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여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 친구가 아니어도 동료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절절하게 느끼는 것은 내 부모님께서 정말 좋은 부모였구나 하는 사실이다. 물론 대부분 많은 경우에 좋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노력하는 것과 실제 자식 입장에서 좋은 부모라고 생각하는 것은 다른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내 아버지는 딸들에게 한 번도 아들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없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부딪친 가장 큰 일이 여자가 우리 사회에서 남자만큼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깨달음이었다. 그런데 정말 더 재미있는 일은 여자 스스로가 갖고 있는 여자에 대한 편견도 무시 못 한다는 사실이었다. 모든 여자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에 그렇다는 걸 느끼는 때가 있었다. 게다가 내가 남자와 다르게 생각하고 느끼고 있다는 것을 남편과 아들을 통해서 더욱 절절하게 느끼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눈에 들어온 책 제목이 「여자의 적은 여자다(필리스 체슬러 지음. 정명진 옮김)」이었다. 제목이 정말 도발적이었다. 저자 자신도 책 서문에서 정말 오랫동안 이 주제로 책을 쓰기 위해서 기다렸다고 하였다. 이러한 주제를 내건다는 것 자체가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여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주제에 대한 많은 연구를 통하여 객관적인 결과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저자는 보았다. 또한 이러한 사실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서 여자들이 서로를 적이 아니라 동지로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배우도록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엄청난 부피에 놀랐지만 부피에 비해서 내용은 흥미진진하게 구성되고 서술하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정신분석학과 인류학, 사회학을 비롯하여 신화와 옛이야기, 연극, 소설 등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여자들 사이에서 보이는 적대감의 악순환을 어떻게 끊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려고 노력하였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해서, 여자들만이 서로 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남자의 적은 남자라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단지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사실을 모두 다 인정하지 않고 묻어두었을 뿐이다. 이 책은 바로 묻어 두고 없었던 것인냥 했던 부분을 드러내서 보여준다. 모든 인간관계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지만 특히 여자들은 밝은 면만 보여 주고 인정하려고 했던 부분이 많았다. 이 책은 그동안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던 여자 사이의 인간관계의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여자들의 정신적 성숙을 위해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딸과의 융합을 꿈꾸는 데메테르와 자기 엄마를 죽이는 엘렉트라 등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통해서 저자가 하고자 하는 주제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똑똑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엄마라도 심리적으로 파고들면 기본적으로 다 똑같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엄마는 자기 딸들에게 수동적이고, 변화를 두려워하고, 현실에 안주하고, 권위에 복종하는 인간이 되라고 가르치며,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다른 여자들에게 잔인하게 굴도록 만들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현실을 인정한 바탕에서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탐구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저자도 주장하지만 여자들도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반드시 친구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였다. 많은 경우에 여자들은 친구가 되지 않으면 동료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같은 뜻을 이루기 위해 같은 길을 가는 동지는 친구가 아니어도 서로 존중할 수 있음을 여자들이 꼭 배워야 하는 일이라고 하였다.
이 책의 부피에 읽기를 주저한다면 비슷한 주제를 다루지만 조금 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소녀들의 심리학(레이첼 시먼스 지음. 정연희 옮김)󰡕을 추천한다. 이 책은 󰡔여자의 적은 여자다󰡕에서 다루는 주제와 비슷하지만 초점을 소녀들에 맞추어서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딸을 둔 엄마이거나 아들만 있는 엄마에게도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우리의 어여쁜 딸들이 서로 좋은 동료로서 삶을 사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좋다.
덧, 󰡔소녀들의 심리학󰡕의 구판 제목은 󰡔소녀들의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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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일이 정말 일어났을까?>

