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사냥꾼 - 이적의 몽상적 이야기
이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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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자문사냥꾼-이적의 몽상적 이야기, 2005
저저 : 이적
출판 : 웅진지식하우스
작성 : 2010.04.17.




“나만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즉흥 감상-




  요즘도 간혹 노래방에 가면 부르는 노래. 학창시절, 불면의 밤을 달래준 자장가로 ‘달팽이’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노래를 부른 가수가 책을 만들었다기에 관심을 가졌었지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망각의 영역에 밀어두고 있었는데요. 열심히 일하고 있던 어느 날. 저의 시선을 잡아끌어 만나보게 되었다는 것으로,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합니다.


  작품은 종잡을 수 없는 날씨의 변화에 투덜거리는 것도 잠시, 시중에 깔린 책 속에서 글자가 사라지고 있다는 출판사 측 사람들의 걱정인 [활자를 먹는 그림책] 으로 시작의 장을 열게 됩니다. 
  그렇게 자신은 분명 ‘흡혈귀’는 아니지만 피를 마시는 사람 가운데 하나라면서, 그들의 삶을 저자를 향한 메일에 담은 [음혈인간으로 부터의 이메일] 로 계속되는 이야기의 장이 열리게 되는 작품은, 외계생명체와의 조우와는 조금 다른 기묘한 만남 [외계령], 잃어버린 전설의 재발굴을 통해 한 남자의 삶을 조명한 [제불찰 씨 이야기], 고양이를 싫어한다 말하는 사람의 고양이에 대한 탐구기록 [고양이], 그동안 있었던 연쇄살인에 대해 그 이유를 말하는 [자백], 만취상태로 올라탄 지하철. 잠의 세계로까지 초대를 받던 주인공이게 우산들의 대화가 들리게 되고 [잃어버린 우산들의 도시], 언젠가부터 사람들의 지문이 사라지게 되었음에 그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게 되는 [지문사냥꾼], 매일 같은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는 금속 타격음의 대화 [S.O.S.], 힘겹게 모퉁이를 돌고, 그럴 때마다 만났던 ‘그’로부터 받게 되는 짧은 편지 [모퉁이를 돌다], 독서에 빠진 여인을 바라보는 남자 [독서삼매], 피아노와 함께하는 기묘한 삶 [피아노], 그리고 저자에 대한 타인의 시점인 [글 쓰는 이적] 과 저자의 마침인사인 [후주:피리] 로 하나 가득이었는데…….




  으흠. 적다보니 줄거리만 잔뜩 써버린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번 책은 단편집입니다. 그것도 탄산음료에 취해 알딸딸해지는 것과 비슷한 기분만큼이나 괴이한 이야기들의 묶음이었는데요. 어떤 이야기는 익숙하였으면서도 새롭게, 또 어떤 이야기는 저자의 노래처럼 어딘가 몽환적인 느낌을 저에게 선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의 느낌을 글로는 설명하기 힘드니, 직접 책을 통한 만남과 생각의 시간을 가져주셨으면 해보는군요.


  이 책의 매력이라. 언젠가부터 대중매체와 사이가 벌어져버렸던지라 그토록 좋아하던 이적님을 잊고 있었는데요. 이렇게 ‘존재의 재발견’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은 살짝 넘기고, 그동안 머리 아픈 이야기의 이어달리기에 모처럼의 쉼표를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는데요. ‘고양이’에서 작자를 잊었다는 이야기는 혹시 스티븐 킹의 소설 ‘신의 작은 늪 Pet Sematary, 1983’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은 옆으로 밀어두고, 짧은 글이기에 더 많은 생각의 시간을 가지게 한 두 편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에 또 한 번 좋았습니다. 나름대로 추론한 답을 적어보면, ‘S.O.S’는 타인의 관점이 그려내는 치명적인 오해를, ‘모퉁이를 돌다’는 인생의 전환지점에서 마주하는 좌절과 구원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데요. 다른 분들은 또 어떻게 받아들이셨을지 궁금해집니다.


  네? 요즘 들어 즉흥 감상에 대한 설명이 자주 빠지는 것 같다구요? 으흠. 아직 저자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지만, ‘달팽이’와 ‘패닉’이라는 이름으로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하나라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저 또한 언젠가는 저만의 이야기로 다른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고 싶다는 소망이 위의 즉흥 감상이 된 것은 아닐까 합니다.


  그럼, 이 작품은 만화책으로도 존재한다는 정보를 잡아보게 되었음을 살짝 속삭여 보는 것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쳐보는 바 입니다. 
 

TEXT No. 1198

[BOOK CAFE A.ZaMoNe] 
[아.자모네] A.ZaMoNe's 무한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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