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날아간 집오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8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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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생태소설가 이상권의 소설집입니다. 소설집에는 모두 6편의 동물과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

집에서 동물을 키우지 않거나 키워본 경험도 없는 저 같은 사람은 사실 동물들에 대해 잘 모릅니다. 집오리라는 말도 들으면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라는 소설 원작의 영화가 떠오르지 집오리의 이미지가 딱하고 떠오르지 않습니다. 집오리에 대해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다면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라는 글자를 읽고 '집오리가 어떻게 하늘을 날아?'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올라야 하지만 저는 그저 그 아홉글자를 읽었을 뿐입니다.

집오리는 원래 야생에 익숙하지 않아 날 수 없는 걸 몰랐습니다. 이 이야기는 날지 못하는 집오리가 각종 야생동물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청둥오리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새끼를 낳지만 결국 아빠 청둥오리도 가족을 지키다 안타깝게 죽고 맙니다. 살아남은 집오리는 그 새끼오리들이 날지 못하는 집오리로보다는 날 수 있는 청둥오리로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그래야 무서운 야생동물로부터 안전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결국 새끼오리들은 하늘을 날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나산강의 물귀신 소동

몇 십 년 전만 해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수달이 강가에 나타나기 시작한 후 물귀신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돕니다. 물살이 센 나산강에서 무리하게 수영을 하거나, 늦은 밤에 물 한가운데로 들어가거나, 술을 마신 후 위험한 수영을 하다가 죽는 사람이 생깁니다. 나산강에 재빨리 나타났다 사라지는 무서운 존재에 대한 소문이 돌면서 물귀신이 강에서 수영하는 사람을 잡아간다는 소문도 빠르게 퍼집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물귀신이라 알려진 이 동물은 바로 수달이었습니다. 

수달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몰랐던 사람들은 수달이 쉽게 만날 수 없는 희귀동물이라는 것을 알고 욕심을 내기 시작합니다. 수달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과 수달을 활용해 자신의 안위를 명예를 드높이고 싶은 사람들의 싸움으로 결국 나산강은 수달을 멀리 떠나보내고 맙니다. 안타깝습니다.


두 발로 걷는 족제비

족제비 잡기 선수인 동네 형과 두 발로 걷는 똑똑한 족제비와의 쫓고 쫓기는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이야기입니다. 간혹 사람들은 야생동물을 무서워하는데, 생각해보면 동물을 무서워하게 된 건 결국 사람의 욕심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본래 동물들은 배가 고프지 않으면 다른 동물들을 해치지 않고, 야생동물들은 산에 먹이가 모자라지 않으면 사람의 재산을 탐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풍년이냐 흉년이냐에 따라서 동물들은 먹이 구하기가 힘들어지기도 하고 풍족하기도 한데, 요즘은 바로 이러한 환경에 가장 인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사람입니다. 

족제비를 잡아서 가죽을 예쁘게(?) 벗기는 데 선수인 문태 형은 두 발로 걷는 족제비를 보고 신기해서 꼭 잡고 싶어 하지만 두 발로 걷는 족제비는 쉽게 문태 형에게 잡히지 않습니다. 오기가 발동한 문태 형은 더욱 악독하게 덫을 놓아 족제비를 잡고 잡은 후에도 다른 족제비를 잡았을 때처럼 가죽을 벗겨서 팔지 않고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만들어 괴롭힙니다.

결국 문태 형에게서 도망친 똑똑한 족제비는 문태 형에게 보복을 해오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됩니다. 문태 형은 결국 자연의 섭리를 무리하게 거스르고 지나친 승부욕으로 많은 사람들을 괴롭혀온 것을 반성하지만 조금만 더 빨리 깨달았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밤의 사냥꾼 살쾡이

살쾡이는 지금도 이름만으로도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실제로 이야기 속에서도 자꾸 가축들을 물어갑니다. 원래 살쾡이 역시 산에 먹을 것이 풍부하면 사람이 키우는 가축까지 잡아먹지는 않지만 사냥꾼들의 무리한 사냥으로 산에는 먹을 것이 부족해 사람의 가축을 잡아먹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주인공과 주인공의 형은 처음에는 집에서 키우는 가축들을 자꾸 물어가는 살쾡이를 잡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만큼만 사냥을 하는 것을 알고 주인공은 연민을 품습니다. 그리고 형이 놓아둔 덫에 걸린 살쾡이를 결국 놓아줌으로써 살쾡이와의 싸움도 끝이 납니다. 동물들이야말로 욕심을 내지 않고 또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존재였습니다. 도리를 아는 모습이 웬만한 사람보다 더 낫다는 말을 들을 만 합니다.


긴꼬리 들쥐에 대한 추억

긴꼬리 들쥐에 대한 추억은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을 고스란히 담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배가 고파 방으로 침투한 긴꼬리 들쥐를 쫓아내고 싶어하는 주인공과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긴꼬리 들쥐와의 사투를 일지로 적은 것입니다.

어떤 동물이든 생명에 대한 의지와 생존력은 실로 놀랍습니다. 그런 진심어린 생에 대한 갈망을 느끼자 긴 시간 대결을 펼쳐온 어린 소년도 그 의지에 감동하게 됩니다.


조폭의 개

이런 이야기야말로 경험에 의하지 않고서 쓸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를 기르는 조폭들과 조폭의 젊은 여자의 태도는 참으로 그 의도가 짐작이 되지 않고, 소설 속에서도 끝까지 왜 그랬는지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오히려 동물보다 사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실제 삶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이웃들에 대해서 전부 알 수도 없고 전부 이해할 수도 없기 때문에 삶에 굉장히 맞닿아 있는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또 사람들에게는 예의 없이 대하면서도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극진한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또 어떤 마음으로 동물을 대할까 많이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결국 그 사람들의 마음이 어떤 건지에 대해서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 마지막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동물의 이야기보다 사람의 이야기가 더 좋다고 생각하는 건 아직도 제가 사람과 동물을 구분지어 생각하는 이기적인 잣대를 갖고 있기 때문일까요. 어쨌든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는 분명 따뜻하고 좋은 소설집입니다. 특히 자연스럽게 동물의 습성을 익히고 또 동물이나 자연에 대한 사랑을 심어줄 수 있는 책이라 남녀노소 읽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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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소설 전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0
이상 지음, 권영민 엮음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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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_ 이상 소설 전집(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0)


이상은 말 그대로 이상하고 그래서 신비하고 왠지 멋있는 문인입니다. 이번 소설 전집을 읽기 전까지 그랬습니다. 지금 가장 좋아하는 한국 소설가 중 한 명인 김연수를 알게 된 것도 그가 이상에 관한 소설을 썼기 때문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교과서에서 단편 <날개>를 읽고 그의 난해하고 독특한 시들을 읽고 이후에는 그의 작품을 정말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은 그에 대해서 잘 몰랐던 겁니다. 전혀 몰랐던 겁니다.