“엄마가 나를 사랑해 준 적이 언제 있어요?” 이 말을 아들에게 듣는 순간 깜짝 놀랐다. 그동안 내가 아이를 위해 미뤄 두었던 많은 꿈과 열심히 노력했던 일이 거품처럼 사라졌다. 아이와 내 기억이 서로 얼마나 다른지를 알게 된 일이었다. 물론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내 기억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르지만 어느 정도 기억을 하는 상황이라면 나만 옳다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깨달음도 들었다. 어쩌면 객관적인 기억이라기보다는 그 상황에 대한 아이의 느낌과 바람이 기억으로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내 경우에도 엄마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내 소망을 포기했다는 아쉬움이 기억이 아이한테 듬뿍 사랑을 쏟았다는 기억으로 남아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이처럼 아이와 내가 서로 다른 기억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답이 궁금하던 즈음에 읽었던 책이 󰡔당신의 고정관념을 깨뜨릴 심리실험 45가지(더글라스 무크 지음. 진성록 옮김)󰡕이었다. 이 책에서 기술한 심리학 실험은 그동안 심리학계에서 인정받은 것으로 심리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입문서에서 꼭 소개하는 것들이라고 한다. 심리학에서 선택된 주제가 실험으로 다듬어지고 결과가 심리학이나 다른 분야의 연구와 어떤 식으로 결합되는지를 보여준다. 실제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실험에 대한 설명이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게 서술하고 있어 교양서로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전부 6장으로 나뉘어 있고, 1장은 사회관계, 2장은 학습, 3장은 인지, 4장은 기억, 5장은 동기부여와 감정, 6장은 정신생물학을 다루었다. 이 책을 읽으면 그동안 우리가 갖고 있던 생각 중 많은 것이 고정관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지도 모른다. 우리가 가장 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스스로 옳다고 믿었던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는 일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고는 했는데 이 실험들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세상을 엿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주는 설렘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이 책을 읽고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다룬 책을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면 󰡔인간 그 속기 쉬운 동물: 미신과 속설은 어떻게 생기나(토마스 길로비치 지음. 장근영, 이양원 옮김)󰡕을 소개하고 싶다. 심리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설명하는 저자의 기술 방식도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해 준다. 또한 사회과학적 연구 방법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다.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책으로 󰡔믿음의 엔진(루이스 월퍼트 지음. 황소연 옮김)󰡕,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마이클 셔머 지음. 류운 옮김)󰡕도 있다. 우리가 살면서 믿고 있는 사실에 대해 정말 열심히 그 연원을 생각해 보았는가에 대해 곰곰이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더불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회의적 사고, 과학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것을 절절하게 느꼈다. 맹목적인 믿음과 내 종교만이 유일한 잣대라고 믿는 사람이 많은 사회일수록 살아가기가 빡빡할 것이고, 특히나 그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지도층 인사에 많다면 더욱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믿음과 같이 생각해 볼 인식의 문제는 거짓말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왜 거짓말을 하는지 또 거짓말에 어떻게 속는지에 대한 책으로 󰡔왜 뻔한 거짓말에 속을까(찰스 포드 지음. 우혜령 옮김.)󰡕,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로버트 펠드먼 지음. 이재경 옮김)󰡕을 소개하고 싶다.
혹시 󰡔당신의 고정관념을 깨뜨릴 심리실험 45가지󰡕를 읽고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다면 󰡔오래된 연장통: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전중환 지음)󰡕을 추천한다. 진화심리학을 공부한 저자가 진화심리학이 무엇을 연구하는지에 대해 알기 쉽게 이야기해 주어서 이 분야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터이다.
덧, 󰡔왜 뻔한 거짓말에 속을까󰡕의 구판 제목은 󰡔거짓말의 심리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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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을 통해서 성장하기>

