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일 사이, 잠깐 한가한 틈을 타, 지루함을 못 이기고 인터넷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다. 아주 잠시, 이번 주 정도의 한가함인데 이것 참... 뭐랄까. 매번 이런데도 어쩔 줄을 모르겠다. 뭐 어쨌든. 덕분에 알라딘 새해 첫 신간 나들이나 해볼까.

 

 

 

이걸 보면서, 옛생각이 났더랬다. 좀 오래 전엔 이런 문학상 작품집 나오면 꼭 사보았더랬다. 그 중에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놓치지 않고 기다리기까지 했었다. 이상문학상을 받은 작품들이 꽤 훌륭하기도 했고 좋은 작가들의 중단편집을 이렇게 한 권에 묶어 볼 일이 흔치 않았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더 오래 전의 작품집도 사서는 책장에 한 줄로 쭈욱 꽂아놓곤 했었는데. 표지도 거의 변함없고.. 그래서 딱 마주치니 반가움과 그리움이 한꺼번에 밀어 닥친다. 흐음....

 

이번에 받은 사람은 구효서이다. 이름도 많이 듣고 유명하고 문학상도 많이 탄 작가라고 알고 있는데 작품 리스트를 보니 내가 읽은 책이 하나도... 없다... 어허. 철푸덕. 어째 이런 일이. 왜 그랬지? 한번쯤은 읽었을 만 한데... 책 제목들이 엄청 낯설어서 민망할 정도네. 이런... 이번 이상문학상을 한번 사서 볼까... 작가에게 괜히 미안스러워지는 순간이다. 꼭 모든 작가의 책을 다 읽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괜히 문득...

 

 

 

 

 

 

중국미술사라... 대만의 유명한 고궁박물관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사람이 집대성한 책이라고 한다. 중국... 이라는 나라는 로마... 라는 나라만큼이나 궁금한 나라이기는 하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와의 관계에 있어서 엄청난 영향을 주었음은 사실이고, 그 큰 나라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뭔가를 하며 살았을 그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여 호기심을 잔뜩 안긴다. 물론 난 현대의 중국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사이에 끼여 이상한 모습으로 변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밖엔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역사와 사람들에 대한 관심까지 꺼진 건 아니다. 무시할 수 없는 긴긴 역사와 수없는 사건들, 그 속의 수많은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그걸 이해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까 싶다.

 

그 중에 미술사까지. 허걱. 스럽기는 하지만, 대만의 고궁박물관이라고 하면 중국에서 가장 값진 유물들만 전시하고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고 거기에서 장기간 있었던 분이라면 뭔가 독특한 혜안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가 있다. 살까?.. 아 내 책장에 한 칸은 다 차지하고 있는 저 로마에 대한 책들은 어쩌지? 으헝.

 

 

 

 

 

이런 류의 책들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이다. 일본 사람들의 에세이는 깊이가 덜하고 지나치게 생활유착적이라는 편견이 있다. 요네하라 마리 책도 내겐 그런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책의 표지가 다섯 권을 다 모아두니 이뻐서 흠... 눈길이 간다. (뭐 이런 이유로 책을 사기도 하는 비연)

 

그리고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라는 책은 내용에 흥미가 있다. 일본이나 우리나 마찬가지겠지. 나이들면 결혼을 해야 하고 결혼하면 바로 아이를 낳아야 하고... 이런 류의 타인의 시선에 의한 재단들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언제 결혼하니? 언제 취직하니? 언제 아이 낳니? 둘째는 언제 낳니? 이런 류의 폭력적인 말들을 마구 던지는 사람들에 대해서 혐오감마저 느낀다. 사람이 사는 방식은 끝없이 다양한데 그 굵은 나이테들이 생기는 시기를 자기들 마음대로 정해서 그렇게 안하면 사회에서 이상한 집단에 속하게 되는 것마냥 보는 것이 부담스럽고, 분명히 싫다. 이 책이 그런 류의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라면 한번 볼까 싶기도 하다. 일본 여성이 느끼는, 나와 동질의 시선. 괜찮지 않은가?

