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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시절 - 메디컬스토리 9
로빈 쿡 지음, 정희용 옮김 / 오늘 / 1994년 2월
평점 :
절판
제목 : 인턴시절The Year of the Intern, 1972
저자 : 로빈 쿡
역자 : 정희용
출판 : 오늘
작성 : 2006.04.18.
“아아. 이것은 모든 사회 초년생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즉흥 감상-
아아. 토요일입니다. 그리고 모처럼 일찍 퇴근해 버스정류장에서 친구를 기다려 봅니다. 2주가량 이어진 야근으로 인해 나름대로 엄청 지쳐버린 듯한 영혼과 육신, 감각이 둔해져 정신력만으로 움직이는 기분이 드는 것이 마치 고3이라는 특수 생명체가 되어있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군요(웃음)
그런데 이번에 소개해드릴 작품의 주인공은 1년 동안의 아주 죽어나는 모습이, 제 군 생활보다도 지독하다는 느낌을 받아버렸지 뭡니까. 그럼 역시나 구입을 포기한 적이 있었던 이번 작품을 조금 소개해보겠습니다.
피곤에 찌들대로 찌들어 자신의 방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에 들어오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리고는 보고 싶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망고와 함께 방문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인턴’이라는 그의 직함은 그녀와의 사랑을 즐기려는 찰나에 현장으로 소환될 것을 요구합니다.
의과대학을 졸업해 전문의가 되기 이전에 경험하게 되는 1년 동안의 인턴 시절, 주인공 피터스는 계속되는 새로운 응급상황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감과 지독하리만치 부족해지는 수면시간과 싸우면서 비번일 때는 하와이의 푸른 해변에서 파도타기를 즐깁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자괴감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서서히 무너져내려가기 시작하는데…….
흐음. 뭐랄까요? 이때까지 접했었던 로빈 쿡 님의 작품들과는 달리 자서전이나 수필집마냥 매우 편하게, 그리고 순식간에 읽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그런 것이 이 뒤로 이어진 작품들은 나름대로의 전문적인 영역 안에서 주인공의 이야기를 한다기보다는 거대한 음모(?)에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거기에 너무나도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야기들이라 그리 편안한 기분으로 접하지는 못했었다지요.
또한 이번 작품을 그렇게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저 또한 작품 속의 주인공 마냥 사회 초년생의 신분으로, 한 조직 사회에 처음 들어가 어떤 일이 맡겨졌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좌절감을 맛보고, 그것이 싸이고 싸이는 과정 속에서, 나름대로 해소법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 한계점에 도달에 자신이 미쳐버린 것은 아닐까 의구심이 드는 그런 아슬아슬한 심리상태를 경험하는 부분에서, 그 모든 것이 감각적으로 너무나도 가깝게 와 닿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아. 15일부터 쓰기 시작한 감상 기록이 이제야 18일로서 마침표를 찍으려고 합니다. 거기에 이 작품을 읽은 것은 사실상 8일. 하루하루 야근을 하고 늦은 시각 집에 들어와 만화 일기를 그리고 새벽 2시까지 나름대로의 문화생활을 즐기다 잠이 들어, 다음날 아침 7시 전후로 눈을 뜨는 나날들. 어떻게 보면 더 힘들었다고 생각이 들었던 군 생활 동안 더욱 많은 작품을 접했던 때가 다 그리워지는 것만 같습니다. 아 물론 다시 입대하라면 질색이지만 말이지요(웃음)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어떠한 완성을 목표로 살아갑니다. 그러는 중에 뜻하지 않은 좌절 등의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그것은 변화의 과정의 하나로서 결국 어떤 종착역을 만나게 되며, 또 다른 도약을 행할 자세를 취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 생각해볼 문제는 아마도 ‘시작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혹시 지나온 시간의 길 뒤로 짙은 어둠이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과거의 달콤한 부름으로 인해 소금기둥이 될까 무서워 뒤를 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 작품에서 주인공인 닥터 피터스가 인턴으로서 생활했던 병원을 떠나는 마당에서 신참 인턴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보면서 특히 그런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럼 내일 또한 야근이 있을 지라도 차라리 완전히 타버린 재 속에서 부활한다는 ‘불사조’의 이야기를 상기하며 이번 감상기록을 마치고자합니다. 거기에 아무리 밀리고 밀리는 감상기록일지라도, 다음은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2005’임을 알려드려봅니다. 그럼 뭔가 재미있는 일 있을 다음 날을 꿈꿔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