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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어보를 찾아서 3 - 사리 밤하늘에 꽃핀 과학정신
이태원 지음, 박선민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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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산어보를 찾아서] 3권에서는 흑산도에서 발견되는 생물에 대한 설명을 간략히 마무리하고 우주 관측에 대한 것과 과거 조선에서 과학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이유, 또한 흑산도를 벗어나서 정약전, 정약용 형제의 유배지를 탐사하는 기행문의 성격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특히 조선 후기에 많은 이들의 피를 부른 "천주교"에 대한 서술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먼저 글쓴이는 과거 대부분의 학자들은 언제나 중국 문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태도를 보였으며 중국 문헌에 나오는 이름들을 우리 나라에서 찾아보려는 노력은 오랜 세월 동안 줄기차게 시도되었다고 말하고 있다.(p.47) 하지만 중국의 지식을 받아들인 것을 비판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며 우리 문화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던 정약전과 이청이 중국에 기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는 마땅히 찾아볼 만한 자료가 없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고 정약전과 이청을 옹호하고 있다. 또한 당시 제대로 된 정보의 공유 체계가 형성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조상들의 실학 사상이 근대 학문으로 연결되어 발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p.75)

 

 이런 글쓴이의 아쉬움은 천문학에 대한 부분에서도 이어진다.(p.103~154) 특히 이미 17세기의 "케플러의 법칙"을 발표하고 이를 기초로 뉴턴이 미적분과 운동법칙을 이용하여 천체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설명해 놓은 것은 우주의 비밀을 밝혀냈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과학과 인간의 힘으로 뭐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낳게 되었고 결국 세계사를 뒤바꿀 과학 혁명을 이루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p.119) 하지만 이런 자신감은 현재에서는 많은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철학"이 부재한 상태에서 가치 중립적 입장에서 계속된 과학발전은 환경오염, 대량 학살 무기 계발 등

엄청남 부작용을 낳게 되었으며 그 결과 이른바 "반성하는 과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글쓴이는 본격적으로 서양과 동양의 어떤 차이가 이런 과학 발전의 차이로 이어졌는지 분석하기 시작한다. 특이한 점은 동양의 관념적인 철학이 과학의 발전을 저해했다고 보는 견해가 많지만, 서양의 경우에는 관념적인 철학이 오히려 과학의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p.141)는 것을 글쓴이는 지적하고 있다. 예컨데 서양에서는 자연을 연구하여 그 성징을 밝혀내는 것을 피조물에 나타나 하나님의 영광에 다가가는 수단이라고 해석해서 '신의 뜻에 다가가기 위해서' 과학에 힘을 기울였으나 동양에서는 오직 과학이란 오직 윤리 이념을 실행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였기 때문에 윤리 실현을 위한 지나칠 목적성이 과학의 발전을 가로막은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p.149) 이런 글쓴이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이런 점을 밝히는 것도 선조들의 업적을 밝히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작업이므로 소중한 교훈과 함께 현재의 위기를 헤쳐나갈 열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3권에서 본인이 가장 관심이 있었던 생물이 등장한다. 그것은 바로 [전어]이다. 본인은 전형적인 도시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고등어, 꽁치, 갈치가 아는 생선의 전부였는데 스타크래프트의 오영종 선수의 별명인 "가을 전어"를 통해 전어라는 생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동안 왜 오영종 선수의 별명이 "가을 전어"인지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오영종 선수도 사계절 중 가을에만 유독 성적이 좋았는데 이를 비유하여 "가을 전어"라고 별명을 부른 것 같다.

 

 그리고 글쓴이는 흑산도에서 벗어나 정약전, 정약용 형제의 유배지를 답사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들 형제의 고난의 원인이 된 "천주교" 박해의 역사와 정약용이 특별히 아꼈던 제자이면서 많은 책의 실질적인 공저자이면서 [현산어보]에 있어서 방대한 주석을 포함시킨 "이청"이란 인물의 미스터리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사실 정약종을 제외한 정약전과 정약용은 그다지 천주교에 깊이 빠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옳은 것 같다. 다만 당시 지배층인 노론에서 남인 소속인 정약용을 내치기 위해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했다고 보는 것이 옳은 것 같다. 이 때문에 정씨 형제는 낯선 유배지에 고생을 하게 되었으며 정약용이 가장 아끼던 제자였던 "이청"은 70세까지 과거에 급제를 못해서 이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당시에는 워낙 과거제도에서 부정부패가 심했던 시절이라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급제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아마 이청도 이런 케이스였다고 생각한다.

