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마스다 미리 산문집 銀座缶詰, 2013

지음 : 마스다 미리

옮김 : 권남희

펴냄 : 이봄

작성 : 2014.03.30.

  

“늙는다는 게 뭐람?”

-즉흥 감상-

 

  담담하다. 그래서 담백하게 느껴지는 걸까? 문득 달달한 것이 먹고 싶어졌다. 마침 심부름거리가 생겨 밖에 나가니, 우와! 비가 그친 다음의 상쾌함과 함께 얼굴을 내민 해가 벚꽃 길에 생명력을 더해준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 손가락의 춤을 이어보자. 아작! 맛동산 특유의 달콤 고소함과 손에 들어보는 벚꽃을 닮은 책. 펄 코팅이 된 듯 은은하게 반짝이는 책 띠와 그 속에 숨어있는 옅은 핑크의 표지. 처음에는 그저 쓸쓸하게만 보이던, 하지만 지금 봐서는 파릇파릇 올라오는 새싹처럼 보이는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모처럼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책에 대해 속삭여볼까 한다.

  

  네? 평소와 어울리지 않는 감상문의 시작은 무엇이냐구요? 음~ 글쎄요. 어느 것 하나 끝맺음 없이 계속해서 쌓이는 일상이 무겁던 3월의 어느 날. 쉬어는 기분으로 집어든 책이 저의 얼어붙은 감성에 파문을 일으킨 것이 아닐까합니다. 그러니 혹시나 손끝발끝이 오그라드신 분 있으시면, 놀란 가슴 진정시켜주셨으면 하는데요. 저는 언제나 그러했듯, 그냥 저일 뿐이니 말입니다.

  

  아무튼, 제 기록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늙음’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30대 초반을 달리고 있는 요즘. 친구들과 대화 속에서는 ‘늙어서 그렇다’는 말이 심심하면 나옵니다. 예전에는 그런 친구들을 볼 때마다 도서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 THE THIRD AGE, 2000’을 한 번 읽어볼 것을 권장했는데요. 음~ 앞으로는 이번 책을 살짝 찔러보고 싶어지는군요.

  

  이거 ‘키덜트’에 관련된 책 아니었냐구요?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사전의 내용을 빌려와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의 합성어로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지칭’하는 것이라면 맞습니다. 하지만 자칫 ‘덕후’로 오해할 수 있는 ‘유년시절 즐기던 장난감이나 만화, 과자, 의복 등에 향수를 느껴 이를 다시 찾는 20∼30대의 성인계층을 말하는 것으로 이들의 특징은 무엇보다 진지하고 무거운 것 대신 유치할 정도로 천진난만하고 재미있는 것을 추구한다’다는 의미로 생각하시면 곤란한데요. 그저 마음에 이어 몸까지 지쳐버린 이에게, 아직도 소녀 같은 감성을 살짝 품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생선배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성인이 되어 지금의 아이들을 보면 당장 이해가 잘 안되어도 분명 우리는 모두 어린이의 시절이 있었고, 간혹 지난 시절의 감성이 뿅~하고 튀고나오곤 하니 말이지요.

  

  다른 것 보다 제목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하신다구요? 아. 혹시 원제목인 ‘銀座缶詰’ 때문에 그러시는 건가요? 한자 그래도 풀이를 하면 은 은銀, 자리 좌座, 장군 부缶, 물을 힐詰을 적어 당장은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두 개씩 묶어서 일본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긴자 통조림’이 되는데요. 나름 직역하면 ‘도쿄의 번화가에 있는 흔하디흔한 깡통 하나’처럼 ‘그렇고 그런 인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데, 다른 전문가 분들은 또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해집니다.

  

  그럼, 표시된 것만 216쪽으로, 70개의 항목으로 펼쳐지는 일기 같은 줄글과 작가의 캐릭터가 그려진 삽화, 아차차. ‘후기’를 대신하는 15칸의 만화와 두 장 뒤에 숨어있는 삽화를 깜빡할 뻔 했습니다.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이런 산문집도 좋았지만, 작가의 다른 만화 작품들도 만나보고 싶어졌다는 것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칠까 하는데요. 감상문을 통해 다 말하지 못한 것은, 직접 책과 만나시어 감상과 생각의 시간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저 그렇게 지나가는 이야기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마음 어느 구석에서는 ‘행복’의 새싹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을 것이니 말이지요.

  

  아. 혹시 영화 ‘스짱, 마이짱, 사와코상 すーちゃん まいちゃん さわ子さん, 2012’보신 분 있나요? 국내개봉관 소식이 보이지 않으니, 일단은 다른 분들의 감상이 궁금해서 말입니다.


TEXT No. 21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