 

그의 모든 소설 13편이 담겨 있는 <이상 소설 전집>을 읽었습니다. 그 전보다는 이상을 좀 더 잘 알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시보다는 소설에 자신의 모습이 더 많이 담기기 때문이랄까요. 이상을 좀 더 잘 알게 됐다고 믿는 지금 제게 소설가 이상은 소설가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한 남자로서, 이렇게 느껴집니다.

 

이상은 말 그대로 이상하고 쪼잔하고 불쌍한 남자입니다. 여자 독자로서 이상은 소위 말하는 비호감입니다. 대부분이 자전적인 소설임을 감안하면 여러 작품을 통해 드러나는 일관된 주인공의 모습, 이상의 모습은 아마 지금 대한민국을 사는 대부분의 여성에게 비호감일 겁니다.

 

이 소설 전집을 막 읽기 시작할 때는 일종의 충격까지 받았습니다. 당시 이런 메모를 써놨네요. ‘그러한 경험과 자기 자신에 대한 솔직한 비판? 혹은 비아냥을 바탕으로 제 아무리 글을 잘 쓴다고 해도 이건 실컷 죄를 지어 놓고 고해성사로 갚음하려는 태도와(비약하자면) 뭐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2012-12-25 14:36:44)’라고요.

 

굉장히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바람기 다분하며 소심하고 쪼잔한 남자라는 게 이상에 대한 제 인상이었습니다. 아마 지금도 단순히 이상을 한 사람, 한 남자로 평가하자면 똑같이 말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편 두 편 읽어나갈수록 저는 이상을 한 남자로 인식하는 이상한 현상에서, 다시 한 작가로, 예술가로 인식하는 정상적인 단계로 나갔습니다. 그는 정말 대단한 예술가입니다. 그의 문장들은 배워서 잘 쓰는 글에서 갖춘 요건과는 반대로 문장이 굉장히 길고 비문도 많습니다. 읽으면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밑줄을 쳤던 문장들을 컴퓨터에 옮겼더니 빨간 밑줄이 사정 없이 그어집니다. 그만큼 소설에서도 역시 독특하고 신선한 표현과 시도와 파격이 많았습니다.

 

1. 지도(地圖)의 암실

첫 번째 단편이 저는 제일 읽기 힘들었습니다. 학교 때 배운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써서 명확한 사건도 없고 익숙한 읽기의 단서도 없습니다.

 

<지도(地圖)의 암실>은 열 세 편의 소설 중 유일하게 주인공이 자기 자신 뿐인 소설입니다. 하루밤 동안 자신의 의식을 따라는 소설입니다.

 

그는 무덤 속에서 다시 한 번 죽어 버리려고 죽으면 그래도 또 한 번은 더 죽어야 하게 되고 하여서 또 죽으면 또 죽어야 되고 또 죽어도 또 죽어야 되고 하여서 그는 힘들여 한 번 몹시 죽어 보아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그는 여러 번 여러 번 죽어 보았으나 결국 마찬가지에서 끝나는 끝나지 않는 것이었다.

P.19


역시 그의 장기인 이러한 언어유희들이 가득합니다. 누구나 불면의 새벽을 겪어보셨을 겁니다. 불면의 새벽은 이상합니다. 이렇게 비논리적이고 또 자학적으로 되기가 쉽습니다. 이상도 그랬나봅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 하는 생각들은 언어가 겹치고 또 겹치고 생각은 방향을 알 수 없이 뻗어나갑니다. 이런 걸 그대로 쓸 생각을 당시에 했다는 사실이 놀라운 겁니다.

 

이 작품은 많은 필명들 중에 ‘9가 아니다’라는 뜻으로 ‘비구’를 써서 발표했다고 합니다.

 

2. 휴업과 사정(事情)

이 단편 속의 주인공은 필명과 같은 보산(큰 산)입니다. 보산은 꼭 자기가 볼 때 옆 집 2층에서 보산 집 마당으로 침을 뱉는 SS와 신경전을 벌입니다. 참 별 걸로 다 소설을 쓴다 할 수도 있을 쪼잔하고 별 일 아닌 소재지만 우리는 실제로 이런 별 것 아닌 일로 화가 나고 짜증이 나고 기분이 나빠집니다. 이런 것을 포착해서 소설을 쓸 생각을 했더니, 역시 모던보이라고 할 만합니다.

 

이 작품 속 보선 역시 일관되게 쪼잔하고 소심한 캐릭터입니다. 침을 자꾸 그렇게 보는 데서 이쪽집으로 뱉는 SS가 너무너무 밉지만, 보산은 그저 그의 아내 역시 SS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상상하기나 하지 직접 한 판 붙을 배포는 없습니다.

 

가지는 않지만 언제라도 가고 싶으면 곧 갈 수 있지 않으냐.

P.33


이러고 있습니다. 마치 영화 속에서 흔히 보던 장면 같지 않습니까. 불량배들이 가고 나서야 뒤늦게 ‘아~ 내가 저 놈들 혼쭐을 내 줬어야 하는데’라고 하며 꼴에 자존심 세우는 모습 말입니다. 따지러 가지는 않아도 언제라도 가고 싶으면 곧 갈 수 있지 않으냐 하며 누가 보지 않아도 혼자 자존심 세우는 모습이 참 없어 보입니다.

 

3. 지팡이 역사(轢死)

지팡이 역사에는 S와 함께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가 동행한 S를 그가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보시겠습니까.

