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청주시립정보도서관에서 열린 책 읽는 청주선포식에 다녀왔다. 이 행사의 모체인 한 책, 한 도시(One Book One City)’ 독서운동은 1998년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에서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는 부산, 포항, 순천, 원주 등 다양한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시민들이 한 권의 책을 함께 읽으면서 그동안 잊었던 독서의 즐거움을 되찾고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며, 나아가 우리의 삶을 조금은 변화시키는 운동이다.

 

상반기에는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승효상 저. 컬처그라퍼)’가 선정되었다. 선포식에서 승효상 작가를 만나는 행운이 함께 했다.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이며, 15년 간 김수근 선생 문하를 거쳤다.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으로 알려졌다.

이 책은 건축가가 여행길에서 만난 삶의 풍경을 기록한 인문 에세이다. 책의 서두는 박노해의 시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로 시작한다. 시와 책은 제목처럼 닮았다. 저자가 추구하는 빈자의 미학, 비움과 고독, 사유, 시간을 견뎌낸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책과 여행을 좋아하는 그의 일상이 그림 같다. “건축을 하는 한 나는 늘 여행길에 있을 것이다. 그 길 위에서 환상과 실체 사이에 있는 간극의 크기를 항상 절감할 것이며 그로써 이방인 된 즐거움에 사로잡힐 것이다. 여행이 주는 매력은 치명적이며, 따라서 내 평생 결단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추구하는 여행도 이방인의 즐거움이다. 낯선 곳에서 낯선 얼굴을 하고 한껏 누리는 여유와 자유를 늘 동경한다.

 

저자는 일본의 온천과 우리나라의 온천을 비교하며 화()와 화()로 표현한다. 동음이지만 뜻은 큰 차이다. 몇 년 전 일본 유후인의 시골 온천마을에 갔는데 고즈넉하다. 낡은 목조건물과 어우러진 소박한 간판은 정겹다. 유황 내음이 물씬 나는 노천 온천에 앉아 우거진 숲을 보는데 탄성이 나온다. 저자는 이를 자연과 하나 되는 화()로 표현했다. 이에 반해 화려한 간판들의 악다구니와 무례한 형태의 건물들, 지저분함으로 표현한 우리의 온천에 분노했다. 이를 화()로 칭했다.

그가 손꼽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건축은 담양의 소쇄원, 영주 부석사, 안동의 병산서원, 창덕궁의 기호헌, 순천의 선암사 등이다. 책을 읽고 그 곳에 가면 새로운 시야가 열린다. 아는 만큼 보인다.

 

건축의 범주는 인문학이라는 시선이 신선하다. “좋은 건축과 건강한 도시는 비움과 고독을 통해 얻어 진다는 저자의 말이 맴돈다. 남의 눈을 의식한 화려함이 아닌 우리 삶의 선함과 소박함이 일깨워지는 여백이 있는 공간이다. 백년 후에도 오랜 시간을 견뎌낸 아름다움이 있는 그런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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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5-17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멋진 5월 보내시길 ~^^

세실 2016-05-17 22:43   좋아요 1 | URL
힘이 나는 댓글 감사합니다^^
눈부신 5월 되세요~~~

[그장소] 2016-05-17 22:59   좋아요 0 | URL
세실님도요!^^

수퍼남매맘 2016-05-17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주 부석사만 다녀왔습니다.

세실 2016-05-17 22:45   좋아요 1 | URL
가을의 담양 소쇄원 강추합니다. 가을을 제대로 느낄수 있어요^^

꿈꾸는섬 2016-05-17 2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곳곳 아름다운 곳이 정말 많죠.
소쇄원은 순오기님 광주이벤트때 다녀왔는데 정말 좋더라구요.
부석사 무량수전은 워낙 유명하고, 안동 병산서원도 정말 좋았어요. 순천의 선암사도 가봤는데 창덕궁의 기호헌은 아직 못 가봤네요. 다른 곳보다 가까운데 여태 못 가봤네요. 다음에 기억해두었다가 가봐야겠어요.^^

세실 2016-05-17 22:47   좋아요 1 | URL
많이 다녀오셨네요. 전 선암사 가물가물하고, 기호헌은 생소합니다.
몇년전 가을의 소쇄원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우리나라도 아름다운곳이 참 많죠^^

양철나무꾼 2016-05-18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엉.덩이가 뚱.뚱하여, ㅋ~.
움직이는 건 딱 질색인데...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건축물 다섯 곳은 다 좋아요.
그 중 한곳을 꼽으라고 한다면 선암사요~^^

세실 2016-05-18 11:21   좋아요 0 | URL
호호호 전 엉덩이가 뚱뚱하지만 움직이는건 좋아해요^^
모두 다녀오셨구나...선암사 님이 추천해주시니 더 가고싶네요.
갔는지 안갔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페크pek0501 2016-05-26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다울까요?
오래된 우정은 확실히 아름다운 것 같아요.
세실 님과 내가 쌓아 가고 있는 것... ㅋ

잘 지내시고 계시죠?

세실 2016-05-29 18:00   좋아요 0 | URL
오래된 문화유산, 오래된 나무, 오래된 도서관? 아름답지요~~~~
오래된 우정도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빛이 바래집니다.
요즘 반성하고 있어요^^
넵 페크님도 피부관리 잘하고 계시지요? ㅎㅎ

2016-05-26 2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9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02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06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