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가 된 고양이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27
재클린 윌슨 지음, 닉 샤랫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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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 연령이 초등 3학년 이상에 해당하는 시공주니어문고 독서레벨2 미라가 된 고양이이다. 메이블은 베리티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인데, 나이가 많다. 베리티의 엄마는 베리티가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아 죽었는데, 엄마가 키우던 고양이니까 베리티보다 나이가 많은 셈이다. 그래서인지 메이블은 밖에 나돌아다니지도 않고 내내 꾸벅꾸벅 졸거나, 잠을 자거나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집에서는 한번 쯤 겪을법한 반려동물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 고양이 메이블은 늙어서 잠만 잡니다.


메이블은 다른 친구들 집에 있는 반려동물들처럼 생생하지는 않지만, 베리티에게는 가족과도 같은 존재이다. 엄마는 베리티가 워낙 어렸을 때 돌아가셨기 때문에 베리티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나 슬픔을 표현하지는 않는다. 아니, 실은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메이블에게 털어놓곤 했다. 엄마가 키우던 고양이 메이블은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메이블이 두 번이나 토한 날, 베리티는 메이블에게 화를 냈지만 이내 메이블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찾아다닌다. 가족도 늘 함께 지낼 때는 투닥투닥 싸움을 하다가도 어느 날 집을 떠나 빈 자리가 생기고 나면 그 존재감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 이집트에서는 고양이를 미라로 만들기도 했어요.

 

베리티가 메이블을 방 안에서 찾았을 때, 안타깝게도 메이블은 이미 죽은 뒤였다. 보통은 고양이들이 죽을 때 자기가 살던 곳을 떠나서 보이지 않는 곳에 가서 죽곤 하는데, 메이블은 집 안에서 베리티의 옷을 뒤집어쓰고 있는 채로 죽었다. 우리집에서 키우던 반려동물들 중 고양이들은 유난히 죽을 때가 되면 어디론가 사라지곤 했었다. 그래서 이 책의 첫 부분을 읽을 때 메이블이 어딘가에 가서 죽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베리티는 메이블을 발견한 후 미라로 만들게 된다. 베리티는 엄마가 그 축축하고 어두운 땅 속에 있는 게 싫을 거라고 생각했고, 메이블 역시 땅 속에 묻는 것이 좋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사실, 베리티는 엄마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 먼저 떠난 엄마와 고양이 메이블을 추억하는 방법

 

죽은 메이블을 미라로 만드는 장면은 아이들에 따라 다른 반응이 나온다. 대부분은 죽은 고양이를 직접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미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부지만, 죽은 고양이를 만지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다. 어쨌든, 죽은 고양이를 미라로 만들고 배낭 속에 넣어 옷장에 숨겨 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죽은 시체에서는 썩는 냄새가 나기 마련이고 그로 인해 미라가 된 고양이는 발견된다. 베리티의 선생님은 고양이를 미라로 만드는 대신 베리티가 메이블을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그것은 메이블에 대한 책을 만드는 것이었다.

 

누군가를 오래도록 기억에 남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특히 요즘은 워낙 사진도 많이 찍으니까 추억을 함께 나누기에도 좋은 것 같다.

반려동물을 키우다가 병들거나 늙었다고 길에 내다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주로 이런 뉴스를 더 많이 접한다. 뉴스라는 것이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을 더 많이 전달하는 것 같다. 한 집에서 자기 수명을 다하고 세상을 떠나는 반려동물은 더 많다. 그들과 아름답게 헤어지는 방법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는 것 같다.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아이와 함께 한번 쯤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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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40
다니엘 살미에리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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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겨울, 곰과 늑대가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표지.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산책 나온 곰이 눈밭에서 늑대를 만나는 장면. 그리고 반대편에서 늑대가 곰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긴장감이 느껴지는 대치상황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는데, 둘은 함께 산책을 간다.
 
이 둘이 서로 다른 존재라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눈이 내리는 고요한 숲을 좋아하는 곰과 눈을 밟을 때 나는 소리가 좋아 눈을 밟으러 나온 늑대는 함께 눈 내리는 숲을 산책한다. 다시 앞장으로 넘겨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을 보니 이제는 대치상황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어쩌면 누군가를 볼 때 편협한 시선으로 미리 재단하고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
 
이 그림책을 보는 내내 나는 '시선'에 대해 생각하였다. 곰과 늑대를 바라보는 외부의 눈, 곰과 늑대가 함께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둘이 함께 걸어갈 때 위에서 내려다 보던 새가 있고, 그들이 얼음 아래 물고기를 바라볼 때 물고기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상대적인 '시선'을 통해 우리는 누구나 다른 존재이면서, 함께 하는 존재임을 느낄 수 있었다.

