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 사랑이거나 사랑이 아니어서 죽도록 쓸쓸한 서른두 편의 이야기
김종관 글.사진 / 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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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사랑이거나 사랑이 아니어서 죽도록 쓸쓸한 서른두 편의 이야기, 2014

지음 : 김종관

펴냄 : 달

작성 : 2014.09.03.

  

“글씨는 영화가 되고, 사진은 감성을 남겼으니.”

-즉흥 감상-

  

  간혹, 평생 한 번이라도 읽을까 싶은 책을 선물로 받곤 한다. 그중 대부분은 무기한 보류상태를 유지하며, 책장 어느 한 구석에서 켜켜이 먼지 옷을 입고 있다. 대신 어떤 책들은 알 수 없는 끌림에 그 자리에서 읽고 마는데, 이번 책이 후자의 경우였다는 것으로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한다.

  

  처음, 표지에서 몽환을 읽었다. 푸르스름한 새벽 조깅 중에 보곤 했던 입김, 도시의 파란 조명 아래에서 피어오르는 담배연기를 떠올린다. 이어지는 녹색글씨들을 통해 그것은 전라의 남자와 여자가 되었다. 사진을 읽으며, 그것은 자극을 상실한 슬픔이 되어버렸다. 검은색 글씨들이 나를 현실로 돌려보냈으니, 다행이다.

  

  책은 묘한 중독감으로 시선을 잡아끌었다. 아마 녹색 글씨의 남녀 주인공이 보여주는 말과 행동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인에게 농담 삼아 던진 말이 ‘이거 처음부터 끝까지 섹스야.’였으니, 필시 이 책에는 ‘미성년자 구독불가’딱지를 붙여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야하지 않았다. 날이 밝아오면 사라지는 입김과 바람이 불면 흩어지는 연기처럼, 많은 이야기를 담은 듯한 사진은 ‘섹스’라는 단어를 ‘대화’로 바꿔버리고 말았다. 글씨와 사진, 섹스와 대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인생경험이 짧으니, 설명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책을 많나 감상과 생각의 시간을 가져볼 것을 권할 뿐이다.

  

  제목을 읽어본다. 문득 잠은 죽음과 비슷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불을 끈다는 것은 영화나 연극이 끝나는 것을 말하기에, 일상속의 환상이 계속 되었으면 한다는 지은이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이야기를 좋아하며, 그것은 꿈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불이 꺼진다면? 우리는 도시의 숲을 살아가는 좀비처럼, 육체의 껍데기만 남은 채 도심의 밤을 배회할지도 모를 일이다.

  

  뭔가 혼자서 쓰는 시 같은 이상한 말투를 그만하고, 평상시로 돌아와 달라니. 으흠, 알겠습니다. 아마 이번 책이 저의 감수성을 자극한 나머지 살짝 맛이 가버렸던 것이 아닐까 하는데요.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손가락의 춤을 이어봅니다. 책은 표시된 것으로 279쪽으로, 간략한 소개 글을 옮겨 ‘제목 있는 콩트와 제목 없는 산문, 그리고 사진’들이 하나로 서른 두 편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어질듯 말듯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었는데요. 다른 분들은 또 어떻게 느끼셨을지 궁금해지는군요.

  

  네? 제가 품고 있는 상상의 세계가 궁금하시다구요? 글쎄요. 저야말로 그동안 도심의 살아가는 좀비가 되어있었을지도 모으겠습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개인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 북카페를 만들고 싶다. 이 세상을 뜨기 전에 내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키고 싶다와 같은 꿈을 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위해 그 많던 꿈들을 하나씩 접어버리고는, 북극성을 잃은 뱃사공 마냥 인생을 표류하는 기분인데요. 일상의 단면을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통해 이야기했듯, 저는 지금 바라보고 있는 세상의 일부분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고민의 시간을 가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또 한 권의 책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수필집처럼 편안하면서도, 만원의 지하철에서 스릴(?)을 선물해준 책이었다는 것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칠까 합니다.

  

  덤. 지은이는 글도 쓰지만 영화감독이라고도 하는군요. 조만간 책에 조그마한 글씨로 언급된 영상 작품도 한번 만나보고 싶어집니다. 

 

 

TEXT No. 2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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