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오금학도
이외수 지음 / 동문선 / 1992년 1월
평점 :
절판


제목 : 벽오금학도碧梧金鶴圖, 1992
저자 : 이외수
출판 : 동문선
작성 : 2006.08.29.


“때로는 신화보다 현실이 몇 배나 더 신비스러울 경우가 있다.”
-작품 안에서-


  처음. 아는 분으로부터 이번 작품에 대해 들었을 때만 해도 회의적인 기분이 없지 않았습니다. 제목부터 ‘푸른 벽오동나무에 금빛의 학이 그려진 그림’이라니요. 결국에는 구해 달라 부탁하시기에 책을 수중에 넣을 수 있었고 허락을 받아 첫 장을 넘기니, 이런! 한순간도 책을 손과 눈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한국형 환상문학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가지게 했던 이번 작품을 조금 소개해볼까 합니다.


  작품은 가을이 당도한 탑골공원의 팔각정에서 그 문이 열리게 됩니다.
  그 계단에는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렸지만 젊은 얼굴을 가진 한 남자가 앉아있군요. 그런데 그의 앞으로 남루한 차림의 한 할머니가 나타나 잠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이야기는 강은백이라 이름을 말한 청년의 도저히 믿기지 않을 과거와 함께, 현세를 벗어나 그림속의 세상인 ‘오학동’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떠나는 여정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실종되어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이의 귀환. 소년의 검은 머리는 하얗게 변해버렸고 짙푸른 벽오동나무에 눈부신 금학이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내려앉은 광경을 동자 하나가 무심히 쳐다보고 있는 그림 한 폭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학동에서 만난 노인들로부터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말을 기억하며 현실을 살아가게 되는군요. 그리고 그것에 얽힌 인연들의 이야기 속에서 결국 찾아 해매이던 답을 마주하게 되는데…….


  서양의 괴물들과 그에 맡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거나 아니면 중국의 무협지와 비슷한 작품, 그리고 일본풍의 마물을 퇴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범람하는 한국 환상문학에 대해 별반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가 간혹 만나게 되는 반가운 기분의 작품들. 앞선 소설 ‘땅끝의 저주hunter, 1996’와 같이 무엇인가 토속적인 전설 같은 이야기가 현재와 함께 하는 모습 때문인지 아주 즐거운 기분으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멸시를 받아왔던 토속 샤머니즘. 하지만 아직까지도 과학으로서 증명할 수 없는 일들에 많다는 것에 대해 최근 명왕성이 천문학에서 그 존재성을 상실했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고대로부터 하늘을 읽어왔던 선조들의 이야기는 과연 무엇이라 말할 수 있단 말일까요? 이렇게 하나 둘씩 지나온 과거를 부정해나가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과연 미래에 대해 무엇을 꿈꿀 수 있게 될지 궁금할 뿐입니다. 분명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또한 과거가 될 것인데 말이지요.(웃음)


  그러고 보니 전에 겨우 구입한 ‘귀신설화연구鬼神說話硏究, 1995’라는 책이 떠올라버렸습니다. 점점 서구화 되어가는 생활환경이라지만, 우선은 우리의 것을 먼저 알아야하지 않겠다는 취지가 담겨 구입을 했던 책인데요. 일단은 이렇게라도 한국의 이야기가 담긴 한국의 작품들을 많이 만나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커지는 요즘입니다.


  지금 사실상 이번 작품을 한권 더 살까말까 고민 중에 있습니다. 9월 달에 안면도를 방문하며 이 책을 건네 드리기로 했는데 정말이지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는 기분이 저를 자극하기 시작하는군요.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일단 다음으로는 소설 ‘봉신연의封神演義’를 들어볼 것을 말씀드리며 이번 감상기록을 마칠까합니다.


Ps. 복학생이라는 이름으로 3년 동안의 공백을 두고 다시 학생이 되었더니 정말이지 아는 사람 하나 없이 홀로 도인이 되어버린 기분이 듭니다. 덕분에 스쿨버스를 기다리며 넉넉한 시간을 이용해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앞에서 이렇게 감상기록이라는 것을 신나게 두들겨 보곤 있는데요. 흐음. 뭐 다음 주부터 제대로 학기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으니 열심히 살아봐야겠지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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