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존경했던 이어령 교수님의 강의를 듣게 되어 너무나 들떴고,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사실 이 강연회와 교수님이 쓰신 책이 생각의 사고가 말랑한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저는 오히려 점점 사고가 딱딱하게 굳어져 가는 어른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책과 강연회시간이었던것 같아요.. 

 낭송 시간때는 눈을 감고 내가 마치 어린아이인것 처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고 

교수님 강연회 때는 웃고 즐겁게 생각하다보니 시간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동안 교수님을 지식인의 총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긋하신 연세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말랑한 

창조력을 표현하시며 살아가고 계심에 놀랐습니다. 

너무나 즐거웠고 동시에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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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생각학교 오리엔테이션에 다녀와서.

한 이메일과 이어령교수님의 선이해가 '춤추는 생각학교'에 대한 관심을 갖게했고, 

춤추는 생각학교에 대한 이벤트 안내가 책을 검색해 보게 하며 관찰하게 했으며,  

이벤트당첨의 영광으로 왕십리역 CGV에서 진행된 이어령저자와 만남을 통해 '춤추는 생각학교'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함으로  관계를 맺도록했다.  

낭독과 저자의 강연과 다시 낭독으로 이어지는 진행... 

사실 이런식으로 진행된 저자와의 만남은 내게 처음 경험하는 기회였다.  

이러한 진행 역시 창조적이라는 느낌을 갖게 했다.  

관심에서 물음표가 생기며, 그러한 의문과 질문은 관찰로 이어지며 이는 관계를 맺게해 창조적인 생각에 까지 이를 수 있다는 교수님의 '3관이론'(필자가 임으로 지어냄^^;)은 참 신선했고, 우리네 삶의 모든 부분에 적용될 수 있는 이론이 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택하는 사람이 아닌 창조하는 사람이 되어 앞으로 한국을 더 빛나고 아름다운 나라로 창조할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지며 가슴이 설레게 하는 꿈을 꿀수 있게 하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사용하시는 말이나 예화를 통해 특별히 '타인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도 그정도로 사는 몇 나라들과 비교해, 남들에게 그렇게 당하고서도 이정도로 사는 나라가 한국이다'라셨던 말씀을 통해 한국을 향한 교수님의 뜨거운 마음을 강하게 접할 수 있었기에 한국적인 가정교육을 비전으로 삼고 있는 내게 큰 도전이 되는 시간이었다.  

비록 마음속의 철조망을 거두어내는 창조의 과정이 지루하고 더딜지라도, 창조의 궁극적인 보상은 즐거움이라고 하신 교수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창조학교에 입학하기로, 또 다른 이들도 창조학교에 관심을 갖고 관찰하고 관계 맺도록 초대하기로 다짐해본다.   

 

강연장이나 공연장이 아닌 극장이었기 때문인지, 마이크가 중간에 여러 번 튀어 조금은 안타까웠다.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 이야기만큼 좋은 것이 없는데, 강애심씨의 귀에 쏙쏙 들어오는 목소리의 낭독은 책 속의 글이 이미지로 떠오르게 한 매우 좋은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극장이었으니 초반에 낭독을 했다면 후반에는 글을 영상으로 제작한 플래쉬나 에니매이션이 상영되었더라면 아이들도 많이 참석했으니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참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 문화관광부와 알라딘과 푸른숲과 cgv에, 또 춤추는 생각학교를 통해 내 안의 생각들이 철조망을 거둬내고 춤을 추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글을 써주신 이어령교수님께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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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을 위한 책 강연회인데, 이제 서른을 목전에 두고 있는 아저씨가 가도 되는 것일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러나, 이어령 교수님의 '춤추는 생각학교'는 아이들보다도 먼저 나와 같은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 하는 책이었다. 

교수님께서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상상력의 중요성에 대해서 역설하셨다. 

교수님께서는 어린 시절 '질문대장'이셨다고 했다. 
위대한 경영자와 위대한 철학가, 그리고 위대한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은 '관심'에서 비롯된다는 말씀을 강조하셨다. 

끊임없이 왜? 라고 묻는 아이들에게 윽박지르는 것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죽이는 것이며, 아이의 상상력을 죽인다는 것은 한 인 간의 미래를 무참하게 망가뜨리는 일이라고 주장하셨다. 