우리가 온전한 자신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 중에서 하나의 방법은 삶에서 만나는 상실 때문에 생기는 상처를 어떻게 치료했는가에 달려 있다.
‘상실’이란 단어를 들을 때 어떤 상황이 생각날까? 아마도 많은 경우에 연인과의 이별, 배우자, 부모, 형제, 자매, 친구 등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이나 죽음을 떠 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헤어짐이나 죽음이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우리 실제 삶을 돌아볼 때 알게 된다.
주디스 바이올스트는 󰡔상처입은 나를 위로하라: 관계 맺기에 서툰 당신을 위한 심리 카운슬링(오혜경 옮김)󰡕에서 우리가 삶의 단계에서 만나는 상실이 무엇이며 상실에 따른 상처를 치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신적 성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이올스트가 짚어주는 삶에서 만나는 상실은 특정 상황에서 이별이나 분리를 말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엄마가 우리를 떠나는 데서 느끼는 상실, 엄마의 사랑이 나만의 것일 수 없다는 데서 오는 상실, 형제나 친구, 동료 그리고 남편 혹은 아내 등 우리의 모든 인간관계에는 결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데서 오는 상실. 그밖에 나의 꿈이나 환상이 모두 충족될 수 없다는 현실에서 느끼는 상실, 나이가 들고 젊음을 잃어가는 데서 오는 상실 등’ 이처럼 바이올스트가 말하는 상실의 목록을 보면 우리는 살면서 정말 다양하고 많은 상실을 경험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는 이러한 상실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상처를 치료하는 과정 즉, 상처를 떠나보내고 놓아주는 과정을 거치면서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삶에서 만나는 상처를 잘 떠나보내면서 좀 더 성숙한 자아를 형성할 수 있고 평생 포기하면서 성장한다고 하였다.
저자는 이 책을 총 4부로 구성하였다. 엄마와 분리되면서 겪는 최초의 상실, 금지되고 불가능한 것에 굴복하면서 겪는 상실, 꿈을 포기하는 데서 오는 상실, 인생의 후반부에 들어서서 맛보는 상실 등 인생 전반에 걸쳐 경험하게 되는 상실의 체험을 크게 4부분으로 나누어 기술하였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상실의 체험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상실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만약 우리가 엄마와 분리되지 않고 영원히 하나라는 환상을 포기하지 않으면 홀로서기를 통해 누릴 수 있는 승리감을 알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포기하면서 얻는 것을 통해 우리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창의적으로 변모할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바이올스트가 책의 마지막 문장에서 하는 말을 통해 우리는 상실이 주는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상실과 떠남과 놓아줌이 없다면 분리된 한 존재로서 타인과 연결된 책임감 있고 사려 깊은 사람이 될 수 없다.”
이 책과 더불어 󰡔마음에게 말걸기(대니얼 고틀립 지음. 노지양 옮김)󰡕는 우리가 삶의 고비에서 만나는 문제들로 길을 잃었을 때 답을 찾는 법을 알려준다. 특히 자신의 상황을 토대로 정말 차분하게 쓴 글이라 쉽게 읽을 수 있고, 전신마비 장애를 가진 심리학자로서 저자가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 많은 힘과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자신의 삶이 힘겹다고 생각할 때 읽으면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으로
󰡔완벽함으로부터의 자유(베로니크 비엔느 지음, 이혜경 옮김, 에리카 레너드 사진.)󰡕, 󰡔감정사용설명서 :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는 치유의 심리학(롤프 메르클레 & 도리스 볼프 지음, 유영미 옮김.)󰡕, 󰡔불안한 나로부터 벗어나는 법: 행복한 삶을 위한 10가지 길 (바바라 버거 지음, 강주헌 옮김)󰡕등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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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으면서 즐거웠다. 과학과 관련된 주제를 다루면서 술술 읽을 수 있는 문체였고, 이야기 하는 내용도 정말 재미있었다. 게다가 책을 다 읽고 나서 내가 이 책을 읽은 것도 하나의 우연이었더라는 깨달음이 들었다. 그런데 가끔 책을 읽고 나서 책의 내용이 정확하게 생각나지 않으니 책 읽는 방법이 잘못 되지 않았는지 걱정스러울 때도 있다. 그냥 책의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만 남아 있으니까. 그래도 기회가 왔을 때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먼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원래 사람은 불확실한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한다는데 내 경우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한 것 같다는 생각이 ...

343쪽에서 -- 

그런 잘못된 길에 빠지지 않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이 불확실한 상태에 있음을 고백해야 할 것이다. 불확실한 상황은 우리가 보았듯이 즐거운 설렘을 선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불확실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그리고 이것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거짓된 확신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아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다.

