 걸을 줄도 모르지만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청년'일 때 풀려났으며 나름 사회 적응 훈련에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나중에는 말과 글, 심지어 논리적인 사고 능력까지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연 어떤 차이가 평생 말과 글을 모르고 생고기만 먹은 '늑대 소년'과 말과 글을 배우고 논리적인 사고 능력까지 갖추게 되는 '카스퍼 하우저'의 다름을 설명할 수 있을까? 분명 둘의 환경은 거의 비슷했을 텐데 말이다…

 그 외에는 본격적인 [종의 기원]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특별히 언급할 생각이 없지만 진화론과 창조론의 대결에서 진화론의 약점이 되는 문제에 대해 다윈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p.129) 이 책에서는 진화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4가지를 차례로 설명하고 있는데 다른 것은 넘어가더라도 여전히 눈과 같이 완벽하고 놀라운 구조를 생긴 기관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서는 그저 "하지만 자연선택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계속 더욱 유리한 구조를 걸러 내는 체와 같은 역할을 해 왔다."(p.137)면서 교묘하게 얼버무리고 있음도 명확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직까지 진화론은 굉장히 많은 것들을 간명하게 설명할 수 있으며 결정적으로 진화론을 무너뜨리는 증거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도킨스가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에서 말한 대로 나 또한 진화론이 허구임이 증명된다면 가장 먼저 내 관점을 바꿀 준비가 언제든지 되어 있는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라서 굉장히 조심스럽지만 '창조과학회'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할 것 같다. 과거 우리 학교 공대 안에서 한국창조과학회 총회가 열리면서 외부에 창조과학회의 주장을 담은 자료를 전시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과거 고등학교 생물책에 실려 있던 삽화였다. 이것은 바로 이 책에서도 소개된 헤켈의 삽화이다.(p.214) 물론 이 책의 글쓴이 또한 헤켈의 '발생반복설의 법칙 (the law of recapitulation)'이 잘못되었음을 밝히고 있으나 헤켈의 삽화가 거짓이라는 주장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창조과학회의 자료에서는 바로 헤켈의 삽화가 거짓이라며 Science지에 실린 논문을 소개하고 있었다.(Elizabeth Pennisi, 'Haeckel's Embryos: Fraud Rediscovered', Science 277(5331):1435, September 5, 1997.) 과연 어떤 것이 진실일까? 역시 진실은 저 너머에 있는 것일까?

 결국 이 책은 [종의 기원]을 쉽게 풀어썼다는 점과 멘델의 유전학실러캔스의 발견을 함께 소개하여 원문에서는 얻을 수 없는 좀 더 정확한 진화론적 지식을 가지게 도와주고 있다는 점, 다양한 사진과 삽화를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딱 이 정도이다. 이미 생물학 관련 수업을 들었거나 전공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을 시간에 다른 인문/사회 서적을 읽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인 또한 생명공학을 전공하기도 했고 앞에서 언급한 대로 몇 가지 이 책의 내용에서 불명확한 점과 오해할 만한 점이 남아 있으므로 그다지 높은 평가는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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