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게까지 마신 술의 숙취로 오늘 내내 힘들었다. 지금에야 정신을 차리긴 했는데 정신은 반 쯤 나가도 해야할 일들은 모두 해내고 있으니 오랫동안 직업훈련에 투자한  시간을 몸이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어쨋거나 깨질듯한 머리 속에서도 떠오르는 말은 하나였다.

"역시....젠장.."

거미같은 인간이 있다.  여기저기 보이지 않는 그물망으로 숨막히게 하는...거기다 자신의 손에는 절대로 피를 묻히지 않으면서도 다른 이는 지저분한 곳을 구르게 만드는...그런 사람이...

어제 술자리에서 사무장과 한잔하면서 원장의 계산을 다시 역계산 했다.

병원내 직원중 하나도  좋은 자리로 함께 옮겨줄테니 어짜피 직장을 옮길거면 원장과 사무장이 아는 곳으로 가는 것이 어떠냐고 은근슬쩍 날 떠본다. 비열하다. 사람들의 인사권을 이용해서 가뜩이나 동료들을 소중히 여기는 나에게 앞으로의 나의 행보가 병원직원의 인사이동과 관련되어 있음을 암시하는 방법을 구사하는 원장의 비열함이 역겨웠다.

사무장에게는 참고만 하겠다고 말했으나  약간 마음이 흔들렸고, 술을 마시며 마음을 다시 잡았다.

- 이만큼 휘둘렸으면 되었다. 그 병원직원도 자기문제는 알아서 하겠지..내가 지지해줄 문제는 아니다. -

빨리 직장을 떠날 7월 말만 기다리고 있다.

거미같은 인간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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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9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여우 2005-07-19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사람들이 함께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참 역겹지만
그게 또 세상살이라...어렵군요.
에오스님, 너무 거미줄에 매이지 마셨으면....

클레어 2005-07-20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흐흐~

파란여우님/ 부비부비~ 여우꼬랑지 털에 잠시만 기대도 될까요?
 

유리의 技術/ 정병근


유리창에 몸 베인 햇빛이
피 한 방울 없이 소파에 앉아 있다
고통은 바람인가 소리인가
숨을 끓고도, 저리 오래 버티다니
창문을 열어 바람을 들이자
햇빛은 비로소 신음을 뱉으며 출렁인다
고통은 칼날이 지나간 다음에 찾아오는 법
회는 칼날의 맛이 아니던가
깨끗하게 베인 과일의 단면은 칼날의 기술이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풍경의 살을 떠내는
저 유리의 기술,
머리를 처박으며 붕붕거리는 파리에게
유리는 불가해한 장막일 터,
환히 보이는 저곳에 갈 수 없다니!
이쪽과 저쪽, 소리와 적막 그 사이에
통증 없는 유리의 칼날이 지나간다
문을 열지 않고도 안으로 들이는 단칼의 기술,
바람과 소리가 없다면 고통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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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유명한 대사는 천계영의 '언플러그드 보이'라는 만화에서 나온 말이다.

2. 직장 앞에 '영양탕'집이 생겼다. 가뜩이나 요즘 몸이 허해졌다 느끼고 있는데(과학을 한다는 인간이 이와 같은 표현을 쓴다는 것은 아이러니하지만서두 뾰족하니 대체를 할 말을 찾기 귀찮다.-_-) '왠 째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여기서 잠깐. '영양탕'집에 가보면 알겠지만 멍멍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삼계탕도 판다.  내일이 초복이지 않은가? 벼..변명이 되나?? -_-;;;)

요즘 개업집에서는 연례행사처럼 행사 도우미들을 불러서 시끄러운 음악과 함께 화려한 춤실력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은 출근시간부터 뿡짝뿡짝~거리는 음악과 함께 숏팬츠에 탱크탑을 입은 긴 다리의 아가씨들이 열심히 춤을 추며 홍보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관심을 가지고 보던 사람들도 하나둘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그들은 춤을 추는데 그들의 앞을 비켜가는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었다. 그러나, 그녀들은 여전히 춤을 추고 있었다. 그녀들 옆 바람인형이 너훌거리듯 그렇게..그렇게 말이다.

