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의 소음은 킬리언 아저씨의 그것과 다르다. 좀 더 차분하고, 좀 더 깨끗하며, 소음이 눈에 보이진 않지만 킬리언 아저씨의 소음이 항상 불그스름하다면 벤 아저씨는 파랗게나 가끔은 초록색으로 느껴진다. 두 사람은 물과 불처럼 극과 극이지만 내게는 부모나 다름없다. - P49
나는 한숨을 쉬었다. "우리가 뭘 봤어요. 늪지에서. 흠, 보진 못했죠. 그게 숨어버렸으니까. 하지만 그건 마치 소음의 어느 한 부분이 찢어진것처럼…" - P53
두 사람은 다시 서로 눈길을 주고받은 후에 나를 봤다. "넌 프렌티스타운을 떠나야 해." 벤 아저씨가 말했다. 나는 두 사람을 번갈아 봤지만 둘 다 근심 외에 소음에서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내가 프렌티스타운을 떠나야 한다니 무슨 뜻이에요? 신세계에 프렌티스타운 말고 다른 곳은 없잖아요." - P56
벤 아저씨가 날 방에서 끌어내 뒷문으로 나가는 사이, 나는 다시 소총을 집어 들고 날 힐끗 보는 킬리언 아저씨의 눈과 마주쳤다. 아저씨의 표정과 소음에서 이건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랜 작별이란 걸 지금이 우리가 함께 하는 마지막 순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P64
"그 일기장 앞에 접혀 있는 지도가 있어. 내가 직접 만든 거야. 마을에서 아주 멀리 떨어지기 전까진 절대 그 지도를 보지 마, 알았지? 그냥늪지로 가. 거기 가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될 거야." 하지만 아저씨의 소음에서 내가 거기 가도 뭘 해야 할지 알 거라는 확신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 P69
"저건 여자아이야." 나는 다시 말했다. 여전히 숨을 고르면서, 여전히가슴을 짓누르는 압력을 느끼면서, 여전히 꼭 쥐고 있는 칼을 앞에 내민 채로. 여자아이라. 그것은 우리가 자길 죽이기라도 할 듯한 표정으로 우리를 마주 보고있었다. - P87
프렌티스타운에는 여자아이가 하나도 없다. 모두 죽었다. 여자아이들은 그들의 엄마와 할머니와 자매와 이모와 고모들과 함께 죽었다. 그들은 내가 태어나고 몇 달 후에 죽었다. 모두, 하나도 남김없이. 그런데 여기 하나가 있다. - P89
그녀가 날 보고 있다. 그녀는 내 얼굴을 보고, 내 눈을 보고 있다. 보고 또 보고 있다. 그런데 내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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