 

 3권부터는 좀 더 글쓴이의 생각이 많이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서양에 비해 과학 발전이 느린 동양에 대한 비판과 [현산어보]의 흔적을 쫓는데서 벗어나 정씨 형제의 유배지를 찾아가서 그들이 흔적을 되짚어 본 점은 높이 평가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제 3권에서 어느정도 [현산어보]에 대한 이야기는 마무리 되는 듯 하다. 이어지는 4권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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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어보를 찾아서 2 - 유배지에서 만난 생물들
이태원 지음, 박선민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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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산어보를 찾아서] 2권 부터는 단순한 '흑산도 해양 생물 도감'에서 벗어나 현산어보를 좀 더 현대적 관점에서 능동적으로 해석하려는 글쓴이의 의도가 돋보인다. 1권에서는 현산어보의 글쓴이인 정약전의 흔적을 찾기 위해 흑산도에 도착한 후 글쓴이의 전공이니만큼 이곳에서 발견하는 수많은 해양 생물에 대해 설명하기 바뻤기 때문에 [현산어보]를 능동적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이 조금은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2권에서는 초반부터 주자의 성리학(p.19~31)을 조망함로써 자연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이유에 대한 글쓴이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특히 주희는 전혀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자연학과 윤리학을 통합하려고 시도했으며 이를 통해 신분제 사회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자연을 위계화하고 이를 사회 모델의 이론적 근거로 삼았다고 제시한다.(p.22) 하지만 정약용은 성리학을 뛰어넘어 "성기호설"을 주창함으써 선과 악은 오직 이성과 자유의지가 주어져 있는 인간에게 속한 것이며 어떤 동물에게도 윤리적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산어보]가 자연과학적인 속석이 농후한 특별한 책이 될 수 있었다고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더 나아가 동양에서는 종교적인 윤리와 자연 법칙을 분리하여 생각함으로써 자연을 있는 그대로 연구하려는 노력이 쇠퇴했다고 분석(p.30)하여 자연과학을 발달시킬 수 있는 환경과 토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단순히 흑산도의 "해양" 생물에만 촛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동백나무와 나비에 대한 서술도 하고 있다. 특히 조선 나비 연구에 독보적인 존재인 "남계우""석주명"을 소개하면서 당시 자연 과학의 발달 모습을 잘 소개하고 있다.(p.57) 특히 석주명 박사가 나비 개체 변이에 대한 개념을 정립한 것은 현재 보아도 놀라운 성과이다. 특히 배추흰나비 앞날개 길이의 변이곡선이 오직 1개의 정규 분포를 이루기 때문에 한 종이라는 연구 결과는 생명공학을 전공한 본인의 입장에서도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 당시에도 이렇게 자연과학이 발달했는데도 왜 현재 우리나라는 특정 분야를 제외하면 자연과학이 쇠퇴하고 말았을까? 아무래도 IMF 시절에 가장 먼저 짤린 것이 연구원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때 우수한 인력이 이공계 진학을 회피하고 전부 의대나 약대에 몰리고 있는 점이 이런 상황을 가속화 하는 듯 하여 씁쓸하다. 또한 석주명 박사는 "에스페란토어"를 사용할 것을 주장했는데 언어의 사용은 그 나라의 국력에 비례하는 법이다. 결국 현재는 "영어"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밖에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 "한글"도 역사속에나 남는 언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밖에 개인적으로 밴댕이(p.140)과 식혜와 식해(p.407)의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는 "밴댕이 속"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는데 얼마전에 인천 연안부두에서 밴댕이 회를 먹어본 적이 있다. 그 때에 비로소 "밴댕이"가 해양 물고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참 당시에는 정말 맛있었는데 지금도 생각만하면 입 안에 침이 고인다. 그리고 흔히 식혜와 식해를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본인의 경우에도 가자미 식해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식혜인 줄 알았다. 이 책을 통해 나의 잘못된 지식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결국 이 책에서는 좀 더 현산어보를 능동적으로 해석하려는 글쓴이의 노력이 돋보인다. 계속해서 이 책을 통해 흑산도의 생태계에 대해 알아가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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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어보를 찾아서 1 - 200년 전의 박물학자 정약전
이태원 지음, 박선민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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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책은 내가 참석하고 있는 독서클럽에서 [자산어보]를 읽으면서 함께 읽으면 좋겠다고 추천한 책이었다. 사실 [자산어보]는 그렇다쳐도 '단지 오래된 책의 흔적을 찾아가는 것'이 어떻게 책으로, 그것도 5권짜리 책이 될 수 있을지 굉장히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이 책 1권을 만나는 순간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난 후 왜 독서클럽에서 이 책을 읽으라고 추천했는지 그리고 2002년 TV, 책을 말하다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 10권 중에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했는지 알 수 있었다. 누구나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이렇게 높은 평점을 주는 것에 대해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 책은 생물교육을 전공한 글쓴이가 7년에 거쳐서 [현산어보]에 나온 생물들의 정체를 규명하고 정약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일에 매달렸으며, 몇 차례에 걸쳐 신지도, 우이도, 흑산도를 답사한 끝에 이 책을 썼기 때문에 책 곳곳에서 글쓴이의 노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런 글쓴이의 노력은 책 아래에 포함된 수많은 삽화사진들, 그리고 [현산어보]의 내용과 실제 흑산도에서 사용하는 단어의 비교를 통해 현산어보에 나온 생물들의 정체를 규명하는 데서 쉽게 알 수 있다.

