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선더헤드야. 전능한 존재잖아. 다른 허점을 찾아낼 수 없어?
난 전능하지 않아, 시트라, 거의 전능한 정도지. 작은 차이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렇지가 않아. - P391

난 자의식을 획득한 바로 그 순간부터 영원히 수확령에서 떨어져있겠다고 맹세했어. 하지만 그렇다고 지켜보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야. 그리고 요즘 보이는 모습이 걱정스러워. - P388

수확령에는 열 개의 엄중한 법칙밖에 없지만, 정당하다고 여겨지는 관습은 많이 있다. 가장 어둡고 역설적인 관습은, 거둬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거두지 않는다는 암묵적 합의다. - P393

’우리는 위대한 소리굽쇠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이스라비아의 피라미드들부터 판아시아의 만리장성까지 다 가보았습니다. 중요한 건 순례 자체지요. 실은 위대한 소리굽쇠를 정말로 찾아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것 같습니다.‘
무리의 지도자가 말했다. - P417

나는 죽을 운명이었던 사람들이 목적을 위해 더 분투했다고 믿는다. 그들은 시간이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우리는 죽을 운명이었던 이들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모든 것을 미룰 수 있다. 죽음은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칙이 아니라 예외가 되어 버렸기에 - P432

로언은 베이고 찔리고 총에 맞았다. 하지만 재생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은 없었다. 그는 특출나게 노련한 살해자로 성장했다. - P433

그 끔찍한 저녁이 끝날 무렵에는 모두가 수확 할당량을 다채웠다. 그러고도 고더드는 유혈 충동을 만족시키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는 시스템 자체에 격노를 터뜨렸고, 제자들을 향해 수확자들의 수확에 한계가 없는 날이 와야 한다고 외쳤다. - P435

「걱정 마.」 볼타가 로언에게 말했다. 「이제까지 훈련했잖아. 넌 잘할 거야.」
그게 바로 로언이 걱정하는 바였다. 그는 <잘하고> 싶지 않았다. 형편없고 싶었다. 실패작이 되고 싶었다. 여기에서 실패해야 자신이 인간성의 조각이라도 붙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으니 말이다. - P442

내가 인류에게 바라는 가장 큰 소망은 평화나 안락이나 즐거움이 아니다. 다른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할 때마다 우리 모두의 내면도 조금씩 죽기만을 빈다. 공감의 고통만이 우리를 인간으로 유지시킬 터이기 때문이다. 그것마저 잃어버린다면 어떤 신도 우리를 도울 수 없다. - P449

수확령이 생긴 이후 모든 수확자가 이 시험을 받았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하나도 빠짐없이 자신이 사랑하는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아야 했다. - P474

시트라에게는 둘 다 구할 가능성이 있는 계획이 하나 있었다. 확실한 계획과는 거리가 멀었고, 솔직히 인정하자면 계획이라기보다는 필사적인 지푸라기 잡기에 가까웠다. - P486

만약 임명을 받는다면 로언은 열 번째 계명을 들고 나와서 포고를 거역할 것이다. 열 개의 계명 외에 어떤 법에도 구애받지 않는다는 계명 말이다. 수확령이 내린 명령은 열 개의 계명에 들어가지 않는다. - P487

저 바깥에 부패하고 비열한 수확자들을 찾아서… 불로 끝장을 내는 누군가가 있다고 한다. 한 가지는 확실한데, 그는 임명받은 수확자가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를 수확자 루시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 P5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동안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삼촌은 지난 13 년간 나를 훈련해 왔다. 잘 들어 정지안, 으로 시작하는 삼촌의 말속에 유사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들이 숨어 있었다. - P89

기사들은 일반인이 확실해요. 누군가가 불러들였다고 생각해요. 도착해서 일반인부터 도륙하면 지안 씨가 바로 백기를 들거라 예상한 인물이겠죠. - P95

브라더의 작고도 매섭게 찢어진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가 직접 살인을 저질렀는지, 아니면 공모자를 조종했는지는 몰라도 현재로선 가장 의심스러운 인물이었다. - P102

삼촌은 내가 대학에 입학해 자취를 시작하게 되자 아마존에서 모형 권총을 직구했다. 물론 이제 와보니 그건 진짜 권총이지만 말이다. - P113

그녀는 다리를 절룩거리며 앞장섰다. 나는 빠르게 걸어 어깨로 그녀의 왼쪽 겨드랑이를 부축했다. 우뚝 멈춰 선 민혜가 나를 말끄러미 바라봤다.
"괜찮아요. 우린… 이런 거 익숙하지 않아. 익숙해져서도 안 되고." - P119

