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말문이 트였을 때 처음 알게 되는 사실은 개는 할 말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뭐든 그렇다. - P13

나는 바로 그런 온갖 일이 벌어지던, 모든 게 엉망진창이던, 스팩족의 시체들로 높이 터질 것 같고 인간의 시체들로 묘지도 남아나질 않은, 마을에 사람이 거의 없던 시절에 태어났다. 그래서 기억하는 것이 하나도 없고, 소음이 없는 세상도 기억할 수 없다. - P22

이 세상에는 그저 끊임없이 나를 덮쳐오는, 사람들과 다른 생물들이 생각하는 소음만 있을 뿐이다. 전쟁 때 스팩족이 소음 세균을 퍼뜨린 후로 쭉 그랬다. 그 세균이 남자들 절반과 여자들 전부를 죽였는데, 우리 엄마도 피해 가지 못했다. 그 세균은 살아남은 나머지 남자들을 미치게 만들었고, 광기에 사로잡힌 남자들이 총을 들면서 스팩족도 멸망했다. - P27

나는 마을의 망할 모든 주민 하나하나가 내는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다. 그들의 소음은 홍수처럼, 타오르는 불길처럼, 하늘만큼 어마어마하게 큰 괴물이 잡으러 오는 것처럼 어디에도 숨을 곳 없는 나를 향해 언덕을 타고 흘러온다. - P34

이 교회야말로 애초에 우리가 신세계에 오게 된 이유로 매주 일요일마다 우리가 왜 죄악과 부패로 가득 찬 구세계를 떠났는지, 그리고 이 새로운 에덴동산에서 어떻게 새롭고 순결한 삶과 형제애를 시작하는 걸 목표로 했는지 아론 목사가 설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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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베트는 양면적인 여자였다. 만일 누가 성질을 건드린다면 세상에서 가장 가혹할 사람은 바로 그녀였다. 반면, 상대의 인간적인 약점에 대해선 눈 하나 찡그리는 일이 없었다. - P804

"그래, 원하는 게 뭐죠?" 그가 먼저 물었다.
"내가 돈을 좀 훔쳤어요." 그녀는 더없이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걸 관리해줄 사기꾼이 필요해요." - P807

리스베트는 지브롤터에서 이 주 넘게 머무를 줄 정말이지 예상하지 못했다. 그 정도 시간이면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문득 앞으로 무얼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십이 주 동안 머물러 있었다. - P816

"그녀를 사랑해요?"
리스베트는 대답하기 전에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러고는 끝내 고개를 저었다.
"아뇨. 난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녀는 친구예요. 그리고 잠자리에서 잘하고요."
"사랑에 빠지는 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이에요. 부인하고 싶을 수 있죠. 하지만 사랑의 가장 흔한 형태가 우정 아닐까요?" - P817

순간 안니카가 목소리가 단호해졌다.
"리스베트, 정말 성인으로 살아가고 싶다면 앞으로는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할 거예요. 당신이 그 돈으로 무슨 짓을 하든 난 신경 안써요. 하지만 유산을 받았다고 서명은 해줘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고나서 마음껏 술을 퍼마시라고요." - P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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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베트는 문득 열두 살 때 겪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녀는 상트스테판 정신병원에서 모든 자극이 제거된 병실에 묶여 있었다. 페테르는 시도 때도 없이 들어와 문틈으로 새어 들어온 미광에 희미하게 비친 그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곤 했다. - P459

"지금 살라첸코 클럽은 날 감시하고 있고, 역으로 난 그들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살라첸코 클럽을 감시하고 있죠. 상황이 이쯤 되었으니 수상께선 노여우시면서도 한편으론 불안하시겠죠. 이 모임이 끝나면 대형 스캔들이 기다리고 있고, 정부는 살아남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아시니까요." - P403

리스베트는 미카엘이 쓴 글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했다. 일련의 사건들이 어떻게 귀결될지 분석해보고, 미카엘이 세운 계획을 꼼꼼히 확인하면서 여러 가능성을 따져보았다. 그리고 이번 한 번만 그의 제안을 따르기로 결심했다. - P543

에리카는 살트셰바덴 집에 혼자 있었다. 온몸이 마비된 듯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누군가가 전화를 걸어와 지금 자신의 사진들이 인터넷에 떴다는 소식을 알려줄 것만 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계속 리스베트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지나친 기대를 걸고 있다는 사실에 부르르 머리를 흔들었다. - P592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오늘 아침, 리스베트의 변호사가 검사에게 그녀가 쓴 자전적 진술서를 제출했어요. - P659

안니카는 공판이 시작되고 이틀 동안 특별한 질문이나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법정에 모인 사람들은 오늘도 그녀가 의무적으로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끝내리라 예상했다. 리샤르드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제길, 변호인측 반격이 이렇게 형편없어서야 재판이 빛이 나겠나… - P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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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자네 말은 우리 세포가 지금 범죄행위를 벌이고 있단말이야?"
"아냐, 그건 자네가 잘못 이해했어." 드라이 대답했다. "세포에 고용된 특정한 인물들 몇몇이 그런 일을 저지르고 있단 말이야. 세포지휘부나 정부가 이런 행위를 승인했을 거라고는 단 일초도 생각해본 적 없어." - P345