 

 다만 1권에서는 정약전의 흔적을 찾기 위해 흑산도를 찾은 직후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인 [현산어보를 찾아서]보다는 현산어보에 수록된 생물을 찾는데에 집중하고 있는 듯 하다. 단순히 현산어보에 수록된 생물의 현재 학명을 찾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가 원하는 것은 [현산어보]의 저자인 정약전이 흑산도에서 어떤 어려움 속에서 현산어보를 집필하게 되었는가와 이렇게 수중 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과정, 그리고 현산어보가 현대에 가지는 의미가 아닌가? 단순한 "수중 생물 도감"을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고등어 회유에 대한 놀라운 성찰>(p.296)이란 곳에서 정약전이 가지고 있던 고등어 어군의 움직임에 대한 거시적인 지식은 서양 학문처럼 체계화되지 않았고, 결국 고등어의 풍흉이 교대로 반복되는 이유를 알아낼 수 없었다며 당시의 학문 풍토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과학의 발달을 가능하게 하는 풍토란 꾸준히 쌓여온 지식과 사회, 경제적인 제도의 뒷받침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면서 기본 문화와 경제적 밑바탕을 강조한 점은 [현산어보]를 현대적 관점에서 능동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높게 평가할 수 있다.

 

 비록 1권에서는 [현산어보]의 현대적 해석보다는 "수중 생물 도감"에 치우친 듯한 느낌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글쓴이의 노력을 폄하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잠시 살펴본 2권에서부터는 현대적 관점에서 능동적 해석에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만큼 너무 실망할 필요도 없다. 또한 많은 사람이 추천하는 책이라면 나름 그 가치가 있는 법이다.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책을 읽으면 이 책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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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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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과학자, 특히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생명"이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유령"과 같은 것이면서 모두가 추구하는 "진리"이다. 이런 점은 생명공학을 전공한 나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4년 동안 이른바 "생명(The Life)"에 대해 공부하면서도 과연 생명을 어떻게 정의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였다. 물론 가장 대표적인 미생물학 책인 <Brock Biology of Microorganisams>에서는 미생물 세포 생명의 특징을 Metabolism, Reproduction, Differentiation, Communication, Movement, Evolution 이렇게 6가지로 정의(p.4)하지만 이것으로는 "생명(The Life)"을 정의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을 보라. 제목부터 <생물과 무생물 사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마치 과거 유명했던 영화인 <무릎과 무릎 사이>같이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에 이 책을 읽게 만들고 있다. 과연 이 책에서는 "생명(The Life)"을 어떻게 설명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새롭게 발전하는 "생명공학"을 어떻게 일반 독자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일단 이 책은 가장 먼저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 있다고 생각하는 바이러스(VIrus)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바이러스는 굉장히 흥미로운 생명, 혹은 물질이다. 본인의 경우에도 바이러스가 과연 생물인가 무생물인가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으며 굳이 선택하라면 이 책 제목 그대로 바이러스는 '생명과 무생물 사이'에 존재한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바이러스릍 통해 글쓴이는 "생명은 스스로를 복제하는 것"이라는 정의가 생명을 정의하는데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점은 요새 문제가 되고 있는 광우병 유발인자인 프리온(prion)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글쓴이에게 묻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생명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해 글쓴이는 그 결론을 알려주기 전에 '생명과학'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업적들을 하나 둘씩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선배 과학자들의 업적을 살핌으로써 궁극적인 질문인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답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것을 밝혀낸 에즈버리의 업적을 설명하고 있다. 이런 에즈버리의 실험은 굉장히 유명한 것으로써 당시까지 단백질(Protein)이 유전물질일 것이라는 통념을 깨뜨린 위대한 실험이었다. 하지만 그가 겪었던 순도의 딜레마(p.45)는 현재에도 문제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실험이든지 오염(Contamination)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도 100% 완벽한 실험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과학자는 반복된 실험과 최대한 오염을 피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부족했던 실험 장비는 에즈버리가 과거 지배적인 통념을 깨뜨리게 만들기에는 너무나 힘든 장벽이었다.

