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상상마당이란 공간에서 하는 작은 북 콘서트엘 다녀왔다.
탁석산,배유안 작가가 책 이야기를 들려 주고, 가수 테이와 오지은 김신일이라는 뮤지션들이 함께했던 소박한 공연이었다.

2009년 첫 외출이 홍대입구가 될 줄이야
그리고 책과 음악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에 갈 줄은 미처 몰랐었다.

솔직히 탁석산님 작품은 제대로 정독한 것은 없었지만  이름 석 자와 유난히 흰 머리가 인상적이라 친근해서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는데 보기보다 젊은 목소리에 재치가 있어 좋았고  '스프링 벅'이라는 성장 소설을 지은 배유안이라는 작가가 상처받은 청소년들에게 말했다던 '어른들을 용서해라'는 구절은 두고두고 기억 날 것 같아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 누구도 어른 연습을 하고 어른이 된 게 아니니까.
나도 가끔 아니,너무 자주 아이들을 키우면서 부족한 면 어설픈 면을 자주 발견하곤 한다.
그러면서 늘 내 탓이기보다 아이가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던 것도 같다.
그런 아이의 모습은 나로 인해 비롯된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매번 부정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암튼 '북 콘서트'라는 어찌보면 애매한 쟝르가 아직 평화방송에서 존재한다는 게 고마웠고
책과 음악이 어우러져 사는 이야기,책 이야기,음악 이야기를 할 수 있음이 좋았다.
게다가 나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빅뱅이나 원더걸스만 좋아할 것 같던 큰 딸이랑 딸애 친구도
우리와 같이 좋다고 감동하는 것 같아 참 고맙고 좋았다.

역시...좋은 느낌은 세대를 초월하는 거구나 싶기도 했구
좁은 공간에서 느끼는 일체감이나 친밀감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마당'이라는 공간이 몇 천명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아닌 150여명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공간적인 협소함이 주는 장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은 가수 테이가 나온다고 해서 콘서트에 참여 한 면도 없지 않았는데
콘서트를 보다 보니 그 누구하나 모자람이 없이 다 제 역할을 해 주고 매력을 발산해서 더더욱 좋았다.

특히 돌아오는 내내 '김신일'이라는 뮤지션의 얼굴이 생각나 오래도록 그의 모습과 목소리가 각인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도 많은 이들이 설 수 있는 작은 무대가 많아 이름없지만 실력있는 뮤지션들과 자주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는 건설적인 생각도 잠시 했다.

 부담없는 금요일밤에 간만에 찾은 자유로운 홍대 입구의 자유로움, 
책의 향기와 음악의 향기가 오묘하게 어우러지며 뿌듯함을 주었던 그 시간들,
그렇게 '문화'란 건, 함께 부대끼며 향유할 때 더더욱 친밀하게 느껴지는 그 무엇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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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1-17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지은! 저는 오지은의 노래를 좋아해요. ㅎㅎ
 

 

처음 으로 참석하는 북콘서트. 

작가님들의 신선한 정신세계를 엿볼수 있었고, 감미로운 음악까지. 

특히 마지막에 공연한 "김신일"이라는 분은..와우..부라보... 

대중가요에 길들여져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소울음악이라는 판타스틱한 음악을 선보여 주셨다. 

어쩜 그렇게 필 충만한 공연을 보여주시는지,너무나 신선한 충격이기도 하였다. 

아쉬운점은 좀더, 작가님들과 일맥 상통할수 있는 싱어송라이터 들의 공연이 이어 졌으면 하는 바램이고, 

탁석산 작가님께 비평을 늘어놓으셨던 관객분은 약간은 반성을 쫌..하시는것이.... 

본인이 느끼는 감정은 이해를 하지만, 그런 주관적인 감정을 많은 다수들 앞에서 표출하시는것은.. 

그자리에 있었던 많은 자라나는 새싹들에게도 좋지 못할뿐더러, 탁석산 작가님을 존경하는 많은 팬들에게도 

예의가 아니었나 싶다. 

그런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직접 작가님들의 육성으로 글에 내포되어있는 내용을 쉽게 풀어 들으니, 

무슨 내용이었는지 ..이해심 부족한 나에게는 주석 같은 시간이었다~^^ 

 

*많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민분들..공연중간에 자리를 뜨는 불법에티켓? (ㅋㅋ)은  

쫌 약간만 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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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벅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어떤 엄마로 아이에게 교육하고 있을까?  