이목을 끌지 못하는 행사 도우미.. 모두가 짜증을 내면서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그녀들에게 춤은 무엇인가?

미끈한 몸매와 길쭉길쭉한 팔다리에서 뿜어내는 율동이 전혀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고 낭비되고 있음을 그들도 느끼고 있을까? 하루 일당에 맞추어 추는 춤, 어떤 개업식에서나 볼 수 있는 그녀의 춤은 바람인형의 춤과 비슷한 면이 있는 듯 했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3. 하루좽일 그녀들의 춤과 소란스러운 바깥 광경 때문에 산만해진 정신머리는 '힙합'을 추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런 의미없이 소비되는 음악과 그녀들의 동작들이 폭력으로 내 머리를 흔들어 놓고 있다. .. -_-

에어로빅장에라도 왔다고 생각하고 그녀들의 춤을 따라라도 한다면 조금은 이 상황이 의미가 있어질까?

에라~ 잘 모를 때는 일단 저지르고 보는 거다.

사무실 문을 잠그고 스텝을 간만에 밟아보다.. -_-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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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7-15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영상으로 보여주셈^^

클레어 2005-07-16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저는 짝춤아니면 동영상 안찍습니다..ㅋㅋ 여우님과 춤출 기회가 있다면 동영상을 찍지요..우헤헤~
 

김현선생의 한마디가 생각났다.

"아프면 아프다고 해야지..왠 헛소리.."

요즘 꽤나 힘든 환자를 보고 있다.  몇 시간동안 엘레베이터에 갇혔던 여자분인데 그녀를 '엘레베이터공포'에서 꺼내주는 일이 내 일이다. 난 어떻게 그녀를 세상으로 끌어낼 수 있을까? 그녀는 엘레베이터 타기가 두려워서 집밖에 나가기 싫단다. 그래도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계단을 따라 내려와 내가 있는 곳으로 와주는 그녀가 고맙다.

그러나, 난 오늘도 그녀를 울렸다. 그리고, 아마 내일도 그 싫어하는 엘레베이터에다 그녀를 데려다 놓을 것이다.  그녀의 퇴행이 아프다.  여태껏 잘 하던 엘레베이터 타기라는 기능을 놓아버린 그녀의 공포. 나는 그녀에게 매몰차게 7일의 시간을 못박았다. 그 시간의 못박음은 나에게도 함께 작용한다. 그녀가 그동안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나또한 그녀의 공포를 함께 느껴야 하고 그녀를 유혹해서 그녀에게 별 것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므로..

매일매일 나보다 나이 많은 그녀를 야단치고 어르고 달래며  말한다.

"괜찮아..괜찮아.."

그러나, 난 괜찮지 않다.

김현 선생의 한마디가 갑자기 생각이 난 것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둘러둘러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그 감정을 구겨놓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현 선생의 말을 읖조리며 왠지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마음속에다 슬픈 괴물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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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7-05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고 님이 아프시면 안되요...
아퍼도 살살 아프기...

딸기 2005-07-05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오스, 정말로 그런 일이 있구나. 그런게 트라우마라는 거니?
그런데 일주일 시간을 주고 '억지로' 치료를 해도 되는 걸까?
난 의사가 아니라서 잘 모르고, 또 네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마는
그 환자가 참 안쓰럽다.

그나저나.
너 시간 있니?
혹시 소개팅 할 생각 없는지.

딸기 2005-07-06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개팅 뿐 아니라.
다담주 주말에 울집에서 벙개한다.
라불리 8월초에 유학가거든. 되도록이면 와.