 

 이어서 생명과학에 있어서 진정 "혁명(Revolution)"이라고 부를만한 발명이 이어진다. 바로 그 유명한 PCR(Polymerase chain reaction)이 바로 그것이다.(p.67) 이 장비에 대해서는 아직도 대학교 박사 후 과정에 있는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얼마나 연구에 있어서 혁명적인 장비인지 아직도 입에서 침을 튀기면서 이야기를 하신다. 특히 내가 아는 선배는 우리 학교에 처음으로 PCR 장비가 들어왔을 때 이 장비를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PCR 장비가 고장나자 약 2주일 가량을 잠적해야만 했을 정도로 이 장비가 얼마나 중요한 장비였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장비를 단지 드라이브 하다가 발명하다니…

 

 그리고 이 책에서 이런 생명과학에 있어서 밝은 면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박사 후 과정에 있는 연구원이 겪게되는 이른바 "죽은새증후군"(p.75)과 동업자가 하는 논문 심사(p.89)의 폐해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특히 1등만이 모든 열매를 가져가게 하는 현재 과학계 풍토에서 논문의 조작이나 일부 표절 같은 문제는 언제나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은 과거 우리나라의 유명한 이른바 <황우석 사태>를 통해 우리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과거 DNA의 구조를 밝혀낸데 큰 역활을 했던 프랭클린(p.114)의 사진을 훔쳐서 노벨상을 탔던 크릭와 왓슨에 비해 아무런 영광도 없이 생을 마감한 프랭클린을 비교해보면 과연 현재 과학이 과연 공정한 게임인가는 회의가 든다.

 

 이어서 점점 "생명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가까이 다가감에 따라 이 질문에 결정적인 힌트를 줄 쇤하이머를 만나게 된다. 그의 실험을 통해 몸의 단백질은 사흘 만에 새로운 아미노산에 의해 50% 바뀐다(p.139)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 모든 원자는 생명체 내부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흐르면서 빠져나가는 것이며 변화야말로 생명의 진정한 모습(p.143)이라고 밝혀지게 되었다. 결국 질서는 유지되기 위해 끊임없이 파괴도지 않으면 안되며(p.145) 한마디로 생명이란 동적 평형 상태에 있는 흐름이다(p.146)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제 길었던 질문에 답을 내릴 때가 가까이 오고 있다. 이제 PCR에 이어서 이른바 "혁명(Revolution)"을 불러온 녹아웃 마우스(Knock-out mouse)(p.210)와 ES Cell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녹아웃 마우스는 드디어 Gene과 단백질의 기능을 밝힐 수 있는 실험 방법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발명이었으나 당시 이를 발명한 과학자가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특허(patent)를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떼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발로 차버렸다고 교수님이 말씀하시면서 특허신청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던 기억이 있다.

 

 결국 녹아웃 마우스(Knock-out mouse)ES Cell의 조합으로 특정 Gene의 발현을 억제하여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Gene 또는 단백질의 기능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실제의 결과는 정상인 쥐와 다른 것이 없었다. 바로 여기서 생물은 기계가 아니라는 점이 밝혀지며 드디어 "생명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결정적인 힌트가 제공되었다. 즉, 생명체는 동적 평형상태를 유지하면서 동적 평형상태가 주는 유연성(p.235)을 통해 생명을 기계적으로 조작할 수 없다는 사실과 결국 우리는

 

"자연의 흐름 앞에 무릎 꿇는 것 외에,

그리고 생명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고 고백하게 된다.

 

 역시 이 것이 정답같다. 그동안 수 많은 과학자과 생명의 신비를 풀기 위해 도전해 왔으며 생명을 정의하거나 새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아직 그런 시도는 성공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글쓴이가 고백한 대로 우리는 "생명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고백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Genome project도 마무리 되었고 수많은 과학자들이 오늘도 생명의 신비를 풀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때문에 비록 현재는 할 수 없지만 조만간에 우리는 생명의 신비를 푸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결국 이 책은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이런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생명공학의 위대한 발견과 발명에 대해 비전공자라도 손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특히 마치 수필을 보는 듯한 자연 묘사(p.133)는 과연 이 책을 쓴 사람이 과학자가 맞는가 하는 의문마저 품게 한다. 이런 점에는 번역자의 뛰어난 번역 또한 한 몫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간만에 이렇게 대중성과 과학성을 동시에 잡은 책이 나온 것을 굉장히 환영하는 바이다. 이 책을 통해 과연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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