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풍경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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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소소한 풍경, 2014

지음 : 박범신

펴냄 : 자음과모음

작성 : 2014.06.06.

  

“당신의 답은 무엇인가?

파편화된 이야기의 소소한 조각 속에서,”

-즉흥 감상-

  

  지인께서 책을 빌려주셨습니다. 반어법이 아닐까 싶은 제목, 소소한 풍경. 그리고 세 사람이 뒤엉켜있는 듯한 그림 표지를 넘겨보았다는 것으로,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하는군요.

  

  책은 화자가 ‘ㄱ’임을 알리는 [프롤로그] 시작의 장을 엽니다. 계속해서 등장할 ‘ㄴ’, ‘ㄷ’ 그리고 ‘남자1’에 대한 호칭에 대한 설명도 잠시, 선생님은 오랜 제자로부터 ‘시멘트로 뜬 데스마스크를 보셨어요?’라는 의문의 전화를 받습니다. 그렇게 10년 전의 재회에 ‘남자1’과 이혼 후 혼자 살고 있었다는 ‘ㄱ’의 [혼자 사니 참 좋아], ‘ㄱ’과는 물구나무서기를 하던 중 만나게 되었으며, ‘ㄱ’과 ‘ㄷ’에게는 말하지 않았던 음악활동과 함께 자신의 과거를 말하는, 그리고 시체로 발견된 ‘ㄴ’의 [둘이 사니 더 좋아], 집이 없는, 잊고 싶은 기억이 많다며 잠을 많이 자는, 그리고 표면적으로만 조선족 여인인 ‘ㄷ’의 [셋이 사니 진짜 좋아], 마지막으로 이 모든 이야기를 소설화시켰을 것 같은 선생님의 이야기인 [에필로그]가 소소하게 펼쳐지고 있었는데…….

  

  다른 건 일단 그렇다 치고 ‘ㄴ’을 죽인 게 누구인지 알고 싶다구요? 개인적으로는 ‘ㄷ’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황이 그렇다는 것이지, 이야기 자체가 ‘참’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원본에 해당하는 ‘ㄱ’의 기록이 있습니다. ‘ㄱ’은 그것을 선생님이 외국에 잠시 나가있을 동안 그의 집에 있는 나무 아래에 묻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타이완 여행 동안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었으며, ‘ㄱ’이 묻어둔 보따리를 발견했다는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ㄱ’은 선생님의 질문에 집을 방문한 적도, 또한 어디있는지도 모른다고 까지 말하는데요. 그렇다보니 그것이 선생님만의 홀린 듯한 상상에 의해 쓰인 글인지, 아니면 ‘ㄱ’의 기록이 발굴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소소’라는 지역이 실재하는 것인지 궁금하시다구요? 사람 이름에 ‘ㄱ’, ‘ㄴ’, ‘ㄷ’, ‘남자1’같은 것이 없듯. 이 역시 일종의 대명사로 사용된 것 같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도에서 ‘소소산성’을 검색해보았지만, 나오는 장소가 없었는데요. 수없이 많은, 그렇고 그런, 작고 대수롭지 아니한 우리네와 닮은 어느 일상적인 장소에 대해 ‘소소’를 붙인 것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저의 검색능력이 부족할 수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전문가분의 도움을 받아보고 싶어지는군요.

  

  이 작품에서 언급되는 ‘덩어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구요? 음~ 일종의 ‘동기화’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에는 각각의 개성을 가진 독립체였지만, 어떤 계기를 통해 서로간의 동질성을 감지하여 정신적으로 하나 되는 것을 말하고자한 것이 아닐까 하는데요. 그들이 육체적으로도 하나가 되었지 않냐는 의견에 대해서는, 글쎄요. 저는 책에서 말해지는 이야기가 ‘ㄱ과 선생님의 정신적 동기화 현상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지, ‘선생님이 ㄱ의 기록을 참고하여 소설을 썼다’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가 영화 ‘아이덴티티 Identity, 2003’와 같은 믿거나 말거나 식의 이야기를 좋아한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크핫핫핫핫핫핫!!

  

  책은 표시된 것만 358쪽으로, 살짝 도톰합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술술 읽혀지는 것이, 직소퍼즐을 완성해나가는 쾌감을 느끼기도 했는데요. 의미가 있을까 싶은 작은 이야기들이 하나 둘씩 모여감에 그려지는 거대한 그림에 대한 감흥은, 직접 작품을 만나시어 감상과 생각의 시간을 가져주셨으면 할 뿐입니다.

  

  소소한 풍경. 비오는 날의 차 한 잔과 함께 창밖의 세상을 보는 듯한, 어딘가 묘하게 일그러진 듯 보이는 이야기. 몽환적인 동시에 지극히 현실적인 세상으로의 추천장을, 살짝 밀어봅니다.


TEXT No.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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