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날
에르베 바쟁 / 시공사 / 1996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 : 아홉 번째 날Le neuvieme jour
저자 : 에르베 바쟁
역자 : 김현아
출판 : 시공사
작성 : 2004. 9. 20.


   하느님은 육일만에 세상을 창조하시고,
   일곱 번째 날에는 쉬셨으며,
   여덟 번째 날에는 아담과 이브를 낙원에서 추방하셨다.
   아홉 번째 날을 살고 있는 우리 인간들,
   우리는 지금 창조주의 자리에 앉아 모든 생명체를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아홉 번째 날 책 표지 中


   9, 10월 외박 때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가 혹시 있을까하는 기대감으로 헌책방에 갔었습니다. 하지만 01, 02. 03을 앞서 운 좋게 헌책방에서 구할 수 있었을 뿐, 그 이후의 것은 2시간을 뒤지고 있어도 나오질 않더군요. 그러던 도중 '아홉 번째 날'이라는 하드커버의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홉이라. 아홉이라 하니 다이어리 한구석에 작게 메모했던 것이 있어 여기에 적어봅니다.
   「세상에는 숫자數字를 무서워하는 습관이 있어 우리 조선에서는 석 삼三자와 아홉 구九자를 몹시 무서워한다. 석 삼 자는 귀신이 붙은 자라 해서 몹시 꺼려하며 아홉 구 자, 즉 셋을 세 번 곱한 자는 그 석 삼 자를 곱한 자로 더 무서워한다. ― 나도향 꿈」
   이런 식으로 아홉이라는 것이 머리 속에 있다보니 그만 충동적으로 책을 사버리게 되었군요. 그럼 '아홉 번째 날'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지친 안색. 야윈 모습의 40대의 남자. 에릭이라 불린 남자가 유서가 담긴 봉투를 공증인에게 넘기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마치 과거를 회상하는 듯 전개되는 내용. 에릭―알롬 박사라고 불리기도 하는 그는 바이러스와 그것의 백신에 대해 연구해온 사람입니다. 어느 날 세상을 발칵 뒤집는 바이러스가 출연하게되고 그는 갑자기 명성을 얻기 시작합니다. 그 바이러스의 이름은 슈퍼인플루엔자. 일반적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는 달리 전염속도가 빠르며 살상률이 높으며, 종례의 인플루엔자 백신으로는 치료 불가능. 하지만 에릭은 그 바이러스를 오랜 기간 대비해 왔기에 누구보다도 그 백신을 먼저 만들게 됩니다. 하지만 완벽한 백신이 만들어지기 이전까지 많은 사상자의 발생으로 그는 명성과 동시에 광적으로 변하는 사람들로 인해 언제나 마음이 아픕니다.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몸에 백신과 바이러스를 실험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완벽한 백신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알게 됩니다. 실종된 파트너를 찾던 도중 알게된 사실. 그것으로 그는 고뇌에 휩싸이게 됩니다. 또한 그는 시한부 인생의 판정을 받게 되는데…….


   자신이 우려하던 걱정이 현실화됩니다 그 악몽을 대비해 연구를 해왔고, 그렇기에 그는 악몽에 정면대결을 펼칩니다. 수많은 희생이 있었고, 마침내 그는 승리합니다. 하지만 악몽의 시작의 진실을 알게되고 자신 또한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묵묵히 받아들입니다. 마치 인과응보라도 되는 양…….


   조용하게―그렇다고 평범하게만 살았던 것은 아니지만―살고 있던 사람이 특수한 경우 속에서 마법사 또는 신이 되어버린 이야기. 명성. 어떤 이들은 명성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 작품 속의 주인공은 명성의 무서움에 치를 떱니다. 극과 극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있듯, 그는 시간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과 관심에 무서움을 느끼게 되지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이전까지 메디컬 소설이나 SF소설에서 생각하던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인류는 좀더 편하고 안전하게 살고자 노력합니다. 각종질병은 백신을, 노동은 기계를, 그 밖의 인류를 위한 수많은 문명들. 하지만 그런 막연히 안일하게된 편안함이 더욱더 큰 시련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요?

   세상에는 우연은 없다고들 합니다. 우연의 모습을 빌린 필연만이 있다고들 합니다, 물론 저도 그 말을 좋아합니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 이 작품의 주인공은 우연적으로 자신이 개발하던 백신의 바이러스와 맞대결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경악하게 되지요.

   완벽해야만 하는 일이었지만, 완벽하지 못한 부주의로 불러들인 재앙. 예방하기 위한 계획이 앞서 현실로 등장. 닭이 먼저인가 알이 먼저인가라는 논리를 떠올리는 상황의 연출. 하핫. 제 감상문을 읽는 여러분께 묻습니다. 혹시 인생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으십니까? 미래를 알 수 없다고는 하지만 주위의 모든 어떤 현상들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며 지내시지는 않습니까? 마치 이 모든 것이 영원히 반복될 것이라 믿으면서 살고 있듯이요.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일들이 어느 한순간 당연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 저는 그 순간이 너무 무섭습니다. 모든 것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치 맙시다. 하늘이 무너질까 밖에 못 나가는 것과 구더기 무서워 당 못 담그는 일은 너무 오버된 일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삶에 만일의 경우는 생각하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완벽'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 작품을 읽고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자만의 모습으로 신이 되려는 인간들.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의 신화가 현실화되질 않기를 기원하며, 자전적 소설의 감상을 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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