'산책'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도 좋다. '산책'을 하는 이는 기본적으로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잠깐 짬을 내어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 말이다. 곰과 늑대가 눈 내리는 숲 속을 산책하는 동안, 우리는 그들의 눈으로 숲을 바라보았다. 서로를 물어뜯고 이겨야 하는 공간과 시간을 벗어나 서로를 침범하지 않으면서 공존하는 세계를 보았다.

며칠 전부터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 춥다. 눈이라도 내리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아이에게 이 그림책을 보여준다. 언젠가(부산에서 눈 구경하기는 어렵지만) 눈이 폴폴 내리면, 아이와 함께 산책을 해야겠다. 아이가 보는 것을 함께 보고 내가 보는 것을 함께 이야기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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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보들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41
야마자키 요코 지음, 이모토 요코 그림, 이지혜 옮김 / 북극곰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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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귀엽고 또 귀여운 그림책. 보들보들은 숲 속을 지나가던 트럭에서 떨어진 바구니 속에서 나온다. 숲 속 토끼들은 어디선가 들리는 울음 소리에 찾아가 보는데 자신들과 닮은 보들보들을 발견한다. 보들보들은 인형이다. 울보 보들보들은 자기 집에서 보고 사용하던 것들을 찾는다. 사실 나같으면 자기를 떨어트리고 간 주인부터 찾을 것 같은데. 보들보들은 자기가 사용하던 푹신한 침대도 없고, 자기가 먹던 음식도 없고, 거울도 없는 숲 속에서 토끼들과 숲 속을 돌아다니며 다른 것들을 본다. 
 
 
보들보들은 참 대책없이 자기 주장만 하는 철없는 어린아이다.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하던 말든, 자기가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만 찾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숲 속 토끼들은 그런 보들보들을 미워하거나 구박하지 않고 숲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을 알려준다. 보들보들은 처음 보는 것이지만, 숲속의 먹을거리와 자연환경에 점점 마음을 내어준다.
 
삭막한 도시에서 생활하던 우리 아이들도 보들보들처럼 숲속에 남겨진다면 그렇지 않을까? 케이크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는 숲속 생활을 어색해 하겠지. 그렇지만, 아이들은 또 금방 숲 속에 적응할 것이다. 가을 숲 속은 풍성함과 포근함을 한껏 보여주며 보들보들을 품었던 것처럼 아이들을 품어줄 것이다. 유아들과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싶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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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대장 샘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44
이루리 지음, 주앙 바즈 드 카르발류 그림 / 북극곰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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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대장 존이 아니고 지각대장 샘이다. '샘'의 이름은 '샘이 기픈 무른 마르지 안나니'인데, 샘의 직업은 선생님. 그래서 제목의 지각대장 샘은 지각대장 선생님일수도, 지각대장 샘이기픈무른마르지안나니 일수도 있다. 샘은 존처럼 학교 가는 길에 악어도 만나고, 사자도 만나고, 거대한 파도도 만나서 지각을 한다. 매일매일 말도 안되는 이유로 지각을 하는 샘.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멀쩡한 어른이 저런 이유로 지각을 하다니... 아이들의 얼굴은 그렇게 말한다.

 

"선생님! 어떻게 강에서 파도가 쳐요? 선생님이 착각하신 거예요!"

 

샘 선생님은 매일 이런 이유로 지각을 하지만, 아이들은 믿어주지 않는다. 어쩌면 이게 지금의 우리 아이들 모습이 아닐까? 상상하는 힘을 잃어버린 아이들, 1+1은 2여야만 하는 아이들, 악어는 절대 하수구에서 살지 않고, 사자는 절대 화단에서 살지 않고, 강에서는 절대 파도가 칠 수 없다는 아이들의 모습. 어쩌면 허허실실 선생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여유가 없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로 가는 길에 아무도 나타나지 않은 어느날, 선생님은 제 시간에 학교에 도착을 하지만, 교실은 엉망징창이다. "샘이기픈무른마르지안나니 선생님! 제발 도와주세요! 침팬지들이 저희를 놔두지 않아요."

 

"침팬지는 교실에 살지 않는단다." 샘이기픈무른마르지안나니 선생님은 교실에서 나갔습니다.

 

지각대장 존은 이렇게 끝나지만, 지각대장 샘은 이렇게 끝나지 않는다.