우리 아이는 엄마의 의견과 다를때 어떻게 반응하며 자기의 뜻을 관철시키려고 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엄마로서  반성을 하였습니다.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 아이에게 방학 중 읽어보라고 권했는데  작가와 함께하는 북콘서트라 더욱 기대되었습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탁석산선생님의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책은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몰랐는데 읽어봐야 하겠습니다.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한국인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킨 책인 느낌이었습니다.  탁석산선생님의  설명에 언급된 "좋다" 가  함께 간 중학생 아이들과 공통적으로 나눈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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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마코토 감독의 회고전 다녀왔습니다! 

좋은 시간을 선물해주신 알라딘!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웃 오브 플레이스> 보고 왔습니다.  

중동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느 누구의 편이 되어서가 아니라, 일본인, 중동에서의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더군요. 잔잔하고 진솔되게 이야기를 진행하는 담백한 스토리 전개에 많은 것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우리는 꼭 악인과 선인, 이분법하려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 다큐는 어느 누구에게만 일방적으로 상냥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이 다큐를 통해 만나고 경험하면서, 이 다큐에서의 내용이 지구 먼 곳의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준 알라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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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바보 2009-01-20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콘서트를 처음으로 다녀왔습니다.
홍대 근처로 그렇게 자주 놀러갔으면서 이런 행사가 있는줄, 그리고 상상마당이 그렇게 흥미로운 장소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북콘서트초대권을 저에게 넘겨주신 분이 너무너무 감사했어요. 어울리지 않게 책을 좋아하는 저에게, 거기다 음악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이런 좋은 기회를 알려주셔서요.
처음 갔던 지난주 금요일도 추운날이었지만 제 친구와 전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새로운 책과 음악과 그리고 사람들이 어우려져 만드는 그 따뜻한 분위기는 정말 너무 행복했어요.
다음에도 북콘서트나 여러 행사에 많이 많이 참석하고 싶어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은 기분 좋은 설렘을 동반한다. 시린 바람에 몸을 잔뜩 옹송그리며 덕수궁 돌담길을 종종 걸으면서, 나는 설렜다. 닮고 싶었던 이가 글 속에만 있었는데 그런 사람을 직접 '본다'는 것, 추위에도 발걸음이 마냥 살랑거렸던 건 그래설게다.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마속까지 정치적인>이라는 책 보다, 2007년 2월의 마지막 날(그 해 5월까지 10차례 매 주 연재) 레디앙에서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라는 글로 먼저 목수정 씨를 읽었었다. 경계를 해체한 삶. 22년 연상의 프랑스 남자와 동거하며(시민연대계약) 아이를 기르고 있다는 다소 선정적인 사실 외에도, 그의 글엔 문화, 자유, 평등, 가부장제와 결혼 등이 신랄하고 발랄하게 빛나고 있었다. 정말 단숨에 그 글을 읽어나갔고 새로운 글이 업데이트 되기를 호기심과 목마름으로 기다렸다. 거기엔, 내가 살고 싶은 삶의 지향이 꿈틀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디앙]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2009년 1월 13일 저녁. 나는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초청으로 '결핍 혹은 비정상이 내 발목을 죄는 족쇄가 아니라 자유로운 도약의 기회라는 것을 아는' 목수정 씨와, 그가 살아가는 '정치적인 삶'을 사랑하는(혹은 궁금해 하는) 많은 이들과 함께 둘러앉아 차를 마셨다.   

"미화하지 않고 일부러 과감하게 질러썼다"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는데, 저를 저자로 만들어주시는 건 독자분들 입니다. 오늘의 만남을 통해 아무 의미없이 돌아가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시귀국. 한 신문의 보도처럼 출판관련 업무 때문이 아니라, 그의 딸 '칼리가 한국을 그리워해서' 한국으로 왔다고 했다. 엄마의 마이크를 뺏어 "안녕하세요 저는 칼리입니다"라고 말하고 씩씩하게 웃던 아이는, 엄마가 사람들하고 대화를 나누든 말든  분주했다. 4살짜리 꼬마 숙녀의 분주함은 공간을 가르는 공기를 밝게 만들었다.  

세상의 모든 어른들이 옳은 것은 아니며 아이가 알아야 할 것이 있고 몰라야 할 것이 따로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표현 방식을 달리할 수는 있겠지만, 아이가 묻는다면 그리고 이미 보았다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이유를 설명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232쪽)

그런 그녀에게도 신념과 생활의 모순을 가장 많이 느끼게 하는 대상은 딸 칼리다. 그는 "딸이 나를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고 교육하면서도, "통제가 안되는 칼리 덕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지치는 모순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그럴 때면 일명 '착한 아이 놀이'를 한다고 했다. 엄마가 지칠 때면 아이는 다가와 '착한 아이 놀이'를 제안한다. 엄마의 지시(는 칼리가 정한다)에 "네, 엄마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달려와 안기는 놀이다. 제 이름이 엄마의 말에 자꾸 섞이자 가만 듣고 있던 칼리가 즉석에서 이 놀이를 제안해 보여줬고, 공간은 웃음으로 훈훈했다.

