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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의 잭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 : 백은의 잭 白銀ジャック, 2010
지음 : 히가시노 게이고
옮김 : 한성례
펴냄 : 씨엘북스
작성 : 2014.04.28.
“우리는 왜 상처뿐인 영광을 갈구하는가.”
-즉흥 감상-
최근에 있었던 ‘헌책방 산책’을 통해 만난 책인 동시에 ‘히가시노 게이고 이어달리기’라는 것으로, 다른 긴 말은 생략하고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합니다.
눈이 많이 내려 좋아하는 스키장의 일상도 잠시, 스키장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임을 강조하며 안전을 위해 돈을 지불하라는 협박 편지가 도착합니다. 처음에는 장난이겠지 하며 넘기려 했었지만, 혹시나 하는 심정에 협박범이 알린 위치를 확인하자 폭발물이 발견되는데요. 경찰에 신고하자는 안전 팀의 의견과는 달리, 관리자 측에서는 가성비의 논리(?)를 앞세워 협박범의 요구를 들어주게 되는데…….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읽었습니다. 하지만 때마침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세월호 참사’소식을 접하면서, 들고 있던 책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는데요. 작품은 어떻게든 행복한 결말이 마련되어있었지만, 현실에서의 사태는 그렇지 않아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접하는 뉴스마다 슬프기만 한 것이 우울증에 걸릴 것만 같으니, 이 감상문을 통해서라도 현실을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달라구요? 으흠. 알겠습니다. 이번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입니다. 그렇다보니 추리소설이나 사회소설이 아닐까 생각하실 분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먼저 만난 작가의 다른 소설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ナミヤ雜貨店の奇蹟, 2012’처럼, 지금까지 만나온 작품과는 다른 맛이 느껴지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농담 삼아 적으면 ‘히가시노 게이고식 본격 스릴러’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요구에 불응할 경우 스키장을 폭파시키겠다는 협박에, 어떻게든 스키장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이들의 이야기가 숨 막히게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마치 제가 스키장에 그들과 함께하고 있는 듯한 현장감을 느끼기도 했는데요. 이번 겨울동안 스키장을 방문하지 못하신 분들은 이 작품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껴보시는 것은 어떨까 하는군요! 크핫핫핫핫핫핫!!
일단 다른 건 그렇다 치고 제목의 의미가 궁금하시다구요? 음~ 답을 알려드리기 전에 상상해봅시다. 제 기록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제목을 읽으시는 순간 무엇을 떠올리셨을까요? 은반의 여왕인 김연아가 떠오르는 순간 화가나셨다구요? 백은은 잘 모르겠지만 ‘잭’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주인공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으셨다구요? 네? 설원을 활강하는 스노우보더의 표지를 보는 순간, 문득 다음에서 인기리에 연재중인 웹툰 ‘픽 PEAK, 2011~’이 떠오르셨다구요? 그렇군요. 저의 첫인상도 방금전의 의견들과 비슷했으니 잠시 옆으로 밀어두고, 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두꺼운 표지를 넘긴 다음 제목이 적힌 종이를 한 장 넘기면 답이 나와 있는데요. ‘은색의 설원’을 의미하는 ‘백은’에, ‘잭’은 ‘납치‧탈취‧장악 등을 뜻하는 영어단어인 hijack’에서 가져와 합성한 제목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제목과 표지에서부터 작품의 내용을 까발리고 있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크핫핫핫핫핫핫핫!!
네? 하루 종일 과학책만 들여다보고 있을 것만 같은 작가가, 어떻게 이런 설원을 배경을 실감나게 묘사할 수 있었을지 궁금하시다구요? 음~ 그 질문에 대한 잡은 본문이 끝나고 이어지는 [옮긴이의 말]에서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바로 ‘만능 스포츠맨인데다가 스노우보더이기도 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언급인데요. 못 믿겠다 싶은 분들은 아시죠? 직접 작품을 만나 감상과 생각의 시간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읽으려다 말았던 제임스 허버트의 소설 ‘흉가 Haunted, 2000’을 만나보겠다는 것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칠까 하는데요. 감상문을 작성중인 현재 구조 174명, 사망 188명, 실종 114. ‘악천후에 수색작업 사실상 중단’이라는 말에 마음이 아프지만, 희망을 포기하진 않겠습니다.
TEXT No.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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