 

내가 늘 흉 보는 S의 인생관을 꾸려 넣어 가지고 다니는 것 같은 참 궁상스러운 가방이 쭈굴쭈굴하게 놓여 있고 그 속에는 S의 저서가 들어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P.48

 

전 정말 이 때 이마를 쳤습니다. ‘인생관을 꾸려 넣어 가지고 다니는 것 같은 참 궁상스러운 가방’이라니요. 이 짧은 구절만으로 S라는 사람과 그 사람이 갖고 다니는 가방까지 훤히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야기는 기차 안에서 자신에게 성냥을 빌린 노인의 지팡이가 기차 안의 어떤 희한한 구멍을 통해 빠져나가 버린 것이 주요 사건입니다. 가장 결정적인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S를 묘사한 것처럼 다른 기차 안 사람들을 주로 묘사합니다.


장난감 같은 '시그널'이 떨어지더니 갸륵한 기관차가 연기를 제법 펄석펄석 뿜으면서 기적도 쓱 한번 울려 보면서 들어옵니다. 금테를 둘이나 두른 월급을 많이 타는 높은 역장과 금테를 하나밖에 아니 두른 월급을 좀 적게 타는 조역이......(후략)

P.52

 

이런 묘사라니. 정말 너무 재밌습니다.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차가 마치 내가 아는 어떤 사람 같습니다. 역장과 조역도 내 주변인 같습니다. 그가 사람들을 열심히 관찰하고 써내는 그 방식이 우리 문학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이 사라져버렸는지 알 것 같습니다. 물론, 관용어구라는 것이 시대마다 달라져 예전에는 관용어구로 흔히 쓰이던 표현도 지금은 낯설 수가 있긴 합니다만 그래서 근대 소설들을 읽으면 굉장히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습니다만, 이상의 작품 속 문장들은 아마 그런 종류의 것들이 아닐 겁니다. 그만의 개성인 겁니다.

 

4. 지주회시(蜘蛛會豕)

네 번째 소설은 ‘거미와 돼지가 만난다’는 뜻의 지주회시입니다. 지주는 원래 거미를 뜻하는 한자지만 위에 표기한 한자는 본래의 표기와 다르다고 합니다. 이것 역시 낯설게하기의 한 방법으로 이상이 모던보이임을 보여주는 수많은 증거 중 하나일 뿐이죠.

 

이 소설 전집의 소설들이 이상이 쓰거나 발표한 순으로 배치된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에서 드디어 아내가 등장합니다. 이상은 자신의 소설 작품 속에서 굉장히 많이 결혼을 합니다. 전체 작품 수에 비하면 말이죠. 자유연애를 즐기고 그 편을 선택할 것만 같은 모던보이가 자꾸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는 걸 보면(비록 소설 속이지만) 마음 속 한 구석에는 결혼을 통한 안정이랄까, 영원에 대한 희망이랄까, 아름다운 속박이랄까, 그런 것들에 대한 염원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주회시에는 그가 시에서 자주 보여준 문법파괴를 볼 수 있습니다.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 건데, 짧은 시에서 그러는 것과 더 긴 산문에서 그러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의식적으로 끊어 읽음으로써 막힘 없이 술술 읽고자 하는 독자에게 자꾸자꾸 브레이크를 거는 겁니다. 의미를 이해하려면 멈추고 또 멈추게 하는 거죠.

 

그는하루치만잔뜩산(한자로 살 생)다.

P.59

 

아내에게 기생해 사는 삶에 자괴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꿈에는생시를꿈꾸고생시이는꿈을꿈꾸고 어느것이나재미있다.

P.60

 

말장난도 여전합니다. 하지만 이 언어유희가 그저 장난에 그친다면 이상이 지금의 위상을 얻지는 못했을 겁니다. 마치 장자의 말과 같은 이 문장은 역시 삶의 어떤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방밖에서아내는부시럭거린다. 내일아침보다는너무이르고그렇다고오늘아침보다는너무늦은아침밥을짓는다.

P.61


계절은방속에서묵는그에게겨우제목만을전하였다.

P.62

 

아아 이런 표현들이라니요, 저는 이런 문장을 한 번 써볼 수 있을까요.


거미ㅡ분명히그자신이거미였다. 물부리처럼야위어들어가는아내를빨아먹는거미가 너 자신인것을깨달아라. 내가거미다. 비린내나는입이다. 아니 아내는그럼그에게서아무것도안빨아먹느냐. 보렴ㅡ이파랗게질린수염자국ㅡ퀭한눈ㅡ늘씬하게만연되나마나한형용없는영양을ㅡ보아라. 아내가거미다. 거미아닐수있으랴. 거미와거미거미와거미냐. 서로빨아먹느냐.

P.65

 

방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고 아내가 해주는 밥이나 먹으며 연명하는 주인공은 스스로를 거미라고 여깁니다. 아내를 빨아 먹으니까요. 그런데 아내 역시 그렇다고 숭고한 존재로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자신이 스스로 초래한 자신의 초래한 모습을 오히려 아내 탓으로 돌립니다. 그러니까 나만 너를 빨아 먹는 거미가 아니고 너도 나를 빨아 먹는 거미라고 하고 있습니다. 현실 속의 남자라면 정말 한심하다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관계가 존재합니다. 꼭 누구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서로를 만나서 서로를 만났기 때문에 서로 상승작용보다는 하강작용을 일으키는 조합이 있지요.


아내는이묵직한쓰레기를담아가지고늦은아침ㅡ오후네시ㅡ뜰로내려가서그도대리하여두사람치의해를보고들어온다.

P.65


자네도공연히꾸물꾸물하지말고 청춘을이렇게대우하라는것이었다.

P.67


여름이그가땀흘리는동안에가고

P.69


아내는마중오지않는그를애정을구실로몇번이나책망하였으나 들키면어떻게하려느냐ㅡ누구에게ㅡ즉ㅡ상대는보기싫은넓적하게생긴세상이다.

P.71

 

자책도 해보고 아내를 슬쩍 원망도 해보지만 결국 그는 ‘보기 싫은 넓적하게 생긴 세상’이 싫어서 밖에 나가지 않으려 하는 남자입니다. 현실적으로는 한심하고 무능하며 문학적으로는 참으로 고뇌하는 실존론자이자 지식인입니다. 이상 소설 속 단골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5. 날개

날개는 우리나라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이상의 대표작입니다. 꽤 오랜만에 다시 읽었지만 역시 이상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었습니다. 다른 작품에 비해서 너무 실험적이지도 않으면서 또 그의 개성은 잘 담겨 있습니다.

