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성격이 까칠하다. 아주 친한 중학교 동창 녀셕은, 내가 워낙 까칠해서 옆에서 한대 때려주고 싶은 때도 있었다고 농담처럼 말한다. 지금은 오히려 유해졌다나. 근데 내가 느끼는 건 점점 그 강도가 진해진다는 데에 있다. 좀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까칠함에 짜증이 확! 더해졌다고나 할까...

 

오늘을 예로 들어 보자.

 

아침에 즐겁게 (물론 회사 가는 일이 즐거울 리는 없다. 그래도 아침이니까) 예쁜 옷 (내 나름대로는) 걸쳐 입고 출근길에 들어선다. 집을 나와 보도를 걸어가는데 내 앞에 걸어가는 남자. 아래 위로 까만색을 입은 몸집 있는 젊은 남자가 담배를 물었다. 담배를 피면서 걸어간다. 아. 짜증이 솟구친다. 아무리 숨을 멈추고 다녀도 그 담배연기는 나의 폐로 다 스민다. 느껴진다. 그 연기의 스며듦이. 화가 나고 욕이 나온다. 요즘엔 육성으로 터진다. 다만 세상이 무서우니 그냥 웅얼거리기만 한다. (아 인간의 이 비겁함이란...ㅜ)

 

회사에 왔다. 아침에 메일함을 열어보니, 다짜고짜 월간회의에 넣을 내용을 넣어달라는 메일이 있다. 짜증이 난다. 앞뒤 설명도 없이 이게 뭐지? 담당자는 심지어 9시에 출근이다. 난 8시에 왔는데... 9시에 담당자가 오자마자 물어본다. "이게 뭐에요?" "어쩌구저쩌구" "이거 올리면 안되지, 누가 하라고 했어요?" "어쩌구저쩌구" "일단 주기는 하지만 다시 협의해주세요...옷!" 마지막 문장에 짜증이 섞인다. 평온한 일상으로 스타트하고 싶었는데 화부터 내고 있다.

 

연말 여행을 가야 해서 문의를 한 게 있었다. 담당자 남자가 띨띨하다.. 라고 생각이 들었다. 견적 보내달라고 해서 받았는데 앞뒤가 안 맞는다. 전화 바로 띡띡. 이해가 안된다. 이게 뭐냐. 도대체 제대로 계산한 거 맞냐... 담당자는 그건 원래 그런 거고... 상식적으로 그게 말이 되냐. 이건 이렇고 저건 저런 거고... (이 시점부터 말이 딱딱해진다) 이런 견적 못 받겠으니 다시 계산해서 보내라. 근데 이렇게 이렇게 해서 보내라. 담당자는 못알아듣고... 난 한숨을 들으란 듯이 푸욱 내쉬며, 아 알았어요. 그냥 보내고 넣어달라는 내용만 넣으세요...옷. 감정노동의 희생자. 죄송...

 

암튼 이러저러한 상황에서 난 지나치게 짜증과 까칠함을 보이고 있다. 요즘 들어서는 백퍼센트 인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나이들수록 우아하고 관대하고 포용력이 커져야 제대로 늙는 걸텐데... '마른 빗자루' 같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게 좀 슬퍼진다.

 

내가 나를 좀... 잘 관리해야 겠다는 생각을 잠시... 한다. 도라도 닦아야 하나. 사는 게 팍팍해서라면.. .사는 방법을 바꾸어야 할 거고, 나이 탓이라면.. 나이를 안 먹을 순 없으니... 도를...(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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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7-22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라는 건물 안에 들어오는 순간, 짜증지수가 향상됩니다. 회사 밖은 위험하지 않습니다. ^^;;

비연 2016-07-22 19:10   좋아요 0 | URL
아!... 그렇게 말씀하시니 왠지 확 와닿는게 ㅠ 그럼 회사를 떠나야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