호기심, 즉 사물이나 이치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은 관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이러한 관심이야말로 인류를 이끌어나갈 위대한 인물의 전제조건이라고 말씀하셨다. 

그저 무의미한 태도로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삶은 지루하고 고통스럽다. 
 

 

< 이어령 교수님의 '춤추는 생각학교' - 나는 이 책이 전국민 필독서가 되길 간절히 희망한다>


끊임없는 관심과 관찰에서 비롯되는 상상력이야말로 인류의 희망이며, 발전의 원동력이다. 

시간이 흐르면 인간의 기억력은 감퇴되기 마련이지만,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사물을 관찰한다면 70의 나이에도 10대 못지 않은 유연함을 지니며 살아갈 수 있다는 말씀도 빼놓지 않으셨다. 

관심을 가지고 관찰을 하면 관계가 발생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오늘 강연을 정리하신 이어령 교수님. 

본인께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든 일에 관심을 갖는 태도만 갖게 된다면, 그깟 책 따윈 안 팔려도 좋다는 말씀을 하셨지만, 
이 책은 반드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읽혀져야 할 전국민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언제나 삶에서 맞닥들이는 모든 현상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보다 나은 창조를 통해 그 모든 것을 발전시켜 나아가는 습관을 들이는 사람들은 반드시 이 시대를 이끌어나가는 리더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대를 이끌어나가는 리더까지는 못 되더라도 적어도 내가 만든 철조망에 스스로 갇혀 인생을 무의미하게 낭비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강연장을 빠져나왔다. 

강연을 마치고 나서도 이어령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좋은 말씀들은 내 뇌리속에 깊이 각인되어 아주 오랜 시간동안 내 삶을 이끄는 훌륭한 나침반 역활을 해줄 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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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mi22 2009-02-04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아들이 나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잔소리는 '공부해라'나'게임 그만해라'가 아니다. '이빨 닦아라' '옷 갈아 입어라''발 씻어라'이다. 며칠 전 오늘 하루만 그냥 자게 해달라는 아들과 크게 부딪쳐 마음이 불편해 있었는데 오늘 교수님께서 매일 반복되는 이빨 닦기가 싫으셨다는 말씀을 듣고 큰소리로 웃었다. 이제까지 아들이 게으르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아! 우리 아들이 창의적인 소양이 있구나! 그래 오늘 밤엔 아들을 칭찬해야지!' 게으름을 고쳐야한다는 피곤함과 나를 닮아서 그렇지 하는 자책감이 웃음과 함께 일순간 나를 가볍게 바꾸어놓음을 경험했다.
구체적으로 교수님 말씀을 실천해보자.
1번/ 아들! 누가 맨 처음 이빨을 닦도록 만든거지?
2번/ 아들! 이빨 닦기 귀찮지? 반복을 좋아하는 사람은 창의성이 없대네. 우리 아들은 창의력 퍼팩트야! 그렇다면
겟 엠프드는 우리 아들 창의력을 깍아먹고 있는거 아닐까?
3번/ 아들! 육교 밑에 요즘 갑자기 치과가 두군데나 새로 생겼더라. 치과가 돈 많이 버나봐.
4번/ 아들!고마워. 어쩜 이빨이 고렇게 잘 생긴거야. 너 이빨 닦으면서 네 이빨 잘 관찰해봐. 이빨 센치도 비슷비슷하구 틈새도 없이 진짜 예술이다 너. 누나는 덧니때문에 교정하려면 5백만원에다 생이빨을 4개나 빼야된다잖아. 네 이빨은 보물이야. 잘 간직해라~.
이 글을 쓰면서 즐겁다. 요리조리 생각을 바꿔보니 입가에 웃음이 돈다. 남이 보지 못하는 것, 남이 갖지 못한 생각, 남이 느끼지 못한 것 그것을 즐기며 나누도록하자.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이 생각 저 생각 많은 생각을 하였다. 깊은 우물에서 시원한 물을 길어올리듯 뭔가가 자꾸만 올라온다.
왜 창조적 창의력이 아쉬운가? 왜 질문하지 못하며 왜 소통하는 대답을 못하는가? 그 이유는 바쁘기때문이다. 여백이 적고 여유가 없다. 밥 먹어야하고, 학교 가야하고, 다시 학원 가야하고, 빨리 자야하고.. 멍하니 있을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 그릇이 비어 있을 새가 없다.그래서 그릇은 커질 수가 없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담을 수가 없다
방학동안 만이라도 아무것도 못하게하고 함께 뒹굴면서 거짓말 한 양치기 소년 이야기나 나눠야겠다. 오늘 교수님의 강의 동안 퍼 올려졌던 많은 생각들을 아들에게 나눠주어야겠다. 질문 형식으로 바꿔가면서..
'아들! 엄마가 요즘 말도 더듬고, 냉장고 문 열고 한참동안 왜 열었는지 생각하고 그러잖니? 이담에 엄마가 이빨을 닦았는지 안닦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으면 어떻게 확인하면 좋을까? 뭐 기발한 방법 없을까?