 

전집에 수록된 소설들을 순서대로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이상은 굉장히 안정을 갈망했던 남자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상은 소설들 속에서 결혼을 하고 또 합니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동거라도 하고 동거가 아니면 연애라도 합니다. 그러니까 한 남자로서의 안정감을 연인을 통해서 얻으려는 본능이 강합니다. 그러면서도 보통 남자들처럼 결혼을 통해 완성되는 그 안정감을 스스로가 주도권을 잡고 견인하고자 하는 의지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이라는 시인이자 소설가가 우리 문학사에서 그토록 독보적이고 유일무이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여왕봉과 미망인ㅡ세상의 하고많은 여인이 본질적으로 이미 미망인 아닌 이가 있으리까? 아니! 여인의 전부가 그 일상에 있어서 개개 '미망인'이라는 내 논리가 뜻밖에도 여성에 대한 모독이 되오? 굿바이.

P.85

 

세상 대부분의 여인이 본질적으로 이미 미망인이라고 보는 이러한 시각 또한 자신이 애인이나 동거녀, 혹은 아내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련이 있겠지요.


나는 내 좀 축축한 이불 속에서 참 여러 가지 발명도 하였고 논문도 많이 썼다. 시도 많이 지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내가 잠이 드는 것과 동시에 내 방에 담겨서 철철 넘치는 그 흐늑흐늑한 공기에 다 비누처럼 풀어져서 온데간데가 없고 한참 자고 깬 나는 속이 무명 헝겊이나 메밀껍질로 띵띵 찬 한 덩어리 베개와도 같은 한 벌 신경이었을 뿐이고 뿐이고 하였다.

P.91


이런 구절들을 읽으면 참으로 이 사람이 한심하고 안됐습니다. 여중생 시절에는 이런 남자를 보면서 안 됐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스무살 언저리에는 일정 부분 이 남자의 처지와 심리에 공감을 더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삼십대가 된 지금에는 이 남자가 더 없이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그 속에서 제 모습이 보여 넌덜머리가 나기도 합니다. 그는 자신을 숨김 없이 드러내고 괴롭힘으로써 보는 사람까지도 부끄럽게 만들고 괴롭힙니다.

 

나는 한 박스에 아무것도 없는 것과 마주 앉아서 잘 끓은 커피를 마셨다.

P.107


그러면서도 또 이런 문장들은 얼마나 새삼 감탄을 자아내는지요. ‘아무것도 없는 것과 마주 앉다’니요. 잘 모르긴 해도 이런 발상이나 이런 사색의 결과가 문장으로 표현되기 시작한 것은 이상이 최초가 아닐까요.

 

6. 봉별기(逢別記) 

봉별기는 그 유명한 금홍이가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사흘을 못 참고 기어 나는 여관 주인 영감을 앞장 세워 밤에 장고 소리 나는 집으로 찾아갔다. 게서 만난 것이 금홍이다.

P.117


나는 몇 편의 소설과 몇 줄의 시를 써서 내 쇠망해 가는 심신 위에 치욕을 배가하였다.

p.124

 

여전히 작가로서의 자신의 모습도 드러납니다. 그러니 이 모든 한심한 모습들이 천재작가로 알려진 이상이 사실은 찌질하기 짝이 없는 병약한 남자였다고 생각하는 게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설사 이 모든 것이 사실은 천재작가인 이상이 독자들이 그렇게 오해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놓은 장치이고, 제가 바로 그러한 덫에 완벽하게 걸려든 것이라고 해도 별로 민망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누구보다 충실한 그의 독자가 되는 셈이니까요.

 

이상은 봉별기에서 폐병에 걸려서 요양을 간 곳에서도 여전히 본능적인 욕망을 누르지 못하고, 그렇다고 남자답게 금홍이를 붙잡지도 못하는 본인의 모습을 솔직하게 그려 보였습니다. 오히려 기생인 금홍이가 손님을 받게 자리를 피해주기까지 합니다. 이쯤 되니 이런 것까지도 그대로 써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지식인으로서의 용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7. 동해(童骸)

동해에는 굉장히 당돌한 여성 임(아이밸 임)이가 등장합니다.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고 그런 점을 당연히 여기는 주인공보다 더욱 자유로운 신여성이랄까요.


나는 형상 없는 모던 보이다.

P.135


"너는 네 말마따나 두 사람의 남자 혹은 사실에 있어서는 그 이상 훨씬 더 많은 남자에게 내주었던 육체를 걸머지고 그렇게도 호기 있게 또 정정당당하게 내 성문을 틈입할 수가 있는 것이 그래 철면피가 아니란 말이냐?"

"당신은 무수한 매춘부에게 당신의 그 당신 말마따나 고귀한 육체를 염가로 구경시키셨습니다. 마찬가지지요."

P.153


임이는 나를 갖고 놀고서도 당당합니다.

 

내가 받은 자결의 판결문 제목은,

"피고는 일조에 인생을 낭비하였느니라. 하루 피고의 생명이 연장되는 것은 이 건곤의 경상비를 구태여 등귀시키는 것이거늘 피고가 들어가고자 하는 쥐구녕이 거기 있으니 피고는 모름지기 그리 가서 꽁무니 쪽을 돌아다보지는 말지어다."

P.155


"나는 어떤 규수 작가를 비밀히 사랑하고 있소이다그려!"

그 규수 작가는 원고 한 줄에 반드시 한 자씩의 오자를 삽입하는 쾌활한 태만성을 가진 사람이다.

P.156

 

덕분에 ‘나’는 그런 임이를 원망하기보다 오히려 스스로를 반성하고 오히려 그녀를 더욱 사랑하고 존경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이렇게 매력적이고 당돌한 여성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가 충분합니다.

