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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2 - 드라마 대본집
박경수 지음 / 북폴리오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드라마를 보며 책을 보며 눈물을 흘리면 사람들은 바보라고 말한다. 바보라도 어쩔 수 없다. 배우들의 명연기에 그 내용에 감동받는데 어떻게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을까? 드라마도 아닌 드라마 대본집으로 이렇게 감동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오늘 눈물 흘리는 바보가 된다.
드라마 대본집은 그 사람의 표정이나 행동을 지문으로 읽어야 하고 드라마 사이사이 한눈에 볼 수 있는 회상하는 장면들을 글로 읽어야 한다. 그래서 때로는 조금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내용이 워낙 한편의 드라마를 보듯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에 회상하는 장면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고 이리저리 사건사이에 뒤죽박죽 등장하는 장면들이 하나도 복잡하지도 않다. 아니 오히려 긴장감을 높이고 집중도를 높인다고 해야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감독이나 배우들이 이런 대본집을 받아들고 나처럼 상상을 하기 때문에 더 멋진 장면을 연출해 낼 수 있는건 아닐까 하는,,,
서회장과 강동윤, 그리고 백홍석의 줄다리기는 1부에 이어 2부에서도 팽팽하다. 자신의 사위지만 하나뿐인 아들에게 자신의 재산과 권력을 승계하기 위해 자신의 힘을 다 동원하는 서회장, 이발사의 아들로 멸시받는 가난을 극복하고 서회장까지 끌어 내리려 대통령자리에 오르려하는 강동윤, 오로지 진실만을 밝혀 자신의 딸의 억울한 죽음을 풀고자 하는 한 소녀의 아버지 백홍석! 서로 엎치락 뒤치락하며 전개되는 잡힐듯 잡히지 않고 풀릴듯 풀리지 않는 이야기를 지켜보며 과연 이들의 줄다리기는 어떻게 결말지어질지, 정의가 살아 있어 진실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자못 기대하며 대본집을 읽게 된다.
무엇보다 이 2부의 대본집에서는 앞서 실망을 안겨준 홍반장과 백수정 사건을 담당했다 패했던 검사 정우와 서회장의 막내딸 지원과 홍석을 끝까지 믿고 따르는 조형사와 용식이라는 인물들이 대활약을 한다. 무엇보다 감초같은 역할과 깨알같은 즐거움을 주는 용식과 조형사의 이야기가 어쩌면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한층 밝게 이끌어 가고 있어 대본집을 읽으며 그들의 등장을 은근 기다리게 되기도 한다. 또한 서회장의 막내딸 재벌가의 여식인 서지원의 향방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데 온갖 권모술수가 동원되는 재벌가의 집안에도 이런 순수한 딸이 있다는 사실이 참 믿기 어렵다. 하지만 세상에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이 있듯 재벌가 집안도 마찬가지겠지 하는 생각도 한다. 그리고 정우와의 은근슬쩍 로맨스도 그리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듯 자꾸만 다치기만 하고 자꾸만 벼랑끝으로 몰리고만 있는 백홍석을 보면 안타깝고 안쓰럽고 맘이 참 짠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인물들의 도움을 받아 죽은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그 불굴의 의지에는 감동받지 않을 수 없다. 감동을 뛰어 넘어 존경스럽기까지 하달까? 결국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전날까지도 법으로 해결하려던 그들의 의지는 꺽여 버리고 말지만 마지막에 웃는 자가 승리한다는 말도 있듯 백홍석의 마지막 작전앞에 무릎꿇게되는 이야기에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되고 결연한 의지로 나서야함을 깨닫게 된다.
지게하나 달랑지고 재벌이 되어 정재계를 주무르는 힘을 가지게 된 서회장과 천대받고 멸시받는 가난을 벗어나 세상을 휘두르는 그 자리에 오르려 하는 강동윤을 보면서 인간의 욕망이 끝이 없음을 새삼 깨닫게 되고 그 욕심의 끝은 결국 자신들을 파멸의 길로 인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에 비해 아무것도 가진게 없고 딸도 아내도 모두 잃은 백홍석이지만 자신을 믿고 따라주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과 힘을 합쳐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결과 딸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음에 감동 하게 된다. 인간의 이야기를 써보겠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추적자]는 딸의 죽음을 추적하는 백홍석을 중심으로 주변인물들을 통해 갖가지 인간들의 본질을 들여다 보게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