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여곡성 Woman's Wail, 1986

감독 : 이혁수

출연 : 김기종, 석인수, 이계인, 김윤희 등

등급 : 15세 관람가

작성 : 2012.02.13.

 

 

“왜 우리는 한恨과 함께 살아가는 것일까?”

-즉흥 감상-

 

 

  문득 우리 영화보다 외국 영화를 더 많이 만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예전에 지인분이 주셨던 우리 영화 한편을 만나보았는데요. 어릴 때 봤으면 분명 무서웠을 것 같은데, 지금에 와서는 왜 그렇게 웃겼는지 모르겠다는 것으로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합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서글프게 들리는 여인의 울음소리와 함께, 밤의 자욱한 안개 속에 우두커니 서있는 무덤이 하나 보입니다. 그리고는 대가 끊기기 직전인 부잣집으로 팔려오는 처자가 이야기의 바통을 잡는데요. 이유인즉 가문에 저주가 내려 혼례를 치룬 첫날밤. 신랑이 차례로 비명횡사를 하고 있어, 이번에는 머슴을 통해 가짜 혼례를 치르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막내아들이 그동안 절간에서 배운 것이 있어 자신의 손으로 가문의 재앙을 끊겠다고 자신하지만, 으흠…….

 

 

  오래된 영화이기도 하지만, 정말이지 오랜만에 ‘전설의 고향’같은 작품을 만나보았습니다. 특히 젊은 시절의 이계인 씨의 모습에 외마디 비명을 지를 뻔 했는데요. 20여 년 동안 하나도 변한 게 없어 보인다고 하면 실례가 될 거 같습니다! 크핫핫핫핫핫핫핫!!

 

 

  다른 건 일단 그렇다 치고 제목의 의미가 궁금하시다구요? 간추림에도 언급을 해두었지만 ‘여곡성’이란 여자 여女, 울 곡哭, 소리 성聲 자를 써서 ‘여자가 우는 소리’라고 직역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용에 비춰보면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라는 말과 함께, 우리의 정서문학의 한 장르를 말할 수 있겠는데요.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한恨’에 대해 말하는 것은, 자칫 고리타분하고 시대에 못 따라오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기에 옆으로 밀어두겠습니다. 한때는 이런 장르에 심취했었는데…시간이 흐르긴 잘 흘러가나봅니다.

 

 

  네? 전혀 논리적이지 않고, 우습지도 않으며, 엽기적이기까지 한 이 작품에 무슨 할 말이 더 있냐구요? 으흠. 그 말씀 백번 옳습니다. 하지만 슬슬 30년에 가까운 연식을 자랑하는 작품임을 감안하면, 가히 멋진 작품이라 말하고 싶은데요. 요즘처럼 논리마저도 초월하며, 진지한 듯 하면서도 사실상 웃기고, 엽기적이기보다는 그로데스크 영화를 통해 한껏 상승한 시청자들의 감상수준을 고려한다면, 이번 작품은 조금 유치한 감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비밀이 숨 쉬고 있는 듯 했던 ‘광’과 새 며느리의 숨은 능력(?)은 일단 옆으로 밀어두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대가 끊겼다기에 여자만 있는 집인가 싶었더니, 대감어르신이 갑자기 등장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머슴이 쫓겨난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더군요. 그리고 툭하면 기절하면서도 별일 아니라는 듯 일상을 열어나가는 새 며느리도 그랬고, 하루아침에 180도 돌변한 시어머니의 모습 등 저도 처음에는 속으로 욕을 하면서 만나보고 있었는데요. 흐음. 그래도 이런 작품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 영화가 성장할 수 있었지 않나하는 마음으로, 영화과 관련된 모든 분들께 소리 없는 박수를 보내보는 바입니다. 그리고 뭔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꾹꾹 참고 있다고 생각되신 분들은, 직접 작품과 만나시어 감상과 생각의 시간을 가져주셨으면 하는데요. 꼭 한번은 볼만한 영화라 조심스레 속삭여봅니다.

 

 

  적다보니 말이 길어졌습니다. 아무튼, 이번 기록을 작성하며 문득 떠오른 영화 ‘당신이 모르는 무서운 이야기 극장판 あなたの知らない怖い話 劇場版, 2012’의 감상문으로 이어보며, 네? 아아. ‘카더라’와 함께 하는 우리의 일상은 원통하고 원망스럽게 생각되다가도, 또 어떤 경우에는 뉘우침의 발판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 저의 최종 감상이라는 것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칠까 하는데요. 물론, 그 카더라가 실제의 일이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크핫핫핫핫핫핫!!

 

 

TEXT No.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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