 

제목인 동해는 원래 ‘아이’를 의미하는 한자어의 일부를 살짝 바꿔 ‘아이의 해골’로 의미가 변한다고 합니다. 이 역시 이상의 모던모이로서의 개성을 잘 드러냅니다. 대부분의 제목들이 다 이런 방식으로 변형을 거치곤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8. 종생기(終生記)

종생기를 읽으면서 저는 또 한 번 감탄을 했습니다. 참으로 일관된 인생관을 피력하는구나 하고 말입니다. 더 없이 찌질하긴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대단한 모던보이인 척 가장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보다 자신을 포장하는 데 더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레우오치카ㅡ애칭 톨스토이ㅡ는 괴나리봇짐을 짊어지고 나선 데까지는 기껏 그럴 성싶게 꾸며 가지고 마지막 오 분에 가서 그만 잡았다. 자지레한 유언 나부랭이로 말미암아 칠십 년 공 든 탑을 무너뜨렸고 허울 좋은 일생에 가실 수 없는 흠집을 하나 내어 놓고 말았다.

P.161


위대한 작가로 평가되는 톨스토이를 스스럼없이 깎아내리기도 합니다. 그나마 기껏 그럴 성싶게 꾸며 살고서는 마지막에 자지레한 유언 나부랭이나 내뱉는 바람에 그의 칠십 년 전인생의 공든 탑이 무너졌다고 비웃는 것이지요.

 

이 작품에도 역시 한 여성이 등장합니다. 발칙하고 가증스러운 정희입니다. 바로 이 여성으로 인해 악건강에 나약한 천재예술가 이상은 죽고 싶다는 좌절과 패배감에 사로잡힙니다. 톨스토이의 유언을 언급한 것도 그나마 죽기 전에 한 줄이라도 더 ‘남기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봉별기에서 쓴 것처럼 그는 심신이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쓰는 글은 그저 그의 “쇠망해 가는 심신 위에 치욕을 배가”할 뿐이니까요.

 

그저 그는 죽고 싶은 생각 뿐이지만 그나마도 해내지 못하고 이렇게 계속해서 죽고 싶은 생각 뿐인 자신에 대해 쓸 뿐입니다.

 

그러나 와글와글 들끓는 여러 '나'와 나는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에 그들은 제각기 베스트를 다하여 제 자신만을 변호하는 때문에 나는 좀처럼 범인을 찾아내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P.162


햄릿(망언다사)을 하나 출세시키기 위하여는

P.165


열세 벌의 유서가 거의 완성해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어느 것을 집어내 보아도 다 같이 서른여섯 살에 자수한 어느 '천재'가 머리맡에 놓고 간 개세의 일품의 아류에서 일보를 나서지 못했다. 내게 요만 재주밖에는 없느냐는 것이 다시없이 분하로 억울한 사정이었고 또 초조의 근원이었다. 미간을 찌푸리되 가장 고매한 얼굴은 지속해야할 것을 잊어버리지 않고 그리고 계속하여 끙끙 앓고 있노라니까(나는 일시일각을 허송하지는 않는다. 나는 없는 지혜를 끊치지 않고 쥐어짠다.) 속달 편지가 왔다.

P.166


사람들은 나를 보고 짐짓 기이하기도 해서 그러는지 경천동지의 육중한 경륜을 품은 사람인가 보다고들 속는다.

P.168


날은 저물었다. 아차! 저물지 않은 것으로 하는 것이 좋을까 보다.

날은 아직 저물지 않았다.

P.177


사회는 어떠쿵, 도덕이 어떠쿵, 내면적 성찰, 추구, 적발, 징벌은 어떠쿵, 자의식과잉이 어떠쿵, 제 깜냥에 번지레한 칠을 해 내어걸은 치사스러운 간판들이 미상불 우스꽝스럽기가 그지없다.

'독화(毒花)’

족하는 이 꼭두각시 같은 어휘 한마디를 잠시 맡아 가지고 계셔 보구려?

P.179


즉 나는 시체다.

P.190


자네는 노옹일세. 무릎이 귀를 넘는 해골일세. 아니, 아니.

자네는 자네의 먼 조상일세. 이상

11월 20일 동경서

P.190

 

죽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죽지는 않고 스스로를 시체로 규정 짓고, 해골이라고 부릅니다. 죽음에 대한 냄새만 소설 속에 가득합니다. 하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바로 죽어버린다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의 머릿속이 어떤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독자들은 결코 알 수 없겠죠.

 

9. 환시기(幻視記)

나는 아내가 있으면서도 순영이에게 치근댑니다. 아내의 얼굴은 자꾸 한쪽으로 삐뚤어져보이고 순영이에게도 말 그대로 진심을 다해 순정을 바친다기보다는 치근대기 때문에 순영이도 처음부터 내가 영 싫지는 않지만 결국 나를 혐오하게 됩니다.

 

좋은 하늘에 별까지 똑똑히 잘 박힌 밤이 사 년 전 첫여름 어느 날이었던지?

p.192

 

아내가 있으면서도 순영이에게 던적스럽게 굴던 나는 송군을 이용해 순영이와 가까워져 보고자 하나 결국 순영이는 오히려 송군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나는 헛물만 켠 것입니다.

 

‘나’는 이상의 다른 소설들에서 등장하는 주인공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시는 대로 이상의 단편에서는 줄거리도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관성을 갖고 등장하는 나와 다른 여자들, 그리고 그 여자들과 얽힌 다른 남자들과의 관계 속에서의 나의 심리와 또 대화를 통해 보이는 나를 바라보는 여자들의 시선이 주를 이룹니다.

 

환시기는 시각이 변하는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마지막 문단에 그에 관한 내용이 나옵니다.

 

아까 바른쪽으루 비켜서란 소리는 괜헌 소리구 비켜서기 전에 자네 시각을 정정ㅡ. 그 때문에 다른 물건이 죄다 바른 쪽으루 삐뚤어져 보이드래두 사랑하는 아내 얼굴이 똑바루만 보인다면 시각의 직능은 그만 아닌가ㅡ.

p.201

 

다시 읽고 보니 보기 드물게 이상의 단편 가운데는 직접적으로 어떤 가르침을 담고 있는 문장과 제목입니다.

 

10. 실화(失花)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p.202

 

이렇게 써놓고 이상은 자신의 학생이자 연인인 요망스러운 연이에게 S와의 관계를 캡니다. 몇 번이나 같이 잤는지, 어디서 그랬는지. 이상 소설 속에 일관되게 등장하는 바로 그 이상답죠?

