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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공놀이 노래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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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요코미조 세이시가 좋다. 영국엔 아가사 크리스티가 있듯이 일본엔 요코미조 세이시가 있어서 부럽다. 무엇보다 서양의 고전을 능가하는 자국 미스터리를 만들고자 했던 그의 노력에 진지한 감동을 느낀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번역되어 나오면 아무리 바빠도 다 제쳐두고 사서 읽게 된다. 1902년 태생이니 그가 작품활동을 열심히 했던 것은 1940년대에서 1960년대 사이 정도로 지금 생각하면 참 오래전이다. 아니 시간적으로 오래되어서는 아니고(고작해봐야 50년 안팎 아닌가?) 그 동안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가 너무나도 많이 변화해서 전후의 그 모습들이 몇 백년 전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코미조 세이시의 글은 흡인력이 있다. 지금 읽어도 하나 어색하지 않다.

특히나 이 '악마의 공놀이 노래'는 작가가 대단히 정성을 기울인 기색이 역력한 작품이다. 기존에 나왔던 '옥문도'나 '팔묘촌'과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플롯으로 전개되면서도 한층 심화된 느낌을 주는 것은 그 때문일 게다. 내용을 간략히 말하자면, '귀수촌의 공놀이 노래'라는 무시무시한 민간 노래에 따라 귀수촌의 아가씨들이 하나 둘씩 무참하게 살해되는 이야기로, 여기에는 감추어진 가족의 비밀이 있고 그로 인한 아픔이 있으며 사건이 지속되면서 하나둘씩 그 진상들이 밝혀지게 된다. 하지만, 이 작품이 이전의 작품들과 좀 다른 것은 마지막으로 갈수록 잔인함과 소름끼침이 더해지기 보다는 슬픔과 연민이 깊어진다는 것일 게다. 뭐랄까. 살인자의 마음을, 심정을 이해한다고 한다면 좀 우습겠지만, 그(혹은 그녀)의 인생과 주변 인물들의 아픔에 일말의 동감이 간다고 해야할까.

난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을 보면서 일본이라는 나라를 느낀다. '쇼와'로 시작하는 그들의 연대 읽는 방법부터, 패전 후의 피폐함, 전통과 현대의 부딪힘, 그 속에서의 사람들의 갈등, 그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민간의 여러가지 관습들 등을 보면서 이 추리소설이 꼭 일본의 추리소설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재삼 발견하곤 한다. 가끔 우리나라에도 이런 추리소설이 있다면 하는 생각도 가진다. 우리나라를 느낄 수 있는 추리소설. 참 멋지지 않을까.

팔묘촌에서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 너무 미진하여 실망했었다면 이 작품 '악마의 공놀이 노래'로 다소 풀 수 있으리라 본다. 여기에서 긴다이치 코스케는 여전히 처음부터 짐작은 하지만 연쇄살인은 막을 수 없는 탐정으로 나오지만(사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은 이런 플롯으로 진행되곤 한다) 전체적인 얼개를 구성해나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예의 그 뛰어난 추리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도 긴다이치 코스케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더더군다나 반드시 읽어야할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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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07-20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빨리 보고 싶어요 ㅠ_ㅠ

비연 2007-07-20 20:58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 지금 바로 보세요..아마 못 놓으실 겁니당^^

오월의시 2007-07-22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고 싶네요. 리뷰 감사합니다^^

비연 2007-07-24 23:59   좋아요 0 | URL
까탈이님..반가와요^^ 꼭 보시길 권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