토르스텐은 스스로를 민주주의 옹호자로 여겼다. 그의 논리는 매우 간단했다. 헌법은 의회가 세웠으며, 자신의 임무는 헌법이 훼손되지 않도록지키는 일이었다. - P347

그는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예란의 자동차 역시 분명히 보았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그 차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계속 걸었다. 아주 침착하고 냉정하게 행동하고 있군.
다른 사람 같았으면 당장 달려가 차문을 열고 놈의 멱살을 잡았을 텐데. - P395

그는 마침내 결론에 도달했다. 아무리 터무니없게 들릴지라도 드라간의 주장이 옳았다. 지금 세포 내부에는 어떤 음모가 존재하며, 정상적인 활동과는 상관없는 일들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 P433

빌어먹을 에베르트 굴베리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세포 국장에게 전화해 물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꾹 참았다. 이 음모가 어느 선까지 올라가는지 알 수 없었으니까. 한마디로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 P437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다시 한번 요약해보죠." 수상이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세포 내부에 헌법적 권한을 벗어난 음모가 존재하고,
그 때문에 오랜 세월 일련의 범죄활동이 벌어져왔다고 의심한다는 말이죠?"
토르스텐이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 P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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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네르스트 제국을 무너뜨린 저널리즘의 여왕이자 가장 강직한 언론인이라는 명성을 누리고 있는 여자. 생각해봐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인물 아니겠어요? 만일 당신이 이 신문을 젊게 만들지 못하면 그 어떤 누구도 할 수 없어요. <SMP가 고용한 건 단지 에리카 베리에르가 아니에요. 그 이름이 지닌 아우라 전체를 고용한 겁니다. - P242

미카엘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치밀한 탐사기자라면 충분히 편집증세를 일으킬 만한 정황이었다. 지금 자신이 은밀한 감시를 받고 있으며 누구인지는 몰라도 감시자가 너무도 서투르다는 사실, 이것이 미카엘이 내린 결론이었다. - P243

드라간은 세포가 불가피하게 필요한 기관이며, 온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목적이라면 가벼운 대인 사찰도 크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문제는 있었다. 이처럼 국민을 사찰하는 임무를 띤 기관은 엄격한 공공의 감시 아래 있어야 했다. - P251

안은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예비수사 보고서를 덮었다.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살라첸코와 군나르 비에르크가 같은 날 죽었다는 건 정말이지 너무나 찜찜한 정황이었다. 하나는 미치광이 정의의 사도에게 살해당했고, 다른 하나는 자기 손으로 목을 매달았다. - P260

리스베트는 이따금 깊은 우울에 빠져들었고, 자신의 상황과 미래를 해결하는 일에는 아무런 흥미도 보이지 않았다. 변호사가 자신의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만 제대로 변호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듯, 아니면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안니카로선 아무것도 모르는 채 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P264

둘만 있을 때 그녀는 리스베트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도발적일 만큼 싸늘한 태도로 경찰과 대화하기를 거부하는지.
"그들은 내가 말하는 걸 왜곡해서 나한테 불리하게 써먹을 거니까요"
"하지만 자기 입장을 설명하지 않으면 당신은 유죄선고를 받게 돼요"
"어쩌겠어요, 받아들이는 수밖에. 난 이 엿같은 이야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어요. 저들이 내게 유죄판결을 내리겠다면, 그건 더이상 내문제가 아니죠." - P264

"극도로 교활한 여자예요." 페테르가 비웃듯이 말했다. "사람들이 자기에게 어떤 행동을 기대할까를 생각해서 그대로 행동하죠."
안데르스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페테르가 한 말은 리스베트에 대한 자신의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그가 느끼기에 다른 건 몰라도 교활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오히려 그녀는고집스럽게 주위 사람들과 거리를 두려 했고 아무런 감정도 보여주지 않았다. - P273

미카엘은 살라첸코 클럽이 알려지지 않은 소수의 인물들로 이루어진 조직일 거라고 추측했다. 문제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낼 방도가 없다는 거였다. - P281

미카엘에겐 고립된 리스베트로 인해 또다른 고민이 있었다. 그녀는 컴퓨터 전문가이며 해커였다. 그는 알고 있지만 안니카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다. 그는 이 비밀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겠다고 리스베트와 약속했고 실제로도 그 약속을 지켜왔다. 그런데 지금, 미카엘은 그녀의 이 특별한 능력이 간절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리스베트와 접촉해야 했다. - P283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지. 기자로서 자네의 임무는 끊임없이 의문을 품고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거야. 관청의 높은 인간이 말했다고 해서 그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게 아니란 얘기야.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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