오늘 행사를 준비하신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사회자분 원고 쓰시느라 고심 많으셨죠?
사진 찍으시느라 강의내용도 제대로 못 들으시고
무대에 책들 지그재그로 쌓으시느라
예쁜 마음이 있어야 나올 깊이있는 목소리와 보조개와 귀여운 모자와 편한 운동화를 신으신 강애심 샘도
많이도 갖고 오시느라 무거우셨을 책 관계자분들
일일이 전화하시느라

오늘의 삶에 기쁨 주신 분들 감사해요
저도 오늘 가까이서 뵌 교수님 열정과 강선생님의 따뜻한 목소리 생각하고 우려먹으면서 몇 배로 불려 개학하는 나의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나눠줄겁니다.
 

시민기자가 스승 사마천의 취재정신에 넋을 잃다

사마천과의 만남이 무척 운명적이었듯, 김영수 선생과의 만남 역시 갑작스러웠다. 이미 EBS에서 <사기와 21세기>라는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진행했던 터라 소문을 들었을 만도 한데 나는 사마천의 국내 전공자가 없다는 사실에 무척 목이 말라 있었다.
"삼국지를 10번은 읽어야 세상사를 논할 수 있다"는 저잣거리의 수사를 품에 안고 살기를 20여년 '사마천'이라는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사람의 역사서 <사기열전>으로 한문공부를 시작했다. 충격적인 인물을 여태 모르고 있었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삼국지 따위를 버리고 사마천에 빠져들었다. 특히 지금도 흉노열전과 화식열전, 골계열전은 무척 현대적이며 세련미가 있다. 2,000년도 전의 인물인데 말이다.
이런 매력적인 인물에 미친 사람이 이렇게 없을까. 사마천 연구자가 우리나라만큼 빈약한 곳이 또 있을까. 국내의 사마천 책은 번역서가 대부분이다. 김영수 선생에 의하면 그것도 사기열전에만 편중돼 있어서 사마천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다고 한다. 김영수 선생의 책 <난세에 답하다>를 보면서 평소 즐겨 읽던 사마천의 새로운 관점들을 알 수 있어서 무척 즐거웠는데,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생중계로 진행한 김영수 작가와의 대화에서는 책에서 읽지 못한 사마천의 심도 있는 해석방법과 현대에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마구 얻어갔다. 좋은 작가와 만나면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는 성미에다가 출판사와의 남다른 친분(?) 때문에 김영수 작가와 밤늦게까지 사마천에 관한 이야기를 할 기회를 얻어서 무척 즐거웠다.

김영수 선생은 현장 찬미가이다. 박사 과정을 포기하고 중국에 들어갈 결심을 하고부터 지금까지 100여 차례 중국을 돌며 사마천의 흔적을 취재했다. 그의 정성이 얼마나 깊었던지 사마천의 고향인 중국 섬서성 한성시 서촌은 성생에게 명예촌민이자 한성시홍보대사로 위촉할 정도였다. 사마천을 사기를 저술하면서 한나라 당대사 이전의 역사, 특히 춘추와 전국시대의 역사는 <전국책>과 <국어>의 내용을 원용했지만 시민기자로서 가장 존경스럽고 아름다운 부분은 그의 취재정신이다. 영웅의 후손을 만나보거나 고향으로 직접 찾아가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서 역사에 기록하는 등 <사기>에는 사마천의 취재기가 곳곳에 배어 있다. 김영수 선생은 중국을 직접 오가며 취재를 하고 나면 사마천의 문장들이 더욱 깊게 다가오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난세에 답하다>에는 김영수 선생이 직접 보고 들은 취재기가 많이 수록돼 있는데 창의적인 역사의 서술은 면밀한 자료조사와 현장 취재에서 나온다는 것을 나는 사마천과 김영수 선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 국내에서 유일하게 사마천 연구를 왕성하게 하고 있는 김영수 작가의 강연회에는 고른 연령대의 독자들이 자리를 채웠다. 생중계 시작할 때는 독자들도 작가도 잔뜩 긴장을 했지만 이야기보따리가 풀리며 김영수 작가의 표정처럼 모두들 원만한 분위기가 되었다.