 

“신념을 빼앗긴 것은 건강이 없어진 것처럼 죽음의 꼬임을 받기 마치 쉬운 경우더군요.”

p.216

 

연이와 S에게 농락 당하고 남의 나라 일본에서 각혈이나 하고 있는 이상은 역시나 죽음의 꼬임을 받고 있습니다.

 

”슬퍼? 응ㅡ슬플밖에ㅡ20세기를 생활하는데 19세기의 도덕성밖에는 없으니 나는 영원한 절름발이로다. 슬퍼야지ㅡ만일 슬프지 않다면ㅡ나는 억지로라도 슬퍼해야지.ㅡ슬픈 포즈라도 해 보여야지.ㅡ왜 안 죽느냐고? 헤헹! 내게는 남에게 자살을 권유하는 버릇밖에 없다. 나는 안 죽지. 이따가 죽을 것만 같이 그렇게 중속(衆俗)을 속여 주기만 하는 거야. 아ㅡ그러나 이제는 다 틀렸다. 봐라. 내 팔. 피골이 상접. 아야 아야. 웃어야 할 터인데 근육이 없다. 울려야 근육이 없다. 나는 형해(形骸)다. 나ㅡ라는 정체는 누가 잉크 짓는 약으로 지워 버렸다. 나는 오직 내ㅡ흔적일 따름이다.”

p.218

 

”계집의 얼굴이란 다마네기다. 암만 벗기어 보려무나. 마지막에 아주 없어질지언정 정체는 안 내놓느니.”

p.219

 

연이에게 받은 상처는 이상의 신체적 각혈을 심리적인 각혈로 변환합니다. 그렇게 캐고 나니 이국에까지 가서도 괴로운 이상은 다시 한 번 그 사실을 스스로 상기합니다. 비밀은 비밀로 남아있는 게 좋다고 말입니다.

 

11. 단발(斷髮)

이 단편에도 남자와 여자가 등장합니다. 그와 소녀입니다. 그는 소녀에게 다른 이의 사랑만 전달하고자 했으나 곧 그 자신의 애욕을 읊고 맙니다.

 

이 작품에도 도처에는 죽음의 냄새가 풍깁니다. 역시 에로스와 타나토스는 한 몸인가 봅니다.

 

죽음은 식전의 담배 한 모금보다도 쉽다. 그렇건만 죽음은 결코 그의 창호를 두드릴 리가 없으리라고 미리 넘겨 짚고 있는 그였다. 그러나 다만 하나 이 예외가 있는 것을 인정한다.

A double suicide.

p.223

 

하지만 아니나다를까 역시 찌질하고 치사합니다. 죽음이 쉽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죽을 용기도 없고 실제로 죽을 마음도 없습니다. 그러나 동반자살은 생각하는 사람인 거죠.

 

그런 그가 얼마나 찌질하면 소녀는 그를 경멸하기보다 차라리 염오하는 편입니다.

 

단발했습니다. 이렇게도 흥분하지 않는 제 자신이 그냥 미워서 그랬습니다.

p.231

 

머리를 자를 때의 소녀의 마음이 필시 제 마음 가운데 제 손으로 제 애인을 하나 만들어 놓고 그 애인으로 하여금 저에게 머리를 자르도록 명령하게 한, 말하자면 소녀의 끝없는 고독이 소녀에게 1인 2역을 시킨 것에 틀림없었다.

p.231

 

어쨌든 이상이 애욕을 품는 여성들은 모두 이렇게 솔직하면서도 이중적이고 거침이 없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이상은 소녀의 고독을 생각하는 동시에 머리 자른 모습이 또 얼마나 예쁠까를 상상하며 단편을 마무리합니다. 참으로 일관성이 있는 캐릭터입니다. 이상 그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12. 김유정(金裕貞)

절친한 친구였던 소설가 김유정을 제목으로 삼은 이 작품에는 김유정 외에 다른 문인들이 먼저 여럿 등장합니다. 늘 좋은 낯의 김기림, 근시 안경을 쓴 위험인물인 박태원, 코밑에 수염을 저축한 정지용, 그리고 회유의 투사 김유정입니다.

 

나는 자고로 이렇게 교만하고 고집 센 예술가를 좋아한다. 큰 예술가는 그저 누구보다도 교만해야 한다는 일이 내 지론이다.

p.234

 

다들 교만하고 고집이 세지만 그래서 이상은 그들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특히 정지용을 표현한 저 문장은 어찌나 신선합니까. 코밑에 수염을 저축하다니. 이 작품은 이렇게 이상이 주위의 문인을 평하는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누구도 할 수 없었을 별명을 그들에게 붙이는 것을 보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가집니다.

 

싸움의 테마는 아마 춘원의 문학적 가치 운운이던 모양인데 어쨌든 피차 어지간히들 취중이라 문학은 저리 집어치우고 인제 문제는 체력이다.

p.238

 

이러한 장면 역시 그 순간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듯합니다. 비록 4명 문인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김유정편’을 쓰고 끝이난 미완의 작품이지만요.

 

13. 십이월 십이 일

사람은 도덕의 근본성을 고구하기 전에 우선 자기의 일신을 관념 위에 세워 놓고 주위의 사물에 당한다.

P.328


'밤이라는 것은 사람이 생각하여야만 할 시간으로 신이 사람에게 준 것이다.'

그는 새삼스러이 이 밤의 신비를 느꼈다.

P.329

 

십이월 십이 일은 유일한 이상의 중편입니다. 간단히 요약해보면 일본으로 건너 가 오랜 세월 고생하며 일하고 우연히 재수 좋게 얻은 재산을 갖고 고향에 돌아오나 뜻하지 않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불행을 가져다주는 이야깁니다.

 

읽으면서도 이게 뭐지 자꾸 멈추게 되는 단편들과 달리 이 작품은 중편답게 줄거리가 명확하고 그 속에 캐릭터들도 명확합니다. 또 그 와중에 계속해서 예상을 빗나가는 이야기 전개도 흥미롭습니다. 불행도 예상치 못하게 오고, 행운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옵니다. 그나마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행운 역시 다른 불운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할 뿐이지만 말입니다. 마지막에는 잔인하게 그 불행과 불운들 속에 죄 없는 순수한 생명을 던져놓기까지 합니다.