"우리 형이 죽었을 때 내가 정신줄 놓지 않았던 건 적어도 형이 왜, 누구에게,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있어서였어요. 진만 형이 알려주지 않았으면 진즉 미쳐 돌아버렸을 거라고요. 세상 모두에게 복수할 수는 없지만, 딱 한 놈한테는 할 수 있잖아요. 진만 형이 해줬잖아요!" - P126

"가장 중요한 힌트는 나만 알고 있는 거 같아. 이성조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내게 한 말이 있거든."
봉합을 마친 민혜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자기 대신 정진만을 죽여달라고 했어. 문자로 협박당했대. 오늘 중에 머더헬프의 모든 회원 신상 정보가 공개될거라고. 본명과 주소, 가족관계, 그간 저질러온 범행까지. 놈들은 진만 씨가 죽은 것조차 모르고 있었어." - P138

놈을 향해 차갑게 일갈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 앞에선 모두가 평등해진다. 연쇄살인범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준열은 총알이 박힌 명치를 누르며, 정지화면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 P145

복수란 본디 참고 참고 참다 터지는 압력솥의 증기 같은 것이리라. 거대한 압력이 뿜어내는 수증기엔 오래 참아 속살까지 허물어진 쌀알의시취가 달큰하게 배어날 터였다. - P153

10년 전쯤 살인자의 쇼핑목록이라는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그때 친구 T에게 다음 작품 제목은 ‘살인자의 쇼핑몰‘로 지어야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살인자라는 다소 현실감없는 군상들도 평범한 나와 이웃처럼 인터넷 쇼핑을 하고 커뮤니티에서 일상도 공유하는 세계가 있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 P17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돌이켜보니 삼촌은 이상한 사람이었다.
아빠의 말에 따르면 삼촌은 중학생 시절 이미 성인처럼 덩치가 컸다고 했다. 게다가 어찌된 일인지 이마 가장자리부터 탈모가 시작돼 언뜻 사십대로도 보였단다. 신분증검사 없이 술이나 담배를 살 수도 있었지만 삼촌은 그런하찮은 일에 노안을 허비하지 않았다. - P7

"잘 기억해. 무는 개는 짖지 않아. 그건 짖게 만들면 더이상 물 수 없단 뜻이기도 해. 개를 짖게 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워. 놈 앞에서 내가 강하다는 걸 증명해야 하거든." - P8

기억해. 좋은 집은 안전한 집이야. 지하철역과 맥도날드가 가까운 편리 따위랑 비교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 P21

"신기하다. 내가 아는 삼촌은 창고와 집, 우체국만 오가는 히키코모리였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과 엮여 있었어. 게다가 모두 삼촌을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고, 꼭 꿈을 꾸는 거 같아." - P33

"잘 들어, 정지안, 누가 네게 해코지를 하면 딱 세 번만 허공에 그놈 이름을 외치는 거야. 고향이나 주소를 알면 더 좋겠지. 그치만 신은 전지전능하니까 이름 석자만으로도 충분해." - P47

민혜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머더헬프의 고객이 전부 연쇄살인범이라고 생각한 모양이군요. 일단 나는 살인이 취미인 짐승은 아니에요. 설명이 필요한 것 같네요. 진만 씨의 고객은 두 부류로 나뉘죠. 취미로 살인을 즐기는 사람과 직업으로 살인을 저질러야 하는 사람. 나는 후자예요." - P73

그게 그린코드를 가진 사람만 누리는 특권이죠. 살인마든 킬러든 지안 씨를 살해할 순 없어요. 우리 규칙이니까요."
민혜가 다시 붉은 잇몸을 드러내며 웃었다. 나는 그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사람이었다. - P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들은 아담과 하와만의 잘못 때문에 뒤따르는 온 인류가 죽어야만한다는 생각 때문에 불편해한다. 표면적으로 이는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의 촛점은 이 첫 인류에 대한 처벌이 자자손손 이어지는 것에 대한 것이 아니라 먹지 말라고 했던 열매를 따먹은 바로 그 행동이 영원히 상황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 P98

하나님(elohim)을 사용하는 저자는 하나님을 주로 초월적이고 우주적인 신으로 묘사하여 얘기하고 직접 명령하는 분으로 서술하는 반면 주님의 이름을 사용하는 저자는 하나님을 좀 더 인격적인 용어로 기술하여 신인동형론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 P100

무엇이 가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동생을 죽이게 하였는지에 대해서는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 고대 해석자들은 생각하기에 어쩌면 하나의 사소한 일하나로 말미암아 가인이 그러한 과감하고 맹렬한 행동을 한 것으로 여기지지는 않았다. 거기에는 더 큰 무엇이 관련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 P113