<사기>에 최초로 아로새긴 비밀

김영수 선생의 남다른 독법에 감탄을 자아낸 부분이 있었다. 그야말로 들으면서 무릎을 탁 쳤다. 지금 사기 본기와 세가, 열전을 펼쳐보며 확인작업을 하고 있는데 세 편명의 첫머리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사기본기의 첫머리는 <오제본기>, 세가는 <오태백세가>, 사기열전은 <백이숙제열전>이다. 모두 다른 사람에게 왕위를 양보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중국사의 성군 요왕은 아들이 아니라 신하인 순왕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이른바 '선양'을 하게 되는데, 선양은 중국사에서 매우 고귀한 가치이다. 선양과 세습은 성인이 바라보면 매한가지이지만 범인의 관점에서는 하늘과 땅의 차이다. <오태백세가>는 동생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오랑캐 나라로 도망간 오태백의 이야기를 다룬다. <백이숙제열전>은 동생에게 왕위를 양보해 수양산에서 굶어죽은 고죽국의 왕족 백이와 숙제의 이야기다. 세 편을 뒤적거리며 '양보'라는 가치가 빛을 드러낸다. 김영수 선생은 이 밖에도 사마천의 사기는 무척 신비스러운 안배가 숨어 있다고 한다.
꿈보다 해몽이 더 마음에 드는 경우도 있었다. 김영수 선생은 골계열전을 사기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편명 중에 하나로 꼽는데, 그것은 바로 '유머'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자들과 하버드 학생들의 공통점은 유머를 구사할 줄 안다는 데 있다. 창조적 정신과 드높은 교양은 유머를 통해서 나오는데, 유머가 없는 사람일수록 진취적이지 못하다.

몇 년 전 블레어 영국 총리가 '부시의 푸들'이라는 별명으로 곤욕을 치르던 시기에 공교롭게 부시와 블레어가 공동 기자회견을 하게 되었다. 짓궂은 기자가 부시에게 "블레어가 당신의 푸들이라고 하는 말을 알고 있습니까?"라고 물어다. 블레어가 옆에서 끼어들며 "Yes라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렇게 된다면..." 기자들이 웃었다. 부시는 정색하며 "블레어 총리는 나의 소중한 친구이지 절대로 푸들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기자회견장은 순간 멍한 분위기가 되었다. 국가 지도자가 무능한 것은 그런 대로 참을 만한 일이지만, 국가 지도자가 유머가 없다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개그콘서트>라도 보면서 억지 유머라도 키웠으면 얼마나 좋을까. 골계열전에서 사마천은 두 번이나 찬평을 하는데 시경이나 서경 등의 육예뿐만 아니라 골계미 넘치는 은밀한 말 속에도 이치에 맞는 것이 있어 이것으로 얽힌 것을 풀 수 있으니 위대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영수 선생은 이를 이렇게 해석했다.

세상사가 예의범절만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무언가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유머다.

김영수 선생이 극찬을 아끼지 않은 편명은 열전의 맨 마지막 편인 <화식열전>이다. 사마천이 넣을까 말까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배치다. 아니나다를까 <화식열전>으로 인해 사마천은 후대 사가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 했는데, 그 중 가장 심하게 평가한 사람은 <한서>를 엮은 반고다. 사리사욕의 문제를 역사책에 다뤘다고 '탐욕'이라는 글자까지 써서 비난했다는 것이다. 김영수 선생은 <화식열전>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혀를 내둘렀다. <화식열전>은 경제와 사람의 함수관계를 가장 정확히 지적했다는 것이 김영수 선생의 평가다. 그것은 화식열전의 한 구절을 꺼내봐도 알 수 있다.

