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밴던드 - 아웃케이스 없음
나초 세다 감독, 아나스타샤 힐 외 출연 / 스퀘어엠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제목 : 어밴던드The Abandoned, 2006

감독 : Nacho Cerda

출연 : 조단카 엔겔로바, 카린 아소브 등

등급 : R

작성 : 2007.05.10.



“영화 ‘오토기리소우Otogiriso; 弟切草, 2001’를

떠올릴 수 있는 건 과연 나 한사람뿐일까?”

-즉흥 감상-



  아아. 큰일입니다. 비가 올 것이라는 것을 일치감치 예상하고 며칠 동안 우산을 들고 다녔었지만, 정작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도, 도시락도 집에 두고 등교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막연히 무슨 일이 생길 것이라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으면서도 그 결과를 만나는 순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요!! 그럼 이번에는 저와 비슷한 상황이면서도 그 상태의 심각성이 장난이 아닌 주인공이 나오는 이야기를 조금 소개해볼까 합니다.



  작품은 울창한 갈대밭의 모습에 어머니와 자신, 그리고 이쳐진 과거의 시간에 대한 철학적 중얼거림에 이어 저 멀리 산을 낀 들판위의 길을 질주하는 트럭의 모습으로 시작의 문이 열리게 됩니다. 그리고는 막 식사를 시작한 가족들 앞에 멈춰선 트럭 안에서 주검으로 발견되는 여인과 두 아기의 모습이 있게 되는군요.

  그렇게 40년이 흐른 어느 날. 거의 포기했었던 자신의 혈육에 대한 정보가 발견되어 미국에서 러시아로 오게 된 한 여인이 이야기의 바통을 이어받게 됩니다. 그녀는 잃어버린 과거를 쫒아 머나먼 거리를 달려 결국 폐허나 다름없는 농장건물에 들어서게 되고, 건물의 탐색도중 어떤 존재의 기척에 놀라 어둠에 잠진 숲을 질주하게 되는데요. 그러던 중 그만 강물에 빠져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이번에는 생전 본적도 없는 남자가 자신이 쌍둥이 혈육이라 소개하게 되는군요.

  한편 자신과 똑같이 생겼으면서도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 주검들이 다가온다는 공포감에 이 상황을 벗어나려는 둘이 결국 마주하게 되는 잃어버린 시간의 진실은 그 자체로 악몽과 같은 상황을 선물로 주게 되는데…….



  아아. 이번 작품은 위의 즉흥 감상에서도 말한 영화 ‘오토기리소우’를 먼저 접하지 않고 봤다면 정말이지 한번은 볼만한 작품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오토기리소우’란 과연 어떤 작품을 말하는 것일까요? 음~ 기록상으로는 353번째 감기록으로 되어있으니 참고해주셨으면 할 따름입니다. …라는 것은 농담이구요(웃음) 자신도 잘 알지 못하는 과거로부터 유산이랍시고 받게 되는 폐허의 집이나 혈육의 관계에 대한 설정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아버렸습니다. 하지만 사건의 전계과정이나 분위기 면에서는 이번 작품이 더 멋지다는 기분이 들더군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정말이지 오랜만에 ‘도플갱어Doppelganger’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도 자신과 똑같이 생긴 존재와의 조우를 통한 죽음이라는 것에 관심이 많아 사회학이나 심리학적인 측면 등에 대해 탐독했던 기억이 떠올라 그저 알딸딸한 행복감에 젖어드는 중인데요. 이번 작품에서는 피할 수 없는 미래로부터의 경고를 말한다는 점에서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예정된 미래는 바꿀 수 없다. 자신과 똑같이 생겼지만 그 상태가 뭔가 이상한 또 하나의 자신들의 모습은 앞으로 일어날 미래의 비전이다. 그렇다고 그 모습 그대로 그냥 않아 죽을 쏘냐?! 당연히 살아남기 위해 도망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아아. 감히 결말을 적기 무서워 영화 ‘사일런트 힐Silent Hill, 2006’만을 중얼거려봅니다(웃음)



  하지만, 나름 괜찮다고 생각이 들었던 작품일지라도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서 일본식 작품 같다는 기분이 들어버려 저를 괴롭게 만들어버렸는데요. 저는 스페인산 영화라고 하기에 미국이나 일본과는 좀 더 다른 색다른 공포를 안겨주지 않을까 했었는데 결국 시작도 끝도 모를,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시간에 우물에 빠져버리게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이제 더 이상 그런 내용을 반기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뭐랄까요? 촬영한 필름을 가지고 뫼비우스의 띠를 만드는 장난질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랄까요? 그래도 이 한편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는 점에서는 소리 없는 박수를 보내드리는 바입니다.

 

TEXT No.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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