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카르페디엠 1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윤정주 그림 / 양철북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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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兎の眼, 1974

지음 : 하이타니 겐지로

그림 : 윤정주

옮김 : 햇살과나무꾼

펴냄 : 양철북

작성 : 2013.04.21.

 

 

“적극적인 사랑과 관심은 개천에서도 용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니.”

-즉흥 감상-

 

 

  저는 선생님이 싫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이라 불리며 학교에 몸을 담았다는 아이러니를 경험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라는 제목에 무의식적으로 불쾌감을 느끼고 말았는데요. 으흠. 원제목이 사실은 ‘토끼의 눈’이라고 하기에 일단 마음을 비우고 만남의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결혼한 지 겨우 열흘밖에 지나지 않은, 22살의 젊은 여선생님이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시작부터 피와 살점이 튀기는 현장을 보이며 시작의 장을 여는데요. 훗날 ‘파리 박사’로 신문지상에 이름을 날리게 될 ‘데쓰조’가 함께 주인공임을 알립니다. 그렇게 ‘쓰레기 처리장’을 중심으로, 환경이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하나 둘씩 펼쳐지기 시작했지만…….

 

 

  이 작품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연식과 지리적 배경인데요. 1974년이면 제가 태어나기 훨씬 전…보다는 일본의 경제성장이 절정을 달렸던 때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깝지만 먼 이웃인 ‘일본’에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는데요. 이런 특징을 알고 만난다면, 좀 더 받아들이시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화’에 대한 의문점은 저로서도 어떻게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선생님, 내 부하 해-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과 함께 어린이 시 쓰기 せんせいけらいになれ, 1999’일 경우에는 아이들의 글을 엮은 것이라 되어있지만, 이번 책에 대해서는 ‘형의 죽음과 교육 현실에 대한 고민으로 교사 생활을 그만두고 오키나와로 떠난’ 지은이가 여행에서 돌아와 쓴 책이라는 언급만이 보일 뿐인데요. 별도의 인사글도 없기에 ‘리얼리티’에 대한 부분은 다른 전문가 분께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이야기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도 이런 이야기가 실화라면 더 좋을 것 같아서 말이지요.

 

 

  작은 학교. 열악한 환경. 여기에 개인적인 경험을 덧붙여보면, 전교생이 1000명 정도 되는 큰 학교와 반대로 전체학생수가 100명 정도 되는 작은 학교에서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학생인원수만 보면 전교생이 적은 학교에서 일하는 게 편해 보입니다. 하지만 선생의 입장으로 보면 해야 할 일의 중첩도가 달라지는데요. 공공도서관에 있다가 학생 수가 많은 학교도서관에서 일하며, 여러 명 분의 일을 갑자기 혼자 하게 되자 ‘신세계’를 마주한 기분이 들었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음해에는 인원이 작은 학교에서 일하게 되었는데요. 도서관 업무는 기본으로 다른 일도 하게 되자 매일 같이 방전되는 기분으로 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언급되는 학교는 그보다도 적은 학생을 대상으로, 심지어는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는 교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요. 가슴에 품은 로망과 현실은 다를 수 있음을 속삭이며, 멋진 교사로의 꿈을 품은 학생 분들께 조심스레 추천하고 싶어집니다.

 

 

  아무튼 다른 출연진들도 많기에 접근점이 다양할 수도 있지만, 사회초년생의 고다니 선생님과 세상과의 소통이 힘든 데쓰조 학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고다니 선생님은 평범한 의사집안에서 외동딸로 곱게 자랐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 별다른 기복 없이, 있는 그대로의 안정된 삶이 일상인 상태를 말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이상적인 삶처럼 보이지만, 인생에 있어 다양한 경험이 없기에 오해로 인해 쉽게 상처 받고 또한 줄 수 입장을 대표합니다. 그리고 사회초년생이자 여성으로서의 가정사 또한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데쓰조는 부모님을 여의고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어릴 때 받은 마음의 상처로 외부와의 의사소통이 막혀있음을 말할 수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상태를 ‘손상된 백지’로 받아들였습니다. 다시 적자면 ‘나름의 색을 띄게 된 백지’인데요. 같은 흰색이라도 미묘한 질감의 차이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이렇게 둘의 입장을 보면, 고다니 선생님과 데쓰조는 다른 듯 하면서도 닮아있습니다. ‘나름의 이유라는 껍데기’로 둘러싼 삶을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조금만 생각해보면 ‘평범한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스스로가 정한 안락한 껍데기의 경계를 까고 세상에 나와야합니다. 그렇기에 둘의 이야기는 당장 무엇으로 채워야할지 모를 종이를 펼쳐든 것과 비슷한데요. 그 둘을 중심으로 어떻게 보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림을 그려 나가가고 있었지만, 결국에는 해피엔딩이었음에 감동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성취감이라고 말하기에는 그런, 어떤 만족감을 맛볼 수 있었다고만 적어보는군요.

 

 

  다른 건 일단 그렇다 치고, “나는 이 책이 싫습니다. 이 책을 쓴 작가가 밉습니다.”라고 리포트를 제출한 한 여학생의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구요? 음~ 동감입니다. 요즘에야 어떨지 몰라도, 대학생일 당시만 해도 ‘철밥통’의 이미지와 함께 공무원의 마음가짐으로 교사의 꿈을 꾸는 이들이 주위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으로 2년간의 학교생활을 통해,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현장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요.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 2000’의 명대사로 생각하는 “아이들한테 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한테 아이들이 필요해.”를 함께 말하고 싶을 정도로, 교사와 학생은 계층적 관계가 아닌 함께 서로 도와야만 하는 자세를 가져야한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책날개에도 언급되어있지만, 국내에도 지은이의 책이 다수 번역출판 되어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교육과 치료’ 부분으로는 토리 헤이든의 책만을 목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이어달리기가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행복한 고민의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아무튼, 이 기회에 하이타니 겐지로의 책들을 대기목록에 올려본다는 것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칠까 하는데요. 이어지는 감상문은 도서 ‘독일 교육이야기-꼴찌도 행복한 교실, 2010’이 되겠습니다.

 

 

TEXT No.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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