작가는 '지각대장 존'이 지각하는 어린이와, 호기심 많은 어린이, 상상하는 어린이를 위로하는 작품이라면, '지각대장 샘'은 지각하는 선생님, 호기심 많은 선생님, 상상하는 선생님을 위로하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즉, 어린이여서 호기심이 발동하거나 상상이 현실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성격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린이는 이럴 수 있어라고 생각하지만, 어른이 그렇게 하면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어린이조차도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하다. 상상력, 창의력 이런 것이 필요한 세상이지만, '다름'이라고 인정하기보다는 뭔가 '부족'하거나 '이상'한 것으로 치부하곤 한다. '지각대장 샘'은 '지각대장 존'의 패러디면서, 어린이와 선생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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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돼지야 그림책이 참 좋아 51
신민재 지음 / 책읽는곰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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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나 자매가 있다면 어린 시절 한번쯤은 겪어봤음직한 상황이다. 이 그림책은 동생의 입장에서 본다면 공감도 하고, 통쾌하기도 한 내용이다. 언니 입장에서 보자면 좀 억울할 수도 있다.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나도 이들 자매와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내었다. 그 시절 사진을 보면, 언니인 나는 드레스에, 한복에, 예쁜 머리방울에, 한껏 꾸민 모습이지만, 동생은 트레이닝복에, 짧은 커트 머리를 하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이 그림책 표지를 보자. 왼편에 보이는 언니는 공주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오른편에 보이는 동생은 짧은 머리에 남자 아이같은 모습이다. 부모님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생활은 그들의 외모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상황에 늘 처하곤 한다.

 

 

 

굳이 부모님이 두 딸을 차별하였다기보다 두 아이의 성향이 달랐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동생의 눈에 인기가 많은 언니가 못마땅하기만 하다. 왜냐하면 언니는 착한 공주님이 아니라 그저 공주인 척하는 공주병인데 사람들이 몰라주는 것이 속상하다. 나는 언니의 뒷모습을 알고 있다. 얼마나 더럽고 치사한지!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 어른들은 야무진 언니를 보고 배우라고 하고, 친구들은 예쁜 언니가 있어서 부럽단다.

 

 

언니 미워, 바보, 똥개, 코딱지, 꺼져, 세상에서 제일 미워, 언니 바보, 언니 돼지, 방구쟁이, 발고락, 바퀴벌레, 진짜 미워~~~ 그러던 어느날 언니는 반 아이들 앞에서 내 별명을 불러서 나를 더 화나게 만든다. 어떻게 하면 언니를 골탕먹일 수 있을까? 고민하는 나의 앞에 못 보던 젤리가게가 눈에 띈다. 그곳에는 본모습이 드러나는 젤리가 있다. 자, 이제 언니는 어떻게 될까?
언니는 내가 생각했던대로 돼지로 변해버렸다. 돼지가 된 언니를 내보내고 나는 나만의 자유를 누린다. 그동안 언니때문에 하지 못했던 것을 다 해본다. 신나고 즐겁지만, 엄마가 올 시간이 되자 언니가 걱정이 된다.

 
형제 자매, 가족이란 것이 희안한 것이어서 죽일듯이 달라들며 싸워대다가도 언제 그랬냐는듯이 한편을 먹게 된다. 미워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가족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무시하거나 괴롭힐 때는 가족 편을 들게 된다. 속으로는 저 사람이 내 가족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도 막상 남인 척 하고 싶을 때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게 가족이다. 그래서 그림책 속 나는 언니를 찾아헤맨다. 겨우 다시 찾은 언니.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그림책을 보고 확인해보길. 

 

 

동생 앞에서 꼼짝 못하는 언니의 모습과, 코끝에 손을 대고 꿀꿀 소리를 내며 놀리고 있는 동생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온다.

우리집 아이는 혼자 크는 아이이다. 형제, 자매가 없어서 집에서 이런 험한(^^) 꼴을 당할 일은 없다. 할머니는 아직도 '동생'을 원하지만, 아이도 동생이 생기는 걸 원치 않는다. 동생이 있는 주변 친구들이 동생때문에 불편한 점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남들 다 필요없다. 내 형제가 최고라고 말하지만 때로는 형제도 남이면 좋을 때가 많다. 남의 집 아이도 아니고 내 형제 자매와 비교될 때는 더 처참한 기분이 들곤한다. 그래서 이 그림책을 보면서 언니가 돼지로 변하는 것이 통쾌하게 여겨질 수 있다. 그렇다면, 언니는 불만이 없을까?

 

우리는 늘 역지사지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자신의 일이 되면 그렇게 하지 못한다. 이 그림책의 맨 마지막 장면은, 언니가 젤리가게 앞에 서 있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그래서 나는 이 그림책이 형제자매 간의 우애를 그린 그림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중성을 갖고 있다. 내면의 모습과 드러나는 모습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어떤 상황에 처하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이 발현되곤 한다. 언니한테 무조건 당하는 것만 같았던 동생의 본 모습은 무엇일까?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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