"미화하지 않고 일부러 과감하게 질러썼다"던 글은 레디앙 연재 당시 "소위 '좌파'라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돌팔매를 맞았고, 맷집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러나 책을 돈을 주고 사는 일반 독자들에 대한 반응에도 의연할 수는 없었던 듯 "누가 읽을까, 아무도 안살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독자들은 정말 어마어마한 분들"이라며, "제가 쓴 것 이상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많았"단다. "이렇게 급진적인 생각을 사람들이 편히 읽다니, 역시 질러줘야한다"고 말하던 표정은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걱정과는 달리 욕을 안먹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의 생각처럼 독자들이 '편하게만' 읽은 것은 아닌 듯 보였다. 한 독자는 "직설적인 책이 무서웠다"며 너스레를 떨어 사람들을 웃게 했다.  

사랑하되 결혼하지 않는 것 -  

연애는 결혼이라는 요란스런 사회적 통과의례로 가기 위한 청춘남녀의 요식행위가 돼 버렸고, 심지어 너저분한 상행위로 전락하는 경우도 숱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행복하게 결혼해서 잘 사는" 걸로 끝나지 않는 모든 사랑은 불장난이며 실패로 규정된다. (245쪽)

결혼은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모순들을 가장 잘 농축한 의식이다...한국사회에서 결혼이 여자에게 극단적으로 불리한 선택인 것은 한 남자와의 서약인 동시에,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는 그 남자의 친인척에 대한 일종의 노예서약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259쪽)

그녀는 사랑도 학문으로 배워야 한다고 했다. 책에서 주창한 바 있는 '사랑학' 역시 사람들의 호기심을 모았다. 그녀가 봤을 때 지금 우리가 보편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랑의 형태가 유일한 것이 아니며, 근대적 개념의 사랑이라는 건 협소했다.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양한 관점을 갖고 있는지 알아가는 의미에서 사랑이 학문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사회, 제도, 종교 등 이데올로기 권력의 질서에 맞춰 사는 세상에서는 사랑도 허용된 형태가 있고 제약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결혼과 사랑에 대해 한국사회가 바라는 틀을 객관적으로만 바라볼 수 있어도 좋겠다"고 말했다.  

까페에서 나란히 손을 잡고 앉아 있되, 시선은 밖으로 열어두는 방식에서처럼, 적절한 통풍과 환기를 허락하여 서로의 삶에 독립된 영역과 자유를 적절히 보장하는 방식은 그 관계를 더 건강하게 유지하게 만든다. 사실 사랑만 하고 결혼은 하지 않는 그런 무책임한 방법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260쪽)

사적인 공간과 시간들이 중요하게 인정 받는 연인. 나와 다를 수밖에 없는 한 개인의 존재를 오롯이 인정할 때 그런 시간들이 발생하고, 그것은 상대와 나를 더 단단히 엮어준다고 생각한다. '냉소로 쪼개지지 않는 1백%의 웃음'을 가진 그녀의 '시절인연' 희완이 그러함은 물론이겠지:) 고로 나는 소망한다. 희완처럼 '자신만의 성', 소우주를 가진 남자를!

삶을 즐길 줄 모르면 좌파가 아니고, 하면서 신나지 않으면 운동이 아니다  

88학번인 그녀가 민주노동당의 문화정책연구원으로 일을 시작했을 때, "NL과 PD의 계파 구분이 이젠 없겠지, 하고 안심했"단다. 그런데 현실엔 "그 것 밖에 없었다." 좌파라는 굉장히 협소한 판에서 다수 NL은 권력을 행사했고,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진보'를 세상에 설득하는 일은 점점 힘에 부쳤다. 그렇게 그녀는 분당을 지지했고, '진보신당의 파리지부 당원'을 자처했다.

그는 '좌파'라는 본인의 포지션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문화정책이라는 게 존재하려면 사회주의적 사고가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화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공적 서비스 영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모든 진정한 예술작품은 시대에서 튕겨져 나간다. 시대를 저항하고 조롱하고 비판하며 앞서 나간다. 우파는 오른쪽으로 가기 보다는 주어진 길을 가는 사람들이며, 좌파는 현상을 까뒤집어보고 다른 각도에서 삐딱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철학을 하는 자세와 예술을 하는 자세는 같다. 우파는 사람들을 얌전히 성냥갑 안에 넣어놓고 통제하려 들며, 좌파는 어떻게 해서든 그 통제의 틀을 뛰쳐나오려 한다. (290쪽)

그녀에게 예술은 자유를 확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무엇'이다. 세상에서 개인은 끼워맞춰 살아지는 존재이지만 예술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은 본연에 존재하는 욕망을 일깨우는 자극제가 된다.