 

 

 

 

마르케스는... 천재다. 그의 글은 읽는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마력이 있다. 그리고 그의 데뷔작 <썩은 잎>이 나왔다. 기형도의 <검은 잎>이라는 책이 연이어 떠오른 건 나 뿐...? ㅠ

 

소개글에 보니, <마술적인 데뷔작>이라고 되어 있네. 오호.

 

퇴역한 대령, 대령의 딸 이사벨, 그녀의 어린 아들, 그리고 지난밤 유명을 달리한 어느 의사의 시체가 있다. 스산한 가을, 거리의 바닥에는 떨어진 잎들이 쌓여 썩어 가고 의사는 마을 묘지에 매장되는 것을 허락받지 못해 영원한 안식을 보류당했다. 성당의 종소리, 과거에서 풍겨 나오는 향냄새, 빳빳한 상복의 옷깃, 입속에서만 속삭이는 비밀. 조촐하고 괴상한 이 장례 자리에서 가족들은 저마다 지난날을 회상하고 시간과 공간이 종횡으로 확장하며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의 타래가 풀려 나와 눈앞에 흘러간다. - 알라딘 책 소개 中

 

이런 소개글을 보고 당장 보관함 혹은 장바구니에 넣지 않고 배길 재간이 있겠는가.

 

 

 

 

 

 

 

 

 

 

 

 

 

 

 

 

 

 

 

 

이런 류의 책들. <네모 속의 ~ > 혹은 <한 장의 ~ > 와 같은 시리즈들.  표지도 예쁘고 일관적이라 좋긴 한데, 어떤 지식을 이렇게 시리즈로 묶어서 대중적인 접근이 가능하게 간략히 요약한 글에 대해서 약간의 반감(?)이 있는 나로서는 썩 내키지는 않는다. 지식이란, 기초부터 심화까지 깊이를 더해가야 쌓이는 건데, 이렇게 하나로 대충 뭉쳐버리면 아는 것 같지만 아는 게 하나도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어서.... 우려스럽다 이 말씀.... 근데 표지는 이쁘다 ㅎㅎ

 

 

 

 

가족의 여행 이야기. 요즘 이런 책들이 많다. 어린 아이들 데리고 부부가 수백 일씩 여행하는 이야기부터 나이든 아버지나 어머니와 자식이 여행하는 이야기. 무엇보다 <대략난감, 꼰대 아버지와 지구 한바퀴> 이 책은 설명 읽으면서부터 눈물이 났다.

 

아빠랑 그렇게 여행을 했다는 아들이 대단해보이기도 했지만 퇴직을 앞두고 퇴직금을 은행에 넣기 보다 아들과의 세계일주를 하는 걸로 결정한 아버지가 더 대단해보였다. 평생 남의 눈치를 보며 살았지만 너만은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살아라 라고 말해주는 아버지. 그런 줄 몰랐는데 아버지도 한 사람의 남자였고 소년이었고 젊은이였고... 그저 회사 하나 바라보며 살다보니 늙어졌고... 실화이고, 우리 주위에 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더 가슴이 저릿해지는 글들일 것 같다.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를 한참 열심히 읽었었다. 원서로도 읽고 번역본으로도 읽고. 그러다 어느 순간 좀 시시해져서 그만 두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한 권이 나온 걸 보니 다시 한번 볼까 싶기도 하다. 근데 제목이... 피부를 모은다니... 그건 뭐지? 뭔가 괴기스럽고 엽기스럽고 협오스러울 것 같은 예감과 느낌이 물밀듯이 몰아닥치면서... 망설이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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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째린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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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7-01-11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상문학상수상집은 꼭 샀었는데 그게 언제였는지...요샌 그냥 빌려다보게 돼요.

비연 2017-01-11 16:45   좋아요 0 | URL
아. 빌려는 보시는군요... 전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오늘 보고 화들짝 놀란...
이번에 한번 볼까요... 구효서 작가도 알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