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진달래님의 "캠퍼스 삼아 전 세계를 누비는 학계 풍자소설 "

그럼 읽지 마세요. 읽고 안 읽고는 그쪽 마음입니다. 하지만 뭘 보고 저런 소리를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전 마음산책 관계자도 아니고... 오히려 '이 따우 리뷰'로 폐를 끼치게 됐네요. '이 따우 리뷰라'... 낚이는 거 같아서 안 읽겠다... 이런 리뷰가 낚시 리뷰로 보이나 보죠? 흠흠... 별 생각 없이 그냥 느끼는 대로 리뷰를 써 왔는데, 저런 소릴 들으니 기분은 쫌 그렇네요. 제가 왜 대놓고 홍보를 하죠? 그럴 이유가 없는데요. 참내... 그렇다고 제 리뷰 스타일을 바꿀 수도 없고. 반민특위님, 저건 제가 리뷰 쓰는 스타일이니 그게 낚시글이라고 생각 되시면 제 리뷰를 앞으로는 안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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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웃다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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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바다>를 처음 읽었을 때가 생각난다. 어느 토요일 아침에 눈뜨자마자 커피 한잔을 앞에 놓고 읽기 시작했던 그 책을 다 읽었을 즈음엔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가슴 한 켠 따스해졌지만 또 한켠 쓰리고 아렸다. 고모의 편지는 내게 그렇게 슬픔과 따스함을 동시에 가져다주었다.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그 작품 하나로 난 정한아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그녀가 차곡차곡 담아둔 단편들을 가지고 날 찾아왔다. 이번엔 쓸쓸함과 외로움을 가지고. 씁쓸하게 또는 담담하게 인생의 감정을 견디는 주인공들과 함께. 인간은 달라서 같은 동류들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할 때가 많다. 동류들 가운데에서 왕따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동떨어진 그 한 명은 나름대로 그 다름의 생활과 인생을 견뎌 나간다. 편안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나빴던 일들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엄마는 헤어짐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들이 행복하기를 바랐다. 그것은 믿기지 않을 만큼 평화로운 기분이었다. 꿈속에서 엄마는 자신의 몸이 빵처럼 부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뭔가 부드럽고 따뜻한 촉감, 폭신하며 향긋한 느낌이 밀려왔다. 그것은 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엄마를 가득 채웠던 성장이었다.’ -<나를 위해 웃다> 

이 작품집에선 유난히 홀로인 사람이 많다. 함께여도 홀로인 느낌이 많이 든다. 그래도 모두 그 홀로인 생활과 삶을 살아가고 견뎌낸다. 또한 인생은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우리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고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불행하기도 하다. 또한 모든 게 확실하지 않고 문제는 느끼는데 그 문제에 대한 답은 얻을 수가 없고. 문제도 아닌 것에 대한 해답을 찾느라 진을 빼고... 그런 불안 속에 사느라 힘이 든 것이다.

‘불안 때문이었다. 의미 없는 시비를 가리는 데 혈안이 되어 있던 나도, 문제가 아닌 문제에 변명을 하느라 진을 빼버린 그도 불안에 젖어 있었다. 어느 쪽이든 확실한 것이 있었다면 그처럼 힘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름의 문제를 나름의 해결책으로 풀어나가는 것, 그것이 어쩌면 아버지의 차 안에 퍼지는 마테의 맛인지 모른다.

‘아르헨티나 산 마테 특유의 그윽한 향기가 차 안에 퍼졌다. 아버지는 평소에 마테 잎을 직접 말려 차를 우려내곤 했다. 좋은 마테 찻잎에서는 바람, 태양, 흙의 향취를 느낄 수 있다. 감각이 활짝 열려서, 미처 느낀 적 없었던 시간, 장소에까지 가 닿는 것이다.’ -<마테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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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나무 식기장 - 제15회 한무숙문학상 수상작
이현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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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신기생뎐>)은 정말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작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할 정도였다. 일단 스토리 자체가 기막히다. 구성은 상대적으로 단순하지만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도 지루할 틈이 없고 어디 한 군데 빈 구석이 없다. 큰 줄거리 안에서 작은 이야기 조각들이 차례차례 맞아떨어진다. 또한 말맛이 기막히다.’  

이 문장은 처음 <신기생뎐>을 읽고 내가 적었던 리뷰의 한 대목이다. 그랬다. 21세기의 기생들에 대한 아름다운 찬가였다. 그래서 궁금했었다. 이현수라는 작가…… 사실 그렇게 기대하다가 다음 작품을 읽고 실망한 적도 많았다.
그런데 이 소설집은 이현수의 문학적인 힘을 느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그래서 한, 두 작품을 빼고는 두 번씩 읽었다. 그만큼 그 문장력이 좋았고 인생을 풀어내는 솜씨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 작품집엔 과거와 현재가 그 시간을 기억하고 세월이 흐르면서 풀어지는 인생의 이야기들이 깊이 있게 다뤄져있다. 두 작품을 빼곤 수없이 밑줄을 그었다. 곱씹을수록 깊은 맛을 내는 문장들이 내 마음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작가와 함께 그 삶들의 깊은 속까지 함께 들어가 그들을 보고 만지고 느끼고 나온 것 같다.
<추풍령>에서는 퀴퀴하고 낡은 냄새가 걸죽하고 든든한 감자탕 속에서 함께 풍겨 나왔다. 추풍령의 기억은 감자탕과 시작된다. 흔히 말하는 남자가 아닌 근원적인 의미에서의 남자의 부재가 어떤 삶을 살게 했는지, 그 삶이 어떤 의미였는지 보여준다.  

