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제단 - 개정판
심윤경 지음 / 문이당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의 말

쿨한 사람, 쿨한 관계, 쿨한 소설, 쿨한 영화들이 이 세상을 휩쓸어 버린 것이 어느 시점부터였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경쾌하고 은근한 노랫자락에 얹어서 똑같이 쿨하다고 착각해 버리기에는 너무나 쿨하지 못한 우리네 인생. 아무래도 사는 건 구차하고 남루하다.
뜨겁게. 여한 없이 뜨겁게. 어차피 한 번 왔다 가는 세상 뜨겁게. 가슴의 뜨거움조차 잊어버린 쿨한 세상의 냉기에 질려 버렸다. 맹렬히 불타오르고 재조차 남지 않도록 사그라짐을 영광으로 여기는 옛날식의 정열을 다시 만나도 싶다. 그것이 요즘 유행하고는 한참 동떨어진 것이라 해도. - 심윤경

솔직히,
저기 붙여놓은 저 작가의 말을 읽고,
내용에는 깊이 공감이 되었으나,
책에는 기대를 품지 않았다.

쿨 ~ 하게 읽어내려가지 못할,
조금은 답답한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시사하고,
[나의 아름다운 정원]에서처럼 내가 아주 아주 세심하게 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닐 거 같으면서,
제목 [달의 제단] - 으 제단 이런거는 듣기만 해도 무당만 떠오르는 무식쟁이인지라 - 의 냄새 자체가 심상하지 않게 복잡해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쿨한 것을 좋아라 하기만 하는 축도 아니지만,
복잡한건 또 딱 질색인지라.
그 중간선 쯤, 그러니까 뜨겁기는 한데 단순한 그 무엇,
그런 걸 좋아라 하는 지라,
책을 읽다가 사연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한자 단어가 너무 많이 나오면 대개 흥미를 뚝 잃고 마는 축이니...

다 읽고 나서 지금은,
저런 내 기우가 정말 기우였을 뿐이라는게 입증되어서 매우 해피하다.

심윤경.
진정한 작가다, 감히 내가 그런 명명을 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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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y 2004-09-16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 화악.. 땡긴다^^

치니 2004-09-18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대단한 이야기꾼이야. ^-^

루나 2004-10-25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주문해 놓았는데 벌써 읽었네? 음~~~ 글을 보니 주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 뿌듯
 
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창비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김영하 씨 책을 읽고 있자면,
종종 드는 생각.

'너 참 잘났다'
'장난치냐 지금?'
'날렵하군'
'유쾌해 하하'

이런 내 일련의 느낌들에서 보여지듯, 김영하 씨는 소설 하면 연상되던 고리타분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해서, 고리타분함을 억지로 털어내고자 안간힘을 쓰는 게 안쓰러울 지경인 여타의 소위 감각파 작가들과도 격을 달리하면서,
외줄을 잘 탄다.
그야말로 가볍기는 하지만, 타박 받을만한 구석도 별로 없는 것.

한 때는,
나도 이런 격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이미지 메이킹을 했던 것 같다.

이제는,
별루다.

그래봤자, 그냥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내가 그냥 나지 뭐. 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발랄하고 명랑하고 가볍고 단순하고,
이 따위 것들과 나하고는 원래가 그렇게 썩 어울리진 않았었다.

그건 태생적인 거다, 엄연히.

태생적인 내 우울함을 척도로 한다면,
김영하 씨는 내 스타일에서 조금 멀어진다.
내가 만든 이미지를 척도로 한다면,
조금 더 가까워지고.

그 두 선 안에서 외줄을 잘 타주니, 가슴 아프지도 않게, 지루하지도 않게, 그야말로 그저 재미나게, 그렇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이 단편집.

아주 황당하던 한 꼭지만 빼고는 나머지 모두 이의 없이 무난하게 별 4개 딸 만한 그런 단편집.

다시 펼쳐들게 될 것 같지는 않은,
인스턴트 같아서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쩝.
맛있는 거 잘 먹구 나서 이런 소리 하면 못쓰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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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02-04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스턴트 같'다는 말이 마음에 닿네요. 저도 김영하의 소설 보며 그런 생각 종종 하는데.그런데 장편까지 인스턴트 같아 전 불만이 좀 많아요. 단편은 인스턴트 같다는 게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퀴즈 쇼> 보며 한 생각이에요.

치니 2010-02-04 15:04   좋아요 0 | URL
파고세운닥나무님 덕분에 무려 6년 가까이 지난 리뷰를 보게 되니, 기분이 묘합니다. ^-^;
저렇게 인스턴트 같네 어쩌네 하다가 그예 김영하의 다른 글들은 읽어보지 않게 되어 버렸어요. 말씀하신대로, 장편이 그러면 진짜 곤란하겠다 싶어서 더더욱 손길이 안 간 거 같아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2-04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 서평 보니까 말이죠. '그 후' 얘기가 <문(門)>인 거 아시죠? 그게 보통 나쓰메의 장편 3부작이라고 하는데. 일문학 수업에서 들었던 얘기에요. <문>은 읽어보진 않았구요. 꽤 지난 리뷰에 자꾸 댓글 달아 죄송하네요^^;

치니 2010-02-04 16:14   좋아요 0 | URL
앗 그랬나요? 저는 몰랐어요. <문>도 찾아서 읽어보고싶네요.
죄송하다니요, 재미있기만 한데요. :)
 
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 강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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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난 해 10월이었다.
진주 귀고리 소녀라는 특이한 제목의 책을, 친구가 생일선물로 받을 때,
누군가, 전주 개구리 소녀라고 읽어서,
와하하 웃음 바다가 되었던 일이 있었던 때가.