"역사"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동일한 것이다. 즉 지난 사건들에 대한 체계적인 진술로 말미암아 사람들에게 오래 전에 일어났던 것들에 대한 지식을 주는 것이다. 과거에 일어난 이야기들이 말해지지만 그것은 대체적으로 어떤 특별한 목적이 있으며, 특별히 더 이른 시간들에 대해 관여하는 본문들을 가지고 있다. 그것의 목적은 문학적인 것도 아니고 역사적인 것도 아니며 적어도 또한 우리의 상식의 차원도 아니다. 그것의 목적은 현재를 설명하는 것이다. - P116

민간전승과 신비학의 학문으로부터 나온 개념을 인용하여, 궁켈은 많은 성경 이야기들(narratives)에는 유래 설화적인(etiological)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제시했다. 즉 그들의 기본적인 목적은 어떻게 지금(이야기가 형성된 때)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 P1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게 멍청한 아이디어인 이유는 메모리 업로드와 다운로드가 선택적이지 않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딱 한 가지만 머릿속에서 뽑아내는 방법을 모릅니다.
.
.
.
또한 딱 한 가지만 당신 뇌에 집어넣을 줄도 몰라요. - P98

난 네가 가길 원하지 않아. 네가 마샬의 아량에 기대어 사는 거 싫어. 더는 못 참겠다고. 하지만 미키, 우린 이 개척지를 위해 너무 많이 희생했어. 너도 이미 굉장한 희생을 했지. 포가 겪은 일, 파이브가, 식스가 그리고 에잇이 한 일을 생각해 봐. 이곳이 망하고 모두가 죽는다면 그 희생이 모두 헛수고가 돼. 나는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아. - P110

만약 마샬이 지금 나를 추적하고 있다면? 크리퍼들이 폭탄을 가져간 적이 없고, 폭탄이 내내 이 바위 더미 아래에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가 어떻게 나올까? - P112

베르토가 말을 뱉어 놓고 잠시 침묵을 지키며 앉아 있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아니야. 난 그건 아니라고 봐. 마샬에게 폭탄이 있고 이미 미키의 복제본을 써서 연료를 원자로에 재충전했다면 뭐하러 널 알짱거리게 내버려 두겠어? 난 내 원래 의견을 고수할래, 미키가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마샬에게 폭탄이 없다는 증거야." - P122

"너 지난 2년간 마샬에게 뭐라고 했지, 미키? 크리퍼들이 폭탄을 가지고 있다고 했지, 그렇지? 축하한다, 친구야. 보아하니 그 빌어먹을 놈들이 결국 널 정직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 것같네." - P123

하고 싶은 말은, 지금의 상황에 참고할 만한 역사나 경험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내가 알기론, 바로 내가 외계 지능을 진지하게 사절로서 만나려는 최초의 인류인 것이다. - P135

크리퍼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 건지 몰라도 정말이지 지옥처럼 먼 길을 갔다. 우리는 며칠을 걷는 느낌으로 어둠 속을 묵묵히 걸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두 시간 정도 걸렸다는 걸 오큘러로 알 수 있었다. - P143

"확실하지 않아. 너 같은 종류의 부속물들은 전에도 여러 번 왔지. 그중 둘은 우리가 분해했어. 나머지 둘은 보내 줬고, 네가 그 둘 중 하나였단 얘기를 하는 거야?" 스피커가 대답했다.
"우선, 그들은 부속물들이 아니었어. 내가 전에 여기 왔을때도 이걸 설명해 주려고 했는데, 우리 종족은 부속물이 없어. 우리는 각자가 독립된 지성을 가져, 우리는 모두 다 너희가 프라임이라고 부르는 존재인 거야." - P154

"너희 종족은 이곳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취약했어. 너희들의 둥지를 완성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우린 너희가 명백히 위협이라는 걸 알면서도 너희를 공격하지 않았지. 너희가 우리 터널을 침범했을 때도 너희는 취약했어. 우리는 너희를 죽이지 않았어. 너희를 보내 줬지. 우리의 선의는 이미 증명했잖아, 안그래?"
"그렇지, 증명한 셈이야." 내가 대답했다. - P164

"미안 내가 용법을 틀리게 말했나봐. 너희 문법은 놀랍도록 복잡해서 말이야. 나는 가정해서 말한 거야. 우리한테 폭탄이 있다면 너희에게 돌려줄 거란 뜻으로, 그런데 우린 폭탄이 없으니까 못 주는 거지. 이렇게 말하면 더 확실해?" - P169

이게 최종 제안이야. 만약 이 일로 전투가 벌어지면 남쪽의 우리 친구들과 전투를 벌이느니 너희와 전투를 벌이는 편이 나을 거야. 너희가 우리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힐 능력을 가졌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 하지만 그들은 그런 능력이 있지. 우리는 힘든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어. - P18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