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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평점 :
제목 :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ほしいものはなんですか?, 2010
지음 : 마스다 미리
옮김 : 박정임
펴냄 : 이봄
작성 : 2014.06.26.
“그러게,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즉흥 감상-
‘마스다 미리 시즌3’ 남녀공감단에 참여하며 만난 수필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마스다 미리 산문집 銀座缶詰, 2013’. 그 담백한 맛에 중독되어버린 저는 지은이의 다른 책은 또 뭐가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생일선물로 만나게 된 책에 대해,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하는군요.
엄마, 꼬마숙녀, 고모가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앉아있는 표지를 넘겨봅니다. 왜 생각할 때와 말할 때가 다른지 고민 중인 ‘꼬마숙녀’로 시작의 장이 열리는데요. 꼬마 숙녀가 외동딸이라 쓸쓸해 할까봐 걱정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이는 것과 함께 마흔 줄에 들어선 ‘엄마’의 고민이 펼쳐집니다. 이어서 엄마가 자리를 비울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고모’를 더해, 각각의 세대를 살아가는 세 여자의 이야기가 담백하게 펼쳐지고 있었는데…….
와.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면서는 산문집으로 지은이의 작품을 먼저 만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마치 산문집을 만화로 풀어둔 것 같이, 한 장 한 장을 곱씹어가며 오랜만에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만화책을 먼저 보고 이어서 산문집을 읽으셨던 분들은 또 어떤 느낌으로 ‘마스다 미리’를 만나셨을지 궁금하군요.
네? 여자들만 잔뜩 나오는 책에 남자가 무슨 감성 타령을 하냐구요? 으흠. 방금의 물음표야말로 양성평등을 말하는 시대에 성차별적 발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 작품에서 오가는 대화는 ‘여자이기 때문에’라기보다 ‘이 나이 이기에’라는 관점으로 읽기를 권하는데요. 꼬마 숙녀인 ‘리나’의 관점에서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함께 아이들의 순수한 질문에 허를 찔렸던 근래의 기억을, 고모인 ‘다에코’를 통해서는 아이와 어른 사이에서 방황하는 현재의 저를, 엄마인 ‘미나코’를 통해서는 앞으로 살아가게 될 미래의 저를 마주한 기분이 들었는데요. 어제 감상을 남겼던 영화 ‘나쁜 이웃들 Bad Neighbours, 2014’과 비슷하지만 또 다른 감상의 시간을 가져보았다고만 속삭여봅니다.
만화책인지 아닌지 명확히 해달라구요? 음~ 분명 칸과 그림 그리고 말풍선이 함께하는 만화책입니다. 한 면에 7개에서 8개의 칸으로 구성되어져있고, 표시된 것만 127쪽으로 얇은 편인데요. 그럼에도 미묘하게 변하는 등장 인문들의 표정과 여백의 미, 그리고 깨알 같은 글씨들이 후다닥 읽기를 방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먼저 만난 산문집처럼 ‘생각의 시간’을 제공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아무리 재미있어도 걸어 다니며 읽는 것은 권장하고 싶지 않군요! 크핫핫핫핫핫핫!!
진정하고, 제 기록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어릴 때는 과학자를 꿈꾸고 있었고, 학창시절에는 만화가나 소설가를, 스무 살 즘에는 개인도서관의 관장이나 북카페를 운영하고 싶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서른에 들어와서는 그 어떤 것도 답이 나오지 않은 채 북극성을 잃은 뱃사공마냥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기분을 만끽하는 중인데요. 그러던 어느 날 만난 이번 책을 통해 이런 고민 또한 자연스러운 과정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비록 어떤 명확한 답을 주진 않았지만, 자신을 잃지 않고, 지금까지 죽 그래왔듯이, 살아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은이가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당장의 미래가 보이지 않다고 해도, 함께 힘내봅시다! 이 모든 것 또한 지나갈 뿐이니 말이지요! 크핫핫핫핫핫핫!!
그럼 이 책과 함께 선물 받은 지은이의 다른 책인 ‘주말엔 숲으로 週末、森で, 2009’를 집어 들어 보겠다는 것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칠까 하는데요. 과도한 자극의 노출에 인해 감상이 메말라버리신 분들께 ‘마스다 미리’를 조심스레 추천해봅니다.
TEXT No.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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