‘남자가 없다는 건 말이지. 엄마가 없고 아빠가 없는 그런 단순한 없음, 상실이 아니야. 존재의 증명 자체가 힘든 거지. 한 세계가 이유 없이 문밖으로 밀어내고 죽을힘을 다해도 닫힌 문은 열릴까 말까 하는 것. 남자가 없는 건 그런 거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 -<추풍령>  

<장미나무 식기장>은 세월이 가고 시간이 가도 집의 근본적인 목적은 살아가는데 있다는 걸 일깨우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삶의 근본을 잊고 허상과 외면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웰빙이다 뭐다 해서 우리는 점점 우리 자신의 근원을 잊고 삶의 근원을 잊고 집의 근원을 잊고 사는 것이다. 애매해진 쓸모로 인해 어떤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상이 어머니 삶을 대변했듯 장미나무 식기장이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줄 것이다.   

‘이제 나는 어머니의 눈으로 장미나무 식기장을 보고 있다. 책상이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그냥 책상이 아니었듯 장미나무 식기장이 내겐 그냥 식기장이 아니었다. 식기장을 열 때마다 달콤한 장미향이 아니라 텁텁하고 쌉싸래한 감나무숲의 냄새가 난다. 이 식기장이 있는 한, 불에 타 없어진 책상과 함께 우리가 거쳐온 여러 집들과 그 집에 얽힌 역사와 소소한 일들을 나는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오피스텔과 아파텔의 등장으로 집이 필요 없는 새로운 종족이 출현했다고는 하나, 번개가 치듯 찰나에 스러지고 마는 생의 한순간을 오롯이 기억하자면 그들도 대책 없는 큰 책상이나 수퉁스런 장미나무 식기장 하나쯤은 가져야 하는 것이다.’ -<장미나무 식기장>  

지리멸렬한 내 삶은 <태중의 기억>과 함께 시간과 함께 흘러갈 것이며 <남은 해도 되지만 내가 하면 안 되는 것들의 목록>에서는 힘겹고 어려운 진짜의 삶을 선택하기보다 편한 가짜의 삶을 선택한다. 그게 우리인 것이다. 시간과 세월 속에 묻어나는 삶의 모습이 간혹은 아프고 또 간혹은 참을 수 없다.  

* 작가에게 한마디: 책값,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작가의 말 참조) ^^;; 감사한 마음으로 두 번씩 읽었던 작품들, 이렇게 아깝지 않은 작품들, 어찌 한 번의 쉬운 독서로 끝낼 수 있었겠습니까? 행복한 마음으로 다음 작품,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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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07-07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작가 오랜만에 신작을 내놨나봐요. 저도 <신기생뎐> 재밌개 읽었는데.
읽어보고 싶군요.^^

진달래 2009-07-20 08:55   좋아요 0 | URL
이현수 작가, 역시 좋았어요. ^^

프레이야 2009-07-08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생뎐을 재미있게 읽었었는데요.. 정말 그 말맛에 도취되어서요.
그분의 소설집이군요. 제목도 참 맘에 들어요.
담아갈래요~~~ 리뷰 꾸욱!

진달래 2009-07-20 08:55   좋아요 0 | URL
<신기생뎐>과는 약간 다른 스타일이지만 맘에 든 작품집이에요. ^^
 
[노부영] Love You Forever (Paperback + CD) - 노래부르는 영어동화 [노부영] 노래부르는 영어동화 134
Sheila McGraw 그림, 로버트 먼치 글 / Firefly Books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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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어 실력은 딱 중학교 3학년생의 수준이다. 꾸준히 조금씩 공부를 하는데도 더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는, 딱 그만큼이다. 영어공부는 한 지가... 손가락으로 다 못 셀만큼 오래 되었다. 영어 학원에 갖다 뿌린 시간과 머니만 해도 아마 집 한 채는 샀을 것이라고 농담을 할 정도로 많을 것이다. 영어 원서를 읽은 것도 동화책으로만 진짜 몇 권 안 된다. 최근에 읽었던 건 <키다리 아저씨> 원서였다. 워낙 좋아했던 책이라 내용을 거의 외우다시피 했고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찾지 않고 그냥 읽었다. 그냥 재밌게 읽었다.
그런데 이 책, <Love you forever>, 일명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를 읽고 눈물이 흘렀다. 처음에 직장 동료가 이 책을 건네며, 울었다고 하길래, “우띠, 영어를 잘 하니까 원서로도 책을 읽고 우는구나, 부럽다, 야~” 했었다. 그런데 웬걸. 첫 장을 펼치자마자 마음에 팍팍 와 닿는 말들 그리고 페이지를 넘길수록 소록소록 다가오는 글귀들. 그리고 더 이상 아들을 보러 가지 못하는 엄마를 발견했을 때 가슴이 턱 하고 막혔다. 당연한 결과지만 반전 같은 그 마지막을 보면서 정말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니 눈물이 흘러내렸다.

