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블러드머니 필립 K. 딕 걸작선 3
필립 K. 딕 지음, 고호관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 닥터 블러드머니 Dr. Bloodmoney, 1965

지음 : 필립 K. 딕

옮김 : 고호관

펴냄 : 폴라북스

작성 : 2013.07.21.

 

 

“왜 난 이 작품에서 지은이의 인생이 느껴지는 것일까?”

-즉흥 감상-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이번 여름동안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만나려했었는데, 이상하게도 필립 K. 딕의 작품을 이어달리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에는 스티븐 킹의 소설 ‘스탠드 The Stand, The Complete and Uncut Edition, 1990’를 떠올리며 만난 작품이라는 것으로,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하는군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어느 날. TV판매원 일을 하고 있는 남자의 걱정과 투정으로 시작의 장을 엽니다. 그리고 이름을 숨기고 심리치료를 받고자 병원을 찾는 다른 남자와 수리공 일을 하고 싶어 하는 ‘하피’라는 이름의, 팔다리의 뼈가 없거나 극단적으로 짧아 손발이 몸통에 붙어있는 기형을 가진 인물들이 차례로 소개되는데요. 화성을 향해 사람을 태운 로켓이 발사되는 것을 기점으로, 세상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쑥대밭이 되고 마는데…….

 

 

  처음에는 ‘드디어 인류가 화성으로 가게 되는 필립 K. 딕의 세계관이 펼쳐지는 것인가!’라며 감탄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것인지, 지상에서의 난리와 함께 로켓은 지구궤도상에 머무르고 마는데요. 으흠. 아이작 아시모프는 묘한 연결선을 가지고 이야기들을 펼쳐보였지만, 필립 K. 딕의 작품들은 세계관이 연결되기보다 끝없이 펼쳐진 평행세계를 마주하는 것 같았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스탠드’에 대해 이야기를 좀 더 해달라구요? 음~ 여기서의 ‘스탠드’는 코믹 ‘죠죠의 기묘한 모험 ジョジョの奇妙な冒険, 1987~’에 나오는 특별한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스티븐 킹의 소설로 6권 분량의 장대한 로드무비로, 이번 작품 또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재앙에 이어 살아남은 사람들의 생존일기가 펼쳐지고 있었는데요. 분량에서 양이 적을 뿐, 전해지는 느낌은 역시나 길었습니다.

 

 

  제목의 의미가 궁금하시다구요? 글쎄요. 분명한건 이 작품에 ‘블러드머니’라는 이름의 박사나 의사가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종의 말장난이 아닐까 하는데요. 나름 생각해본 풀이는 ‘피 묻은 돈이 상처 입힌 세상을, 과학자나 의사가 치료한다.’였는데, 으흠? 이건 사전에 나오는군요? 바로, ‘살인자에게 주는 돈, 피 묻은 돈, 살해된 사람의 유족에게 주는 위자료’라고 하는데요. 그렇군요. 작가는 인류의 진정한 치유를 위해 발생하는 ‘대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건 그렇다 치고, 즉흥 감상에 대한 풀이를 원하신다구요? 지금까지 만나왔던 작품들은 ‘어떤 특별한 상황을 통한, 현실의 이면에 대한 놀라운 상상력과 고발의식’을 말하는 듯 했다면, 이번 작품은 뭐랄까요? 사건보다 출연진들에게 애착이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일지라도, 다양한 연령대의 시점을 하나하나 짚어가는 모습에서 묘한 사랑의 감정을 느꼈는데요. 캐릭터가 작가의 영혼을 대신한다고 하지만, 이번 작품처럼 좋은 역할에서 나쁜 역할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느낌이 들었다는 점에서 소리 없는 박수를 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부족한 글 솜씨로 그런 감정을 느끼시기보다는, 직접 작품을 만나시어 감상과 생각의 시간을 가져주셨으면 하는군요.

 

 

  네? 그래도 ‘하퍼’가 나쁜 놈인 건 확실하지 않냐구요? 작품 속에서는 결국 악의 축으로 돌변하고 말지만, ‘상황이 만들어낸 악’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러니 결과만보고 모든 것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시작과 과정을 두루 살펴보는 것도 중요할 것인데요. 당장의 공감대를 느끼기 힘들겠지만, 저는 물론 제 기록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하퍼의 입장에서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럼, 소설 ‘높은 성의 사내 The Man in The High Castle, 1962’를 집어 들며,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칠까 하는데요. 이번 주말 다들 잘 보내시고 계신가요? 저는 친구 결혼식이 있어 낮에 나갔다 왔더니 잘 익어서 집에 복귀했습니다! 크핫핫핫핫핫핫!!

 

 

 

TEXT No. 207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