   

 다른 책에서 읽었던 폴 에크먼의 미소 연구에 대한 이야기가 첫 부분에 나올 때 내가 모르고 있는 내용은 아니지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전체 내용은 비슷한 맥락으로 전개하였지만 저자가 워낙 글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쓰기 때문에 이 주제에 대한 책을 전혀 읽지 않은 경우에는 강력하게 추천한다. 아마 내가 읽었던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 중에서는 이 책이 제일 편안하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이 어떤 상황인지 알고 충분히 연습한다면 우리는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위로는 받지만 연습하는 일이 정말로 쉽다면 이 세상에 불행한 사람이 이렇게 많지는 않겠지? 아니면 연습하는 일 자체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일까? 아무튼 사회가 전체적으로 노력한다면 가능하다는 것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니 알고 있는 사람들은 행동으로 옮겨야 할 책임이 있네.  

에필로그 제목이 '행복을 찾아가는 60억 개의 길'이다. 사람 수 만큼 행복의 모습도 다르다는 것 정말 기억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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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받아들이기>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싫어한다면 이유는 그 사람에게서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이 문장은 내가 읽은 많은 심리학 관련 책에서 자주 보게 된 내용이다. 이 말은 결국 우리 대부분이 스스로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려운 특성을 보이는 사람에게 미움을 투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을 미워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 더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쉽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융이 말한 온전한 사람이란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과 받아들이기 어려운 싫은 부분 모두를 자신이라는 전체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는 살면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 모습을 주위 사람들에게서 쉽게 본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용납하기 어려운 그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괴롭고 힘들어한다. 하지만 자신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게 된 사람은 자신의 결점을 보여주는 사람을 미워하기 보다는 연민을 가지고 대할 수 있게 될지 모른다. 따라서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을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일이다.
자신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내면의 아이를 보살펴주는 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아직 성장하지 못한 내면의 아이가 울고 있는데 그 아이를 보듬어 주는 일이 온전한 나를 받아들이는 첫 순서라고 한다.
하지만 자신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일은 우리가 열심히 연습한다고 하더라도 완성된 단계에 이르지는 못할지도 모른다. 단지 완성을 향한 여정을 열심히 쉬지 않고 꾸준하게 걸어가는 일만이 필요할 뿐이다.
이런 여정에 아주 크게 도움이 되는 책으로 󰡔자기 사랑의 심리학(롤프 메르클레 지음. 장현숙 옮김)󰡕이 있다. 이 책은 저자 스스로가 ‘실천을 위한 조언서’이기 때문에 몇 번이고 거듭해 읽으면서 책에서 가르치는 대로 연습하고, 저자가 제안한 사항을 명심해야 비로소 효과가 나타난다고 강하게 이야기한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독자도 저자가 이끄는 대로 정말 열심히 따라갈 각오를 한다면 저자가 보증하는 효과를 반드시 얻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저자인 메르클레는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부딪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쉽게 해결하고 좌절도 훨씬 덜 경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굳건한 자기 신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 마음속에 굳건한 자기 신뢰를 갉아먹는 ‘면박꾼’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자기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고 하였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내 안에 자리 잡은 면박꾼이 하는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찬찬히 점검하는 것이다. 저자는 여정이 끝나는 곳에서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만나서 평생 가는 우정을 시작하라고 권유한다.
자신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다음의 책들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기술(드류 레더 지음. 박상은 옮김)󰡕은 일상생활에서 스스로를 사랑함으로써 매 순간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행복을 발견하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절망이 아닌 선택(디오도어 루빈 지음. 안정효 옮김)󰡕에서 저자는 자신이 저지른 작은 실수나 잘못에 대해서 자신을 학대하고 괴롭히는 일상의 자기증오가 우리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어 불행의 길로 들어서게 한다고 하였다. 또한 저자 자신이 상담하고 치료했던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그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덧, 󰡔자기 사랑의 심리학󰡕은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자기를 믿지 못하는 병󰡕의 개정판이다. 본문에서 소개한 책 중에서 절판이 되었더라도 공공도서관을 통해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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