그런 그녀에게 '좌파'는 엄격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좌파라는 '빨간 물'이 어느순간 어떻게 들었는지 본인도 명확하게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녀는 "상식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 넓은 의미에서 생명을 가꾸고 존중하며 존재하게 하는 모든 생각과 실천하는 사람들을 좌파라고 부른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생활좌파'를 주장한다. 

대의를 위해 자아를 희생하거나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본질적인 지향과 욕망에 충실한 선택으로서의 좌파, 자유롭고 당당한 생활좌파가 많을수록 미래가 밝다는 게 내 생각이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투쟁의 깃발을 높이 올리는 모습만이 좌파의 전부는 아니며, 그런 자세가 좌파의 승리를 앞당긴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213쪽)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이다   

집단적인 것, 사회적인 것, 규율과 시스템에 종속된 것, 나아가 이념적인 것은 억압적인 것이며 따라서 권위와 강압으로부터의 자유는 '개인적인 것'에서 찾을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아무리 개인적인 것이라 하여도 정치 중립적일 수는 없다는 것과, 사회에 내재해 있는 갈등과 권력관계로부터 자유로운 개인적 삶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이다"라는 간결한 구호로 수렴된다(참조:<68·세계를 바꾼 문화혁명>).

68운동의 그 구호는 그녀의 글과 삶에서 맥박치듯 생생하게 빛나고 있었고, '공과 사라는 영역의 경계긋기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필자의 이야기가 삶과 생활과 정치와 다양한 관계에 대한 신선한 자극을 줄 것'이라던 레디앙 편집자의 기대는 적중했다. 적어도 나에겐 말이다. 그녀가 살고 있는 삶의 '다름'에서 오는 불편함과 생경함은 내게 수많은 질문을 건넸고, 그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고민의 시간을 통해 세상의 모순을 봤다.

작년 여름, 책이 나왔을 때 망설이지 않고 구매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누군가는 도발적인 제목에 움찔했고, 누군가는 환호했다. 그것은 뼛속까지 자유롭다는 말 보다, '치마속까지 정치적인'에 담겨진 낯섬 때문이었을 걸로 짐작한다. '치마'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여성성과 어울리지 않는 '정치'라는 단어가 부딪쳐 만들어 낸 충돌과 불편함. 남성성이 지배하고 있는 사회의 규칙을 과감하게 부수는 도발이 거기에 있었다.

통장잔고가 20만원 뿐이고, 특별한 노후대책은 없어도 "재밌고 유익하게 살아남는 법을 고민한다"는 그녀. "생각을 좀 더 단단히 만들기 위해 많이 읽고 공부해서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고 싶다"던 그녀의 다음 책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가장 최근까지 읽었다며 높이 들어 보여준 책은 클라리사 P. 에스테트의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1994)>이었다. 나에겐 읽어야 할 책이 또 한 권 늘었지만, 그래서 기쁘다. "대개 움직이는 것은 얼어붙지 않는다. 그러니 움직여라. 끊임없이 움직여라"는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의 한 구절처럼,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모색하는 그녀의 움직임이 또 내게 어떤 용기를 줄 것인지 기대하기 때문이다. 

  
*글은 제 개인 블로그에도 포스팅 했습니다. 좋은 만남 주선해 주신 알라딘에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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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나 2009-01-14 0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벌써 이렇게 좋은 후기를... 훌륭하게 정리하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마늘빵 2009-01-14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후기 좋네요. 사진 각도의 위치와 글의 내용으로 보아, 구석자리에서 질문해주신 대학생이신가봅니다. ^^ 어제의 생생함이 다시 되살아나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01-14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책을 아주 즐겁게 읽었는데 이 후기를 보니 느낌이 살아나네요.

무위 2009-01-14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차시간때문에 일찍 자리를 떠야함이 아쉬웠습니다. 글로 뵈었을때 보다 훨씬 부드럽고 인간적인 향기가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다음글 기대하겠습니다.

azurstar 2009-01-15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멋진 후기네요 김밥을 먹고있는 제 뒤통수가ㅋㅋㅋ저도 그날의 두근거림이 되살아나는듯^^너무즐거운 저녁시간이었어요 멋진 질문을 하지못한게 못내 아쉽지만 뭐 내생활을 잠시잊고 결혼전으로 돌아갔던 기분만으로도 알라딘에게 절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moshs 2009-01-22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저도 그때의 기억이 아련하네요~ 인간 목수정을 만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던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귀한 시간을 허락해 주셔서 (알라딘님, 목수정님, 그리고 함께 한 독자분들)

ssuussuu 2009-02-20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책을 읽는 동안의 즐거움이 되살아 나는거 같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