"천금을 가진 부잣집 자식은 저잣거리에서 죽지 않는다."(화식열전, 중국속담)


▲ 중국 섬서성 한성시에 세워진 사마천상 영상자료를 설명하는 김영수 선생. 무엇이 그에게 평생토록 사마천 연구에 매진하도록 만들었을까?



현 정부, 국민, 재벌 CEO에 대한 따끔한 지적들

"우리 스스로가 왕조를 극복해내지 못하면서 어떻게 현대사의 비극을 운위할 수 있을까요?"

김영수 선생이 뭇 사람들에게 내리는 정직한 진단이다. 역사 민주화에 한해서 우리는 중국만도 못하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당 태종이라는 왕호를 버리고 이세민이라는 실명을 쓴 지 오래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세종 대왕을 '이도'라고 부르지 못하고, 정조 대왕을 '이산'이라고 부르지 못한다. 그나마 '이산'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드라마 때문일 것이다. 김영수 선생은 간신에 관한 책을 두 권이나 출간했지만, 정작 우리나라 간신에 관한 책을 내려고 했을 때 선뜻 나서는 출판사가 없었다고 술회했다. 그것은 우리가 역사에 대한 민주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학 중앙연구원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인데, 조선시대의 인물계보에 관한 역사를 추적하던 한 학자가 괴한에게 린치를 당했다. 감히 자신의 조상의 뒷조사를 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주소라고 씁쓸하게 말문을 이어갔다.

그는 정직이 학문의 전부라고까지 말했다.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주고, 뉴타운 총선에서 특정 정당에게 몰표를 주면서도 자신이 뽑은 사람들을 욕하는 모순과 이중성이 어떤 무게 있는 비판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고 토로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못된 이중심리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더의 자질을 기대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리더를 보필하고자 하는 생각이 없고, 리더의 리더십에만 편승하려는 무척 이기적인 사고방식이 현재 한국인들의 정서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이 리더십의 경전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리더십과 동시에 펠로우십(fellowship)을 꺼내들고 있기 때문이다. 펠로우십의 가장 전형적인 인물은 '포숙아'다. 관중을 처형하려는 제환공의 마음을 바꾸어 재상으로 기용하게 하여 제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 놓은 것은 관중의 리더십이 아니라 포숙아의 펠로우십이 조화를 이루었기에 가능했다.

현 정부의 정직하지 못함도 아울러 꺼내들었다. 정치인을 내각에 임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명해놓고 이달곤 국회의원을 행안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상상치도 못할 거짓이라고 경악했다. 청와대와 여권의 해명은 더욱 말문이 막힌다. 국회의원을 했지만 평생 연구자로 있었기 때문에 이달곤 국회의원을 정치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김영수 선생은 더 말을 잇지 않았다.

이어진 술자리에서 말과 언로에 대한 진귀한 답변을 들은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진국이다. 말이 통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말의 격을 세우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 CEO들의 학습 태도를 지적하며 말의 저급화를 지적했다. CEO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고 나면 꼭 마지막에 '요약'을 해달라는 게 그들의 습관이라는 것이다. 파워포인트 같은 단순명쾌한 요약자료에 익숙해진 그들은 오의()라는 말과는 너무나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CEO들뿐이랴. 솔직히 나는 <난세에 답하다>가 너무 대중적이고 쉽게 쓰여진 것에 불만을 토로했는데, 책에 대한 리뷰를 분석한 편집자에 의하면 "책이 너무 어려운데 좀더 쉬운 개설서를 써달라"는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우리 자신의 허물은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누군가 나서주기를 바라고 뭔가 좋게 바뀌기를 바라기만 하는 무책임함이 대한민국을 유령처럼 떠다니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때의 비감함이란.


▲ <난세에 답하다>는 현대사회가 새겨들어둘 만한 키워드만을 뽑아 사마천의 사기를 풀어쓴 이야기책이다. 사마천에 대해서 좀 더 심도 있는 담론을 원하는 욕심 많은 독자라면 김영수 작가의 <역사의 등불 사마천, 피로 쓴 사기>(창해)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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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그미 2009-02-01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강연장에 있었는데도 더 많은 것을 얻어오신 듯 하네요. 정성어린 리뷰 잘 읽었습니다. 강연이 뒷풀이까지 이어진 모양인데 지방에서 올라온지라 기차시간에 쫓겨 사인만 받고 나온 게 많이 아쉽네요.