 

다른 단편들과는 달리 한 사람과 그 사람을 에워싼 운명의 굴레에 대해, 비교적 우리가 알고 있는 소설의 형태에 가장 가깝게 쓴 작품입니다. 그러면서도 이상만의 염세적인 현실인식 또한 잘 드러나 있습니다.

 

***

일단 한 번은 정리해야 할 것 같아서 어거지로 이렇게 정리를 하긴 했습니다. 책을 다 읽는데도 오래 걸렸고, 리뷰를 쓰기 시작해서 다 쓰기까지도 오래 걸렸습니다. 그래서 가뜩이나 으응? 싶은 그의 작품에 대해 쓴 이 글은 아마 더욱 으응? 할 수밖에 없는 글이 됐습니다. 하지만 저는 고칠 여력이 없습니다.

 

이상은 배워서 잘 쓰는 글에서 갖춘 요건과는 반대로 문장 길고 비문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 누구도 쓰지 못한 기발한 생각과 표현도 많습니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한 남자로, 한 인간으로 봤을 때 이상은 너무도 명확하게 비호감입니다. 대부분 자전적인 소설임을 감안할 때 여러 작품에서 드러나는 이상의 모습은 아마 거의 모든 여자에게 비호감일 겁니다. 좀 비약하자면, 그러한 경험과 자기 자신에 대한 솔직한 비아냥을 바탕으로 제 아무리 글을 잘 썼어도 이건 왠지 실컷 죄를 지어 놓고 고해성사로 갚음하려는 태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가 정말 유례 없는, 대단한, 독특한, 뛰어난, 한마디로 미친 천재라는 점은 아무리아무리아무리 냉정하게 생각해봐도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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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중고매장 부천점 내부소개 (방문 후기를 남겨주세요)


중고책을 좋아하진 않습니다. 새 책을 사서 보고 그 책은 제가 계속 보관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누울 자리가 없이 책을 쌓아두어야 해도 읽은 책을 버리거나 팔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일까요? 중고서점은 좋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사서 읽었거나 다 못 읽었거나 그냥 가지고 있던 책들이 모여있는 곳이 중고서점입니다. 그래서 갓 찍어낸 새 책들만 모여있는 서점과는 또 다른 냄새가 납니다. 오래된 종이의 냄새, 그리고 그 책이 있던 장소나 그 책을 갖고 있던 사람의 냄새가 섞여 특유의 냄새를 뿜는 것이죠. 시뻘건 음식 양념을 묻히거나 커피 등의 액체류를 쏟아서 우그러진 책을 제가 사고 싶지는 않지만 그런 것들이 모여있는 정취에는 분명 인간적인 면모가 있습니다. 새 책을 파는 서점에는 책 냄새가 더 진하고 중고책을 파는 서점에는 사람 냄새가 더 진하달까요.



직장이 있는 부천에도 중고서점이 생겼습니다. 부천역 5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한 모퉁이에 중고서점이 있습니다. 부천역의 개성이기도 한 복잡함이나 난잡함과는 확연히 분위기가 다른 입구라 서점에 딱히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 새로운 장소 앞을 지나간다면 한 번쯤 돌아볼 것 같습니다.



중고서점을 다녀온 지는 꽤 됐습니다. 한 달 남짓 된 것 같습니다. 그 날 그 시각까지 알라딘 중고서점 부천점에 들어온 책은 1,799권이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종이의 원료가 되는 나무로 된 입구와 마치 요술을 부려줄 것 같은 램프가 그려진 입구 앞에서 순간 맘이 설렜습니다.




서점 내부의 모습은 다른 중고서점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벽면에는 유명한 작가들의 얼굴과 그들의 대표작에서 발췌한 명문장들이 씌어 있습니다. 비록 진짜 얼굴은 아니지만 본격적으로 서점에 입성하기 전에 뭔가 설렘과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달까요. 멋진 예술가들은 그저 자신의 얼굴만으로도 아우라를 풍기는 법이니까요.


 

종로에 생긴 알라딘 중고서점에 처음 갔을 때 신선하다는 인상을 줬던 이 안내도 그대로입니다. 분명히 못하게 하는 것들이 많은 '금지 조항'들임에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금지나 부정의 느낌보다는 부드러운 권유와 유머를 느끼게 합니다. '애완동물 입장 금지', '음식 반입 금지'와 같은 말을 사용하지 않고도 서점에서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들을 못 하게 만듭니다. 






계단 위에서 보는 전경은 이렇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은 다 똑같은 마음이겠지만 그저 보기만 해도 흐뭇합니다. 다 내 책이 아니고 아마 죽기 전에 이 책들을 다 읽는 것도 불가능하겠지만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의 서재에 이 책들이 다 꽂히는 기분이랄까요. 평일 오후에 갔는데도 생각보다 사람도 많았습니다.



매장안내도입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도 참 예쁩니다.



엘리베이터 입구 위에도 문인들의 인자한 미소나 매서운 눈초리와 함께 그들의 명문장을 읽을 수 있습니다. 



장정일이 쓴 '애서광 체크리스트' 역시 알라딘 중고서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문장입니다. 기쁘게도 거의 모든 항목에 해당되는 저는 장정일과 알라딘 중고서점의 인증을 받은 애서광입니다. 이 중에 해당되지 않는 것은 '책에 낙서를 하지 못한다'인데, 저는 책에 밑줄을 그으면서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책이라는 것이 참 희한하게도 이렇게 진열된 책을 구경하기만 해도 책을 읽은 것 같고 책을 사기만 해도 읽은 것 같은데 정작 책을 읽고 나면 그 책을 읽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아주 오래전 사서 읽은 책을 또 산 적도 있습니다. 사놓고 안 읽은 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읽은 책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책을 읽으면서 좋은 구절이나 인상적인 부분에는 연필로 밑줄을 치고 책을 읽기 시작한 날짜와 다 읽은 날짜를 적어넣기도 합니다. 요즘은 읽은 책에 대해 꼼꼼하게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도 열심히 활용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책에 일정부분 영역 표시를 하는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내용도 잊고, 문장도 잊고, 심지어 내가 읽었는지조차 잊겠지만 다시 펼쳐보면 그 때 그 기억이 차르르르 넘어가는 책장 사이사이로 배어나올 테니까요.



