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의 역사 세미나리움 총서 11
리사 자딘 지음, 이선근 옮김 / 영림카디널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제목 : 상품의 역사 : 르네상스의 새로운 역사WORLDLY GOODS : A New History of the Renaissance, 1996

저자 : 리사 자딘

역자 : 이선근

출판 : 영림카디널

작성 : 2007.03.30.



“으으. 자꾸만 바로 옆에 둔 ‘거상SANG JI, 2003’을 읽고 싶은 이 기분이란…….”

-즉흥 감상-



  흐음. 시작부터 이렇게 적긴 조금 그렇지만 사실 무엇인가를 읽은 것 같긴 한데 정확이 무엇을 읽었는가에 대한 감각이 도망 가버린 기분을 만끽하는 중입니다. 꼭 열심히 공부한 것이 시험지에 하나도 나오지 않을 때와 같이 백지 또는 흑지의 세상을 유영하는 기분이랄까요? 그런 한편으로 책 중간 중간 붙어있는 포스트잇이 나름의 부표라고 생각되는바 이번 책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책은 우선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와 그 과정을 말하는 것으로 그리고 ‘르네상스’에 대한 현재와 과거에 대한 언급으로 그 장을 열게 됩니다.

  그렇게 15세기 초를 무대로 포탄제조 기술과 향신료의 거래. 물물교환 등을 시작으로 거래 규모의 확장에 이은 대항해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이야기하기는 [변화의 조건 : 수많은 상품], 화폐의 등장과 그로인한 거래시스템의 발전과정, 그리고 향신료에서 직물로의 관심 이동을 읽은 [위엄의 대가], 손으로 일일이 적고 그림을 그리고 보석 등으로 치장하는 ‘필사본’의 책 제조 방식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게 한 목판 인쇄본의 이야기가 담긴 [인쇄본의 승리], 장서수집과 책 가치 변화를 재미있게 서술한 [개화되는 학문], 인쇄술의 발달과정을 통해 학문의 발전 모습과 지식이 상업화 되는 모습을 보이는 [상업화되는 새로운 지식], 전 세계적으로 확장된 무역에 의한 문화의 교류와 그로인한 지적향상의 이야기를 한다 판단한 [상품의 문화], 천문학과 과학의 발달사를 다루었다 생각한 [천체의 지도], 과시하기 위한 상품과 그런 물건의 제조방법의 발전사가 재미있게 실린 [과시적 소비], 런던의 국립박물관에 걸린 ‘특별한 의미를 가진 그림’에 대한 풍자적 해석과 앞선 모든 이야기를 정리한다는 기분을 받은 [에필로그]까지 내용과 관련된 작품들을 정신없이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이렇게 제가 받아들인 내용을 정리해볼 수는 있었지만, 사실 책을 읽어가면서 이야기가 각 부분마다 서로 따로 떨어진 흐름을 가지지 않고 새로운 어떤 한 가지를 설명하기 위해 다시 앞으로 시간을 되돌리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엄청 헷갈리는 기분이 들어버렸는데요. 그래도 중간 중간 그저 빡빡하게만 보이는 글씨들의 행진 속에서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과 그림들이 있었기에 읽어 내려가는 순간만큼은 참 즐거웠습니다.