승주나무 2009-02-01 23:32   좋아요 0 | URL
말그미 님의 후기도 잘 읽었습니다. 알라딘 강연을 할 때마다 서재지기들이 후기를 많이 올려 주었으면 좋겠네요^^ 알라딘도 마일리지를 아끼지 말고 후기를 남기는 문화를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ㅎ
 

  1월 30일 토요일 저녁 7시 30분 상암동 오마이뉴스에서 티비녹화와 함께 진행된 김영수 선생님의 '난세에 답하다' 강연에 잘 다녀왔습니다. 사는 곳이 대전이라 오후일정을 다 미루고, 기차 타고 훠이훠이 올라간 수고가 전혀 아깝지 않은 참으로 멋진 강연이었지요. (선생님 또한 멀리 영광에서 4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오셨다고 하니, 강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버는 돈의 절반은 길바닥에 뿌리고 다니는 것 같다는 말씀에 좌중이 모두 웃었지요. 우리나라에서 사기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책을 내신 분이 딱 세 명인데, 그 중에서 대중에게 사기에 대해 알려줄만한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보니 그 책무를 다하고자 열심히 다니신다고 하시더군요.그런 열정이 없으셨다면 오늘 그 자리에 제가 초대되어 귀한 말씀 들을 기회가 없었겠지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책을 다 읽고 가려고 했는데 명절이 끼고 이래저래 연말연시의 바쁜 일정들이 겹쳐 다 못 읽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명쾌한 강의에 책을 다 읽은 듯한 착각이 들더군요.^^  

이날 강연은 세 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두 시간 동안 진행이 됐습니다. (질의응답, 사인회 포함)

1부 정치편에서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큰 문제인 정치력의 부재가 어디서 오는가에 대한 고찰이었습니다. 리더와 리더십을 생각한다는 소주제 아래 리더에 대한 평가는 자질과 용인으로 나뉘는데 사기에 나온 위인 가운데 유방과 항우를 비교해가며 현상인정형의 진화하는 리더인 유방이 현상집착형인 퇴보하는 리더인 항우를 이길 수밖에 없음을 알게 했습니다.

2부 사회편에서는 민심과 여론을 다루었는데 민심은 즉 천심이요, 당태종 이세민도 일찌기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하며 민심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주소공의 명언으로 여론을 억지로 막아선 안 된다고 2600년 전에 이미 사기에서 말했건만 지금의 정부가 '사이버모욕죄'를 들고 나서며 인터넷 비판여론을 잠재우려는 시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3부 경제편에서는 탐욕을 성찰하고 상덕(商德)을 제시하는 화식열전을 들어 오늘날 경제의 문제를 말씀하셨습니다. 화식열전은 사기의 130권 가운데 129권으로 마지막 권이 사마천의 자서전이자 전체 권의 요약서인 '태사공자서'란 점을 감안할 때 사기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권이라 할 수 있는데, 사마천이 왜 관념적인 것에서 출발하여 경제적인 것에서 마무리를 했는지 그 편집의 안배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2천 5~700년 전에 이미 세상의 진리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준 사기가 왜 고전 중의 고전인지 알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중국인들이 절대적으로 생각하는 이 사기엔 우리 고조선을 다룬 조선열전이 있고, 역사적 사실 면에서는 거의 틀림이 없을 거라는 말씀을 들으니 사기를 제대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침 선생님께서 사기 전권의 완역작업이 곧 마무리 되어 조만간 책으로 나올 것이라 하니 어서 그 완역본이 보고 싶어집니다.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너도 나도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이 힘든 시대에 딱 맞춤하여 '난세에 답하다'란 책이 나오고, 필자인 김영수 선생님의 강의도 직접 듣고보니 이 시대를 헤쳐나갈 든든한 지침서와 멘토를 얻은 느낌입니다. 특히 정치를 하는 분들이나, 경제를 이끌어나갈 분들, 사회 각층의 리더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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