‘I'll love you forever.
I'll like you for always.
As long as I'm living
My baby you'll be.' 

아이에 대한 엄마의 사랑만큼 넓고 깊은 사랑이 있을까. 그건 서양이나 동양이나 마찬가지이다. 천사 같던 아기가 자라면서 말썽도 부리고 말도 안 듣는다. 괴상한 옷을 입기 시작하며 이상한 친구들을 사귀기도 한다. 그래도 엄마는 아이를, 다 커서 독립을 해도 아이를 지켜본다. 왜냐하면 영원히 내 아이니까.
엄마와 아이의 사랑을 이토록 잘 그린 동화가 또 있던가. 정말 영원한 명작이다. 인생에서 절대 변하지 않는 진리가 담긴 명작이다. 아이와 엄마 모두 함께 읽고 행복할 책이다.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도 행복할 책이다.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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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소 - 중국문학 다림세계문학 1
차오원쉬엔 지음, 첸 지앙 홍 그림, 양태은 옮김 / 다림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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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문장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선뜻 골라든 책이었다. 중국문학인데 문장력이 그만큼 아름답다는 건 옮긴이의 힘도 들어갔을 터였다. 역시나 그랬다. 간혹 다른 풍경 묘사에 생소해질 수 있었던 부분도 잘 흡수되어 이야기와 조화를 이루었다.
이 작품집엔 <빨간 호리병박>, <바다소>, <미꾸라지> 그리고 <아추>, 이렇게 네 작품이 들어있다. 모두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우정도 나누고 고난도 이겨내고 싸우고 다투면서 그리고 세상을 미워하며 자라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우리와는 다른 문화, 다른 생활 모습에 이끌리면서도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의 근간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아이,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동네에서 문제가 있는 집안으로 여겨져, 선뜻 다가서지 못하다가 서로의 호기심과 관심으로 친구가 된다. 하지만 오해가 생겨 멀어지고 후회를 하지만 이미 늦었다. <빨간 호리병박>의 완이와 뉴뉴의 우정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할머니의 기력이 점점 쇠하는 걸 보면서 상급학교 가는 걸 포기하고 농사를 지으려는 소년은 열다섯 살이었다. 소년은 힘도 없고 쓸모도 많지 않은 흙탕물소를 포기하고 성질은 바다처럼 거칠지만 힘이 센 바다소를 사러 길을 떠난다. 온갖 역경과 고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소년은 포기하지 않고 그 바다소를 집으로 끌고 온다. 그 노력과 의지는 앞으로 인생을 헤쳐 나갈 자산이나 마찬가지이다.       

‘소년의 몸은 제대로 자라지 않아 얇은 쇳조각 같았다. 목도 팔도 다리도 가느다랗고, 가슴도 어린애처럼 편편했다. 하지만 꼿꼿하기는 해서 아주 힘이 있어 보였다. 눈동자도 깊고 맑게 빛나 칠흑 같은 어둠 속 땅 밑에 감추어진 두 줄기 샘물 같았다. 그것은 조물주가 이 황량한 땅에 선사한 아주 작은 걸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 봐서는 너무나 말라서 칼날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 속에는 영혼이 살아 있었다.’

<미꾸라지>에서는 서로 다른 두 소년이 같은 장소에서 함께 미꾸라지를 잡으며 서로 반목하고 싸우고 다투다 우정을 나누게 되는 이야기이다.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우정은 큰 힘이 아닌가.
<아추>는 어느 날 부모를 한꺼번에 잃고 할머니와 사는 아이인데, 부모의 둑음이 동네 사람들 탓이라고 여기고 세상을 미워하며 자라는 아이이다. 온갖 못된 짓을 일삼으며 사는 게 자신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추는 성이 차지 않았다. 그는 모든 인간들과 한판 붙고 싶었다. 그는 억압을 당했고, 그들이 모두 미웠다. 아추는 하늘에 떠 있는 태양까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개 같은 태양은 뭐 할라고 저렇게 매일매일 똑같이 내리쬐는겨!”’

하지만 아추도 어린아이이다. 세상이 그를 그렇게 버리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추가 변해가는 과정은 보기에도 딱하고 힘겹다. 그런 아추가 결국엔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자신은 추워도 세상은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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