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쿡 지음, 김원중 옮김 / 열림원 / 1992년 11월
평점 :
품절




제목 : 열Fever
저자 : 로빈 쿡Robin Cook
역자 : 김원중
출판 : 열림원
작성 : 2005. 04. 30.


   댄 브라운Dan Brown의 '천사와 악마ANGELS & DEMONS'를 읽은 후 '다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를 읽어보고 싶었지만, 먼저 읽고 있는 사람이 있어 '브레인Brain' 다음의―열림원 출판의 로빈 쿡 공식 세 번째 작품인 '열'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거 앞서 읽은 세 작품―누림 출판사의 '스핑크스SPHINX'를 포함해서―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강한 몰입 감을 느끼기 시작하니, 이거 책에서 시선을 땔 수가 없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추억의 영화 '로렌조 오일Lorenzo's Oil'을 떠올리게 한 이번 작품. 그럼 한 어린 생명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버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조금 소개해 드려볼까요?


   이야기는 벤젠이라는 화학약품이 몸 속에서 엄청 실감나는 태러를 일으키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이런 마이크로 단위의 천문학적 숫자의 일방적 전쟁은 12살 어린 숙녀 미셸의 몸 속에서 일어난 일 입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증세는 단지 열이 조금 있을 뿐이라는군요.
   이야기의 바통은 와인버거 암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찰스 마르텔 박사가 이어받습니다. 그는 9년 전에 사별한 아내를 마음에 묻고 2년 전 캐서린과 재혼한, 3남매의 가장으로 살고 있습니다. 연구소내의 가장 저명한 암 연구자인 그는 나름대로 가정 문제에 골치가 많이 아픕니다. 그런데 그에게 일어나는 머피의 법칙과 같은 악순환의 연속. 자신이 연구하던 '면역을 이용한 항암연구'가 아닌 자신이 연구와는 전혀 다른 방향인 '약품을 이용한 항암연구'에 힘써 줄 것을 강요받으면서 은근히 해고의 압력을 받기 시작합니다. 또한 열에 이은 코피와 함께 병의 증상을 알리는 자신의 어린 딸이 결국 급성 골수아구성 백혈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되고, 그는 경악하게 되는데…….



   「틀에 박힌 조직화 된 연구와 기존의 의료 기술들은 나의 실험을 가로막을 뿐이야. 아마도 그들은 내가 미쳤다고 밀어붙일 거야.」

   이 말은 결국 병원에서의 항암약물치료의 진전이 없는 딸을 납치(?)해 자신의 방법으로 치료하면서 아내에게 한 그의 말입니다. 결국 미쳐버린 과학자라 불리며, 집을 요새로 만들어 기존의 모든 형식을 무시하며 자신의 몸마저 실험대로 사용해 딸의 치료에 모든 것을 희생하는 아버지. 전 이 부분에서 또 한번 "우리는 '불가능'을 교육받지 않았나?"의 질문을 떠올리며, 자식을 향한 '미친'에 가까운 사랑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편 '리사이클 주식회사'라고 불리는 재생공장의 어둠 속 만행에 대하여 잃어버린 양심의 무서움에 치를 떨어버렸습니다. 바로 그 공장에서 벤젠이라는 화학약품을 무단 방류해 이 이야기의 끔찍한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지요.

   돈과 생명. 비록 이 이야기가 과장과 비약이 심할지 몰라도 분명 묵인할 수 없는 진실의 외침이 들리는 듯 했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페놀의 무단 방류와 같은 어쩌면 요즘은 잊혀져버렸을지도 모를 사태가 분명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또 한가지 생각하게 된 것이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재생공장의 폐수로 환경 오염과 백혈병 환자가 발생하고, 찰스 마르텔 박사가 일했던 암 연구소가 그 공장과 '계열사'로 맺혀 그에 해당하는 백신을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 앞서 읽었던 '아홉 번째 날Le neuvieme jour'처럼―물론 사고로 인한 바이러스의 유포와 백신 등장의 내용이었지만―계획된 질병과 약이란 이 모순된 모습은 그저 답답하고 울화가 치민 내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가지 더 생각한 것이 있었군요. 그것은 관직의 체계에서의 공무적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입니다. 벤젠을 무단 방류하는 재생공장을 신고하기 위해 마틴은 이런 저런 노력을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서 그 책임을 미루는 모습에서 책을 읽고 있던 저는 그만 분노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원치 않은, 다시는 경험할 수 없다고 생각된 슬픔의 데자뷰를 경험하는 한 남자의―비극을 막기 위한 미쳐버릴 듯한 이야기. 글쎄요. 매드 사이언티스트mad scientist의 생성과정(?)을 보는 것 같다면 큰 실례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연구에 모든 것을 매진하며 어느덧 가정과 멀어진 아버지. 그런 그가 잃어버린 가족의 마음을 되찾는―조금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무엇인가 찡한 기분의 장면을 회상하며 이번 감상의 기록을 종료하고자합니다.

[아.자모네] A.ZaMoNe's 무한오타 with 얼음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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