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인격체人格體 : person, 2003
작가 : 김영호
작성 : 2006.02.07
 
“나는 기록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알아가는 것일까?
그리고 마침표를 통해 진화됨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즉흥 감상-
 
  어느덧 감상 기록도 이번을 통해 공식적인 횟수로 200회가 되었습니다. 그런지라 뭔가 특별한 작품을 접해보고 싶었고, 짧게만 느껴졌던 기나긴 고민을 통해 책이라는 형태로 묶여진 어떤 것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단숨에 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럼 고교시절의 일기장을 뒤적이며 느꼈었던 다크 오오라 못지않은 강렬한 느낌을 받으며 읽어보게 된 이번 작품을 조금 소해개보겠습니다.

  유리로 된 한 벽면과 책으로 도배된 두 벽면을 가진 목제구조의 조용한 찻집. 그곳에서 한 여 작가와 그녀를 인터뷰하기 위한 한 남자 기자의 만남으로 인기작 ‘인격체’의 숨겨진 이야기가 밝혀지게 됩니다.
  낙동강이 아래로 흐르는 아양교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한 여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녀를 구해주는 한 남자가 있군요. 하지만 초자연적인 능력으로 그녀를 구하게 된 남자는 ‘무엇’인가를 피해 여자와 함께 끝나지 않을 듯한 기이한 도주를 시작하게 됩니다.
  어두운 밤. 쾌청한 모습에서 태풍이라도 몰려오는지 으르렁 거리기시작하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한 남자가 악몽이라도 꾼 듯 땀에 흠뻑 젖어 잠에서 깨어나는군요. 그리고선 워드 프로세서에 무엇인가를 기록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꿈의 기록을 마친 그에게 「당신을 죽이겠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이렇게 문을 여는 두 개의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가?”라는 명제를 통해 진실이라는 거대한 문에 노크를 하기 시작하는데…….
 
  사실 이 작품은 2001년 7월 21일에 연재를 시작하여 2003년에 7월 21일에 마침표를 보고, 책 형태로 묶어보라는 소수의 팬들의 성원에 용기를 내어 혼자 이곳저곳의 인쇄소를 찾아다니다, 결국 권당 8000원의 가격으로 전자상태의 문서에서 잉크 냄새가 나는 책의 형태로 세상에 내놓은 처녀작이 되는 작품입니다. 후훗. 이 녀석의 탄생을 위해 엄청난 산고(?)를 겪었었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 뭐랄까요? 너무나도 수정할 것이 많이 보이는 것이 내심 부끄럽기도 하더군요(웃음)
 
  사람은 아파봐야 성숙한다고, 처음에는 힘든 고백 뒤의 거절로 인한 타격으로 인해 복수하는 마음으로 시작된 작품으로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재를 통한 그 끝에 도달했을 때는 후훗. 나름대로 깨달음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지는군요.
 
  아. 정말이지 지금 같으면 감히 생각지도 못할 생각이 무작위로 섞여있는 엄청난 실험정신이 담긴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만큼 작품의 이면 속에 숨어있는 어둠의 흔적이라면 좋을까요? 비록 지금 와서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품일 지라도, 앞을 향한 작은 한 걸음이 된 것임에는 두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하마터면 중도하차할 뻔 했었던, 그래도 끝을 보고 싶다라는 기분에 결국 중편정도의 분량으로 마침표를 찍었던 작품. 어쩌면 이 작품이 있었기에 자신의 유전정보를 담은 생명체를 탄생시킨 부모 된 마음을 좀 더 일찍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그밖에도 많은 생각을 해보며 저는 눈이나 붙여야겠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감기랑 빙판길 조심하세요.
 
Ps. 군대 시절부터 이 작품의 다음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런저런 일로 정신이 없는 형편이지만, 글쎄요. 점점 발전한다는 기분이 드는 만큼, 그리고 써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만큼 쉽게 포기하지 못할 제 인생의 숙제가 될 것만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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