클레어 2005-07-07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안녕하세요? 흐흐~ 녀석을 길들이는 것도 삶의 한 방편이 되겠지요..워~워~ 너무 설치지 말라구.. 힘들잖아..라구 말이죠. 저도 녀석 길들이기는 젬병인지라 별로 설득력이 없는 말 밖에 해드릴 것이 없군요. 쿨럭~ -_-

파란여우님/ 아플 때는 아프되 파란 여우님의 말대로 살살 아프겠습니다. ^^

딸기님/ 어짜피 그 환자의 배경이 될 뿐이지만 그래도 그 사람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오도록은 해야겠죠. 힘들기는 하더군요. 여전히 제자리 걸음..-_-
주말에 시간이 있습니다. 다다음주 별 일 없으면 연락드립죠.
 

며칠전 이런 글을 보았다.

"이스라엘은 골리앗을 무너뜨리기에는 너무나도 크다고 생각했다. 다윗은 골리앗을 돌팔매를 던져서 절대로 빗나가지 않을 정도로 크다고 생각했다." 라는 글..

다윗의 돌팔매가 정통으로 골리앗의 마빡에 작렬하여(-_-;;) 거대한 골리앗을 쓰러뜨렸으니 망정이지 골리앗의 다른 물렁물렁한 부분에 맞아서 별 타격을 주지 않았으면 이와 같은 글이 나왔겠냐마는 어쨋든 '발상의 전환'은  여태껏 보이지 않던 부분을 보게 해주고 장점이 단점이 될 수 있음을, 부정적인 사건이 긍정적인 사건으로 거듭날 수 있음을 알게 해준다.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느냐면 요즘 '시간이 없다.'.라는 말을 달고 살면서 책 한권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데 '핑계거리'가 있다보니 점차 당연한 것으로 생각이 들더란 말씀..거기다 시간이 있어도 '쉬어야 한다'며 뒹굴뒹굴거리면서도 '(책 읽을) 시간이 없어~ 인생 까칠하네..진짜.'라고 하며 발을 까닥거리고 있는 한 마리 짐승은 게으름에 제대로 길들여져 버린 것 같다.-_-  그러나, 한 10년쯤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더 시간이 없는 상황에도  '자책모드'를 발동, 억지로 책을 읽으며 '무식한 짐승아~ 넌 언제 책 속의 모든 것을 파악하겠냐?'를 부르짖었으나  머리 속에 남아 있는 것은 없는 것을 보면 ,  '즐기지 못하는 억지 춘향식의 일은 절대로 내 것이 될 수 없다.'라는 누군가의 이야기는 진실이었던 모양이다.  결국 예전과 지금의 내 모습이 정반대의 양상을 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결과를 내고 있는 것을 보면 '시간이 없다.'라는 명제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탓일 것이다.

"시간이 없다." 라는 말의 발상의 전환은 "시간이 있다." 이다.

모든 사람에게 내려지는 하루, 24시간은 사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시간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상대적인 비중과 밀도로서 채워지게 되는데, 이것을 조절하는 주체가 내 자신임을 잊고 객관적인 시간에 그저 둥둥 떠밀려 갈 때 "시간이 없다."라는 말로 자신의 여유없음을 표시하게 되는 것일터. 이와 같은 상황을 '중요한 일을 할만큼의 시간은 있다.'로 바꿀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여태껏 미뤄놓았던 일들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이만큼 생각을 정리했으니 내안에 자리잡고 있는 골리앗도 조만간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데 혹시라도  내 안의 골리앗이 넘어가지 않고 두눈 부릅뜨고 내 앞에 버티고 있다면 여전히 나는 주체적인 '다윗'이 아니라 멀뚱히 '다윗'의 영웅적인 행위를 지켜만 보고 있는 '이스라엘'이기 때문일 것이다.

피에수: 그런데,  골리앗보다 게으름이 더 이기기 힘들다!!!..털썩..-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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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7-05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피에수에 절대, 절대!!!! 동감..흐흑

클레어 2005-07-07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게으름이 날 덥쳐와도 파란여우님과 함께라면.. 같이 즐길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