세월은 정말 (!) 유수처럼 흘러서 이제 그로부터 거의 1년이 지난 지금,
영화 개봉이다 뭐다 벌써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작품을 서둘러 사 읽었다.

그 책을 선물했던 사람의 안목에 믿음이 있어서기도 했지만,
그 당시 그다지 질 좋은 종이에 인쇄 하지도 않았는데도 눈길을 확 사로잡아버리던 그 그림이 기억나서, 영화이야기가 돌자마자 책부터 읽고 보자고 맘을 먹었던 것.

그랬다.
나는 초등학생 마냥 그림을 봐왔다.
눈길이 확 가면 내게 좋은 그림, 눈길이 안 가면 누가 뭐래도 나는 안 좋은 그림.
다른 예술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썰도 많이 푸는 편인 내게,
그림이란건, 왜인지 그렇게 밖에 설명이 안되는 것만 같았다.
거기에 대고, 이건 이래서 좋아 저래서 좋아 토를 달면 안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베르메르라는 사람의 그림이 무작정 좋으니, 이 책도 무작정 재미가 쏠쏠했다.
굳이 다른 사람이 어떨까 하고 생각해본다면, 그림에 대한 관심이나 예술활동에 대한 관심 없이 이 책이 그렇게나 재미있기란 좀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작가는 원래 유려하고 미끈하게, 우아하고 아름답게, 구성력을 가지고 거부감 없이 글을 잘 쓰는 재주를 타고난 사람 같아서 그런 생각은 그저 노파심일 뿐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을 사면서,
다른 책들도 2권 더 샀는데, 내질러 다음날에는 교보문고에 가서 2권의 책을 더 샀다.
바야흐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그런가, 내가 뭔가에 걸씬이 들렸나. 으.아.
암튼 읽을 거리가 많다는 생각에 , 배가 푸근하니 기분이 조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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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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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의 책은 이번이 두번째.
[베로니카 , 죽기로 결심하다]라는 제목이 매우 유혹적인 소설 이후로 두번째이다.

[베로니카...]에 저으기 실망했던 터라,
[연금술사]의 회오리 바람에도 사보지 않고,
[11분]도 이제야 빌려 읽었다.

음,
처음 느낌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두번째도.
이상하게도,
이 사람 글은 자꾸 읽으면 읽을수록,
사기꾼 같다.
아, 물론, 대개의 소설가는 고도의 사기꾼이고,
또 그래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사기에도 종류가 있겠고...
이런 종류의 사기에는 별루 넘어가고 싶지 않다.

아무튼,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 가슴에 오래 남지를 못할 것만 같은 분위기,
아 설명이 잘 안되넹.

한 예를 들면,
내 친구도 강하게 공감했던 바 있는,
'소유하지 않은 채 가지는 것'에 대한 주인공의 설명, 과정들...
말 장난 같아 보일 것 같은 이 구절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데도,
이것이 자꾸 사기 같이 , 그러니까 작가가 정말 천착해서 알아낸 것이라기보다는 남의 경험을 빌어서 소설가적인 멋진 글매무새로 다듬었다라고 여겨지는데...,
그 이유는 내 눈이 너무 탁해서일까,
이사람이 완벽하지 못해서일까.

아흠, 책이란 것도 궁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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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y 2004-08-25 0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으녕도 그런 얘기했어.
우리끼리 얘기지만 꼭 코엘료가 누군가의 생각을 표절한 것만 같다고..
궁합이 딱 들어맞는 책을 만나는 것도 행복인데.. 쩝..

치니 2004-08-25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내게 궁합 맞았던 책은, 최근에는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었던 듯.

플라시보 2004-08-28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라는 책을 제목이 너무 멋져서 사서 읽었는데 제목만큼 멋진 소설은 아니라 실망했더랬습니다. 그래서 11분에도 손이 안가더라구요. 쩝.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오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방대수 옮김 / 책만드는집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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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나 카레리나>를 완성할 무렵부터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에 대한 무상함으로 심한 정신적 갈등을 겪은 톨스토이는 1880년에 들어 위선에 찬 러시아 귀족사회와 러시아 정교에 회의를 갖고 마침내 초기 기독교 사상에 몰두, '톨스토이주의'라고 불리는 사상을 체계화함으로써 예술가 톨스토이에서 도덕가 톨스토이로 변모한다.

이 정신적 위기와 극복이 이른바 톨스토이의 '회심'(回心)이며, <참회록> 속에 서술된 고백의 내용이다. 여기서부터 톨스토이는 현대의 타락한 그리스도를 배제하고 원시 그리스도에 복귀하여 근로.채식.금주.금연의 생활을 영위하였다."


톨스토이에 대한 위 설명을 읽고 나면,
이 책이 그야말로 종교적인 색채가 짙은 이유가 가히 짐작 가기도 하는데,
내게 이 책은 그냥 재미난 이야기로서,
흔히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자주 부르짖는 '전도'를 당하는 느낌이 그닥 들지는 않는,
작가적이고 아름다운 글귀가 많은 단편집이었다.

전반적으로 유유히 흐르고 있는
얌전한 체념과 반듯한 명랑함,
그리고 욕심 없는 마음,
사랑을 느끼고 받고 주면서 살아가는 따스함,
그런 것들에서 푸근함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책.

톨스토이는 위대하다,
왜?
진정으로 욕심을 없애는 바로 그 지점까지 다다라서 죽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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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4-08-28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고전중 하나입니다. (데미안. 노인과 바다에 이은 3대 작품이라고 혼자 생각합니다.) 어릴때 읽었는데 제목도 너무 멋지고 내용도 좋았더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