  이번 책을 통해서 하나 반가웠던 것은 스페인의 작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님의 소설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La Tabla de Flandes, 1990’을 통해 눈에 익은 ‘플랑드르’라는 글씨였는데요. 이번의 만남을 통해 그런 작품들의 부분적인 실체를 확인해볼 수 있었기에 사실주의 초상화의 그 아름다움에 취해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못 그리는 실력으로 한때는 미대로의 진학을 꿈꾸며 열심히 화실을 다닌 기억이 있었던지라 ‘사실’을 반영하는 그림을 그린 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실감해본 적이 있는데요. 아무튼 소설로만 만나봤던 어떤 한 대상을 이렇게 또 다른 시각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다양한 많은 책과 작품들을 만나봐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 가지 생각나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경영공부를 하는 친구에게 한번 읽어볼 것을 말한 기억이 있는데요. 그것은 이번 책을 통에서 현대의 상업 시스템이 구축되기까지의 역사가 열심히 설명되어져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평소에는 너무나도 그저 당연하다 생각했기에 별로 중요하게 인지해 본적이 없는 것이 이번 책을 통해서 하나의 지도가 그려지는 듯해 흥분하고 말았는데요. 처음에는 간단한 물물교환에서 화폐가 등장했으며, 항해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풍부한 물질문화의 시대가 열렸고, 그 과정에서 소비자의 욕구가 다양해지는 한편 희소성의 원칙을 따르는 거래가 발생. 그러면서도 발전되는 예술과 과학력 사이에서 허영으로 무장된 제품들이 생산되는 등 그러한 모든 과정에 대해 그 나름대로의 연관성을 재미있게, 그리고 한편의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는 생각이 드니 저야말로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일단 제가 현재 공부하고 있는 것이 도서관에 대한 것이며 책에 대한 것이기에 신경 쓰면서 읽었던 부분이 있었는데요. 바로 좁은 시야에서는 책의 변천사가 기록되어져 있었다는 것과 넓은 시야로는 이 책을 구성하기 위한 대부분의 자료가 역사적인 기록, 즉 책을 통해서 이뤄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이 책에서 나오는 책의 변천사는 ‘필사본’에서 ‘인쇄본’으로 넘어 가며 그 가치의 변화와 발전 과정이 서술 되어져 있었는데요. 그 변화가 칼로 그 흐름을 잘라버리듯 일순간에 변해버린 것이 아닌, 처음에는 글씨만 인쇄를 하고 필사본처럼 그림을 그리는 형식에서 목판 인쇄의 계속 되는 발전으로 섬세한 판화가 등장 하였으며, 요즘에는 그 값을 매길 수 없는 필사본들이 한때마나 인쇄본들보다 그 가치가 낮았다는 점에서 어떤 것이든 시대와 상황에 따라 절대적으로만 보이던 가치도 그 기준이 달리질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자분이 이 책을 쓰기 위해 참고 했던 수많은 참고문헌들의 목록을 보고 있자니, 역사라는 것이 힘 있는 자의 기록이라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논리적인 공백부분에 대한 신빙성 있는 생각들의 나열에, 어떤 것이든 일방적인 받아들임보다도 논리적으로 그 흐름을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것 하나 독자적이고 일방적인 흐름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 세상이 사실은 완만한 직선으로 타원을 그리듯 쉽게 보이지 않는 연결지점에 대한 지적 탐구의 자세 또한 가져보자고 다짐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위의 즉흥 감상에서도 언급한 것이지만, 이번의 책은 솔직히 서구사회의 시점에서 바라본 역사이기에 피부, 아니 마음으로 와 닿은 것이 없어서인지 그리 남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요. 그러던 중 예전에 1년 정도 일했던 사무실을 나오면서 소장님께서 꼭 읽어보라고 던져주신 책이 하나 보이는 것이 바로 동양의 시점에서 바라본 상업의 이야기라 판단중인 ‘거상’이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역사’라면 무조건 적으로 거부반응을 표했던지라 책장 한구석에서 먼지가 뽀얗게 싸여버렸는데요. 그래도 일단은 가까운 것을 시작으로 멀리 바라보라고 말을 들어왔으니 이 책도 기회가 되는대로 읽어볼까 합니다.



  그러고 보니 책의 시작에서부터 이 모든 기록의 중요사항으로 말해진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있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르네상스Renaissance’라는 말로. 중세와 근대 사이 즉, 14∼16세기에 서유럽 문명사에 나타난 역사 시기와 그 시대에 일어난 문화운동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이 말을 처음 인지한 것이 ‘애니매트릭스The Animatrix, 2003’에서 ‘제 2의 르네상스Second Renaissance Part Ⅰ & Ⅱ’편에서 부터였습니다. 기존의 문화가 새로운 문화로 탈바꿈되는 장면을 방금의 작품일 경우 비록 공포를 동반해 소개했었다고는 했지만 실제 역사 속에서의 문화혁명 또한 당시대로서는 정말이지 파격적인 양상을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인류의 물적, 지적 고양을 위해서라도 그 변화의 혼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모든 것이 그저 순식간이라는 기분을 받고 있습니다. 무엇이 유행인지 판단되기도 전에 새로운 유행이라는 것이 등장해 지나가기를 몇 차례. 그리고 이 부분에서 개성과 변질된 유행에 대해 많은 생각해보곤 했었는데요. 최근에는 그저 지나간 유행이 새로운 것인 것 마냥 돌고 돌 뿐이고, 그 회전의 속도가 정신없이 빠를 뿐이지 사실 새로운 것이 등장하지 않은 체 모든 것이 정체되어있으면서도 하루하루 변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러한 환경에서도 새로운 것이 전혀 생성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르네상스’를 위해서라도 이젠 지구를 벗어난 우주적 지적 생명체와의 조우를 꿈꿔야 하는 것인 아닐까 하며 이번 감상기록을 마치는 바입니다.

 

TEXT No. 415

[아.자모네] A.ZaMoNe's 무한오타 with 얼음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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