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인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말하는나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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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 책은 처음 읽을 때 보다, 두 번째 읽을 때 더 좋았다. 이상하게 책을 다 읽었는데 덮어지지가 않는다. 자꾸 베아트리스와 폴란드인을 들여다 보게 되는 책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쿠시가 젊어서 쓴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든 쿠시 말고 좀 더 육감적이고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쿠시는 어땠을까?.


책을 읽으면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두 주인공이 생각나던 영화다. 그들처럼 뜨겁지는 못하지만 은근히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이 소설도 영화로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오디너리.." 그가 말한다. "오디너리라는 말이 더 좋을지 모르겠네요. 나는 당신과 같이 살고 싶어요. 그게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거예요. 죽을 때까지 당신과 같이 살고 싶어요. 오디너리한 방식으로요. 나란히 말이죠. 그렇게요" 그는 자신의 두 손을 꼭 잡는다. "오디너리한 삶을 나란히 사는 것.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오. 항상 말이죠. 다음 생이라는 게 있다면 다음 생에서도. 그러나 그럴 수 없다면 받아들여야죠 만약 당신이 안 된다고 하고, 나머지 생애 동안은 안 되고, 이번 주만 된다고 해도 좋아요. 그것도 받아들여야죠. 그냥 하루라도 괜찮아요. 그냥 일 분이라도 괜찮아요. 일 분이면 충분해요. 시간이 뭔가요?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우리에게는 기억이 있어요. 기억에는 시간이 없어요. 나는 당신을 기억 속에 넣어둘 거요. 그리고 당신도, 어쩌면 당신도 나를 기억할지 모르죠"



"물론 나도 당신을, 당신이라는 이상한 남자를 기억할거예요"

- P102

남자와 여자 두 극 사이에서는 전기가 튀든지 안튀된지 안다. 태초부터 그려 했다. 그냥 남자 여자가 아니라 남자 그리고 여자 그리고 없이는 결합이 없다. 그녀와 폴란드인 사이에는 그리고가 없다. - P74

우리 모두는 어딘가에 있어야 해요. 어디에 속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게 인간의 조건입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아니에요. 나는 당신 때문에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그게 무슨 뜻인가요? 저한테서 원하시는 게 뭔가요? 장신은 제게 피아노 클래스를 들으러 오라고 초대한 건 아니잖아요. 당신은 내가 당신과 자기를 원하나요? 그렇다면 단도식 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이럴 일은 없을 거예요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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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아무개 > '이삭 드 번콜’이라고 했던가?-'Limits of Control'을 보고

 

‘이삭 드 번콜’이라고 했던가?
주인공 남자의 두툼하면서 살짝 벗겨진 입술이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 보다 더 인상 깊었다면 누가 나를 속물이라고 흉보려나?
암튼 주인공 남자의 일거수일투족에 끝없이 시선이 머물던 영화였다.

그의 어눌한 듯한 발걸음
뭘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기 수련 모습

그리고 꼭 두 잔을 시켜 마시던 에스프레소 커피
또 장면마다 미술관을 찾아 그림을 보며 다음 수행과제를 연관 시키던 퍼즐 같던 게임.

그를 감히 누가 킬러라고 말 할 수 있으리?
전라의 여인이 옆에 있어도 돌부처로 지내는 냉정하면서 자제력 있던 남자
그런 남자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
아무리 의뢰인이 통제나 지시가 무섭더라도 말이다.
나라면 정말 나라면 절대 그렇게는 못하지 않을까 싶다.
난 그저 평범한 소시민에 불과하니까.

암튼 내 인생에도 나를 위해 모든 걸 자제하고 행해주는 그런 충실한 남자 한 명이 있다면 인생 성공 한 거 아닐까?
근데 그는 왜 그렇게 묵묵히 긴 여정을 걷게 됐던 걸까?
영화엔 나오진 않지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게 킬러의 운명인가?

펼쳐지는 장면 장면이 모두 미술 작품을 보는 듯 했고
가끔 잘 그려진 정물화를 바라보는 듯 했다.덕분에 영화를 감상한 게 아니라
잠시 미술관엘 다녀온 느낌까지 들 정도로.
특히 두 개의 성냥갑은 두 잔의 에스프레소만큼이나 인상적인 매개체였다.

중간 중간 나오던 의미 있던 대사들
중간 중간 나오던 ‘스페인어 잘해요?’ 라는 암호 문구.
어찌 보면 무척 단조롭고, 다른 한 편으로 보면 우리네 삶이 또 복잡하면 얼마나 복잡 하겠어 싶긴 하지만  
많이 절제하고 축약된 영화였다.

중간쯤 부분에서 스페인 배우들의 공연 장면은 밋밋했던 전개에 잠시 고요하던 나를 울컥하게 하는 마력을 뿜어냈다.
역시 음악이나 예술은 만국 공통어가 맞긴 맞는 모양이다.
잠자고 있단 감성이나 알 수 없는 맺힘을 툭 건드리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럼에도 반복되는 지시와 반복되는 설정엔 잠깐잠깐 지루함도 없지 않았고
잠시 왜 이렇게 밋밋하게 그려놓았을까?
왜 이렇게 어렵게 이야기 해 주려는 가 싶기도 했다.

근데 참 이상하게도 영화를 보고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도 잠깐 잠깐 영화 속의 장면들이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나고  
알 수 없는 상념에 빠져들 게 한다는 거다.
그것 참 아이러니 하게 말이다.

영화의 기승전결에 연연한 나머지 영화 그 자체를 제대로 못 본 건 아닌가 싶은 아쉬움도 남는다.
이런 이상한 기분은 대중적인 영화에서는 맛 볼 수 없는 묘한 여운내지는 감흥이라는 건가 보다.
혹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편안한 소파에 앉아 다시 보고 싶은 영화다.

처음 소극장을 찾았을 때 너무 작은 규모에 놀라 잠시 실망감도 있었지만
‘리미츠 오브 컨트롤’ 같은 영화는 그런 규모의 극장이 오히려 잘 어울리는 외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만에 킬러가 등장함에도 전혀 킬러 영화 같지 않고,  
동적인 영화 같으면서도 엄청 정적인 영화 한 편을 느긋이 감상한 듯하다.

평소 즐겨보던 드라마도 포기하고, 먼 길도 감수하고 간 것을 크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게다가 한 편의 영화를 보며 함께 공감하고 영화 이야기,삶 이야기,우리들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누던  
동행인이 있어 더욱 좋았던 영화였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으로 자막에 그려지던 인상 깊은 문구를 적어 본다.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꼭 묘지에 가봐야 해요’라던.
난 최고가 아니기에 꼭 묘지에 가 봐야 하는 건 아니겠지만
가끔은 위, 아래 없이 모두 낮게 묻혀 있는 이름 모를 묘지에 가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묘지 앞에선 누구나 숙연해지고 겸손해질 테니 말이다.

암튼 이 영화는 제목(Limits of Control)과는 정반대의 세계를 꿈꾸는 영화 같다.
인간의 삶에 있어 통제 보다는 자유를 선택하게 하는 뉘앙스를 주는 영화랄까?
그러고 보니 내가 늘 꿈꾸던 세상과 너무도 흡사한 듯하다.
난. 너무 지나치리만치 방임적인 자유를 추구해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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