알라딘에서 이벤트용도로 제작하는 다양한 제품들도 이렇게 진열이 돼 있습니다. 분명, 상술입니다. 이런 것들은 대부분 많이 사야 주기 때문입니다. 부정할 수 없는 것은, 효과적인 상술입니다. 아직 읽을 책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품들이 탐 나서 책을 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후회한 경우는 크게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사고 싶었던 책을 사는 거고 사두면 결국은 읽게 되고 또 만들어지는 제품들도 책이 아니지만 책 향기를 더하는 데 충실한 제품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유혹 때문에 지갑이 가볍거나 읽어야 할 책이 너무 쌓여있을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가보던 알라딘에 오랫동안 아예 로그인을 하지 않기도 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저기 두 번째 칸에 보이는 빨간 색 머그에 내린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






간 김에 필요한 책을 검색해봤습니다. 사려고 하는 책의 위치가 적힌 종이를 은행번호표처럼 뽑을 수 있지만 왠지 종이가 아깝게 느껴져서 스마트폰으로 위치를 찍었습니다. 이 날은 손홍규 작가의 책을 많이 찾아봤습니다. 손홍규 선생님에게 글 쓰기를 배우러 가는 첫 날이었거든요. 



보이는 이 곳은 유아 도서가 있는 구간입니다. 계단에서는 아이가 내려오고 계단 왼쪽에는 유모차가 놓여있습니다. 유모차에는 장바구니도 걸려 있습니다. 식구들 먹일 것을 사고 마음의 양식도 잊지 않은 어머니가 참으로 멋집니다.



여기는 계산대입니다. 



중고서점에도 베스트셀러는 있습니다.



역시 유명한 작가의 베스트셀링 제품은 중고서점에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책들도 금세 다른 주인을 찾을 것 같습니다.



중고서점에는 책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렇게 씨디도 살 수 있습니다.



알라딘 중고서점의 매력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책을 담아주는 비닐봉지입니다. 벽이나 천장에 그려진 작가의 얼굴들이 책을 담는 봉지에도 그려져 있습니다. 기쁘게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기형도 시인의 얼굴에 새로 산 3권의 책을 담아왔습니다. 그리고 이 이후 2번 더 중고서점에 가서 책을 사왔는데 두 번 다 기형도 시인의 봉지였습니다. 기형도 시인의 얼굴을 모아 한 쪽 벽을 장식해보고픈 욕심이 생겼습니다.  



세 권의 책을 산 가격이 얼마일까요? 피고름으로 작품을 쓰셨을 작가님들에게는 왠지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새 책을 사지 못해 죄송합니다. 대신 이렇게 사서 읽은 책은 다시 중고서점에 내놓지 않을게요. 다른 책들은 절판이 아닌 이상 새 책으로 사서 볼게요. 손홍규 선생님은 작가 생활을 하면서 가장 씁쓸한 경험 중 하나가 사인을 해서 선물한 책이 중고서점에서 발견되는 일이라고 했는데요, 이렇게 구매한 책 중에는 다행히 그런 책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산 책 중에는 선물하는 사람이 직접 책 앞 장에 길고 짧게 편지를 썼거나 실제로 작가의 사인이 돼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편지가 씌어 있거나 저자 사인을 받은 책을 어떠한 사연으로 중고서점에 내다 파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혹시나 이 글을 보는 분들은 그러지 않으셨으면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을 표현해봅니다.



기형도 시인의 얼굴에서 세 권을 책을 꺼내 방바닥에 나란히 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역시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옛말이 틀리지 않습니다. 이렇게 꺼내놓고 사진을 찍기만 해도 배가 부른 것을 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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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기른 다람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9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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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오늘 아침 출근길에 가져가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밖에 있는 시간과 이동하는 시간이 좀 길었던 덕분에 돌아오는 버스에서 다 읽었습니다. 원래 저는 버스에서는 책을 잘 읽지 못하는데 이상하게 이 책은 괜찮았습니다. 아무래도 읽기에 어렵지 않은 소설이라는 편견(?)과 밤인데도 꽤나 막히는 교통상황 덕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유명한 생태소설가라고 들었는데 저는 작가의 책을 처음 읽었습니다. 청소년도서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읽기 쉬웠습니다. 문장도 쉽고 이야기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너무 사실적이라 '시인과 닭님들'은 소설이 아니라 정말 겪은 일을 그대로 적은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해설을 보니 경험에 기반하고 있지만 픽션은 픽션이라고 돼 있더군요. 


책을 읽다 보면 가끔은 눈으로는 읽었으나 기억에는 남지 않아 가끔 다시 읽었을 때도 낯선 문장들이 있습니다. 모든 문장을 꼭꼭 씹어 삼키기에 저의 집중력은 고르지 않고 책을 읽는 마음 상태도 늘 같지 않고 환경도 역시 다르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봅니다. 그런데 이 소설집에 소개된 소설들은 거의 모든 문장이 꼬여있지 않고 쉬이 읽히는 것들이라 해설에서 다시 본 문장들 중 낯선 문장이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문장이 쉬운 만큼 이야기도 친숙했습니다. 마치 신문기사에 나온 글들을 소설로 풀어쓴 것도 같고 또 한편으로는 너무 직접적으로 교훈적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진심으로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작가의 태도는 분명 감동적인 데가 있습니다. 특히 '젖'이라는 세 번째 작품의 마지막 문단은 신선한 충격이기도 했습니다. 말로만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모든 동물은 생구이며, 사람과 동물이 다르지 않다고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거든요.


사람마다 좋아하는 글의 취향이 다르겠지만 이 소설집을 읽고 기분이 나빠지는 사람은 없지 싶습니다. 만약에 기분이 나빠진다면 그건 아마도 동물들에게 미안한 감정과 측은지심이 생겼기 때문일 듯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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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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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영원히 태어나고 그 청춘은 영원히 문장들을 낳으니 이 책은 어느 시대의 어떤 청춘이 봐도 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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