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일이 정말 일어났을까?>

“엄마가 나를 사랑해 준 적이 언제 있어요?” 이 말을 아들에게 듣는 순간 깜짝 놀랐다. 그동안 내가 아이를 위해 미뤄 두었던 많은 꿈과 열심히 노력했던 일이 거품처럼 사라졌다. 아이와 내 기억이 서로 얼마나 다른지를 알게 된 일이었다. 물론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내 기억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르지만 어느 정도 기억을 하는 상황이라면 나만 옳다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깨달음도 들었다. 어쩌면 객관적인 기억이라기보다는 그 상황에 대한 아이의 느낌과 바람이 기억으로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내 경우에도 엄마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내 소망을 포기했다는 아쉬움이 기억이 아이한테 듬뿍 사랑을 쏟았다는 기억으로 남아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이처럼 아이와 내가 서로 다른 기억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답이 궁금하던 즈음에 읽었던 책이 󰡔당신의 고정관념을 깨뜨릴 심리실험 45가지(더글라스 무크 지음. 진성록 옮김)󰡕이었다. 이 책에서 기술한 심리학 실험은 그동안 심리학계에서 인정받은 것으로 심리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입문서에서 꼭 소개하는 것들이라고 한다. 심리학에서 선택된 주제가 실험으로 다듬어지고 결과가 심리학이나 다른 분야의 연구와 어떤 식으로 결합되는지를 보여준다. 실제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실험에 대한 설명이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게 서술하고 있어 교양서로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전부 6장으로 나뉘어 있고, 1장은 사회관계, 2장은 학습, 3장은 인지, 4장은 기억, 5장은 동기부여와 감정, 6장은 정신생물학을 다루었다. 이 책을 읽으면 그동안 우리가 갖고 있던 생각 중 많은 것이 고정관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지도 모른다. 우리가 가장 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스스로 옳다고 믿었던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는 일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고는 했는데 이 실험들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세상을 엿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주는 설렘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이 책을 읽고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다룬 책을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면 󰡔인간 그 속기 쉬운 동물: 미신과 속설은 어떻게 생기나(토마스 길로비치 지음. 장근영, 이양원 옮김)󰡕을 소개하고 싶다. 심리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설명하는 저자의 기술 방식도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해 준다. 또한 사회과학적 연구 방법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다.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책으로 󰡔믿음의 엔진(루이스 월퍼트 지음. 황소연 옮김)󰡕,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마이클 셔머 지음. 류운 옮김)󰡕도 있다. 우리가 살면서 믿고 있는 사실에 대해 정말 열심히 그 연원을 생각해 보았는가에 대해 곰곰이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더불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회의적 사고, 과학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것을 절절하게 느꼈다. 맹목적인 믿음과 내 종교만이 유일한 잣대라고 믿는 사람이 많은 사회일수록 살아가기가 빡빡할 것이고, 특히나 그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지도층 인사에 많다면 더욱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믿음과 같이 생각해 볼 인식의 문제는 거짓말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왜 거짓말을 하는지 또 거짓말에 어떻게 속는지에 대한 책으로 󰡔왜 뻔한 거짓말에 속을까(찰스 포드 지음. 우혜령 옮김.)󰡕,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로버트 펠드먼 지음. 이재경 옮김)󰡕을 소개하고 싶다.
혹시 󰡔당신의 고정관념을 깨뜨릴 심리실험 45가지󰡕를 읽고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다면 󰡔오래된 연장통: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전중환 지음)󰡕을 추천한다. 진화심리학을 공부한 저자가 진화심리학이 무엇을 연구하는지에 대해 알기 쉽게 이야기해 주어서 이 분야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터이다.
덧, 󰡔왜 뻔한 거짓말에 속을까󰡕의 구판 제목은 󰡔거짓말의 심리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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