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요정
김한민 글.그림 / 세미콜론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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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지 않는 세상.
그렇다. 학생때만 해도 노트마다 이쁜 시가 적혀 있었고, 손편지를 쓸 때면 어디선가 읽은 시 한줄을 응용하며 시작하고, 서점에 가면 시집을 사고, 시집을 선물하며 살던 때도 있었는데 그런 나도 요즘은 시를 잘 읽게 되지 않는다. 소설이나 수필에서 인용하는 시를 읽거나 유명하다는 작품만 골라서 인터넷 검색을 하면 전문이 다 실려 있는 경우가 허다하므로.

작가는 ˝이 도시에 시가 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생태계는 어떤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고 시가 태어나고 머물 법한 장소들이 급격히 사라져간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도시 성형`이라고 표현하는 도시계획에 의해 우리가 좋아하고 사랑하던 공간들이 사라져간다. 나에게도 어렸을 적 친구들과 뛰어놀던 골목길도 사라졌고,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성장기의 대부분을 보낸 집 조차도 도시계획에 의해 길이 나고 이젠 흔적조차 없어졌다.
추억하고 사랑할 만한 공간의 부재. 마치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처럼 공간을 박탈당한 우리들.
불우한 과거를 지닌 요정들이 잔뜩 꼬여서 가장 먹어서는 안될 것을 먹어치우는 광기를 보여주는 대목에선 잔뜩 뒤틀린 우리 세상을 보는 섬뜩함이 잇다.

어제 읽었던 책섬의 내용이 너무 맘에 들어서 김한민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보려고 고른 것인데 책섬 보다 좀 더 서사가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다.
저자의 상상처럼 시지렁이가 있다면 매일 매일 시를 읽어주며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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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끄러미 2015-04-19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 썼군요
그림 여행의 권함을 읽었는데 좋았어요
일독해 보셔요

살리미 2015-04-19 19:50   좋아요 0 | URL
네^^ 안그래도 도서관에 그 책은 대출중이어서 못 빌렸어요. 담에 꼭 읽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책섬
김한민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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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지 않는 세상이란다. 책보다 훨씬 재미있고 유용한 도구들이 많은 세상이니 그럴만도 하다.
얼마전 아이 학교에서 학부모 독서 동아리를 만든다고 하여 가보았는데 그저 명목상의 동아리일 뿐 책을 읽기 위한 모임이 아니어서 실망한 적이 있었다. 그 날 오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도서관에 들러 이 책을 빌려 왔다.

책이 쇠락하는 시대에 책 만드는 사람으로 태어난 죄로 시대와 호흡할 재간이 없어 평생 혼자 살아온 저자(이 책의 주인공 이름이다 ㅎㅎ). 마지막 책을 지을 때 쯤 적극적으로 독자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책 병에 걸린 (모든 펼쳐지는 것들을 책으로 착각하는) 앞이 보이지 않는 독자를 만난다.
그 독자를 데리고 무인도로 가서 책을 열심히 판다. 즉 책섬을 만드는 것이다.

˝파다 보면 알게 돼. 파는게 반이야, 책은˝

열심히 책을 파다가 다른 섬을 여행하기도 하고, 그 섬(책)에서 문장 사이를 기어다니며 이 작가는 무슨 심정으로 이 문장을 썼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다시 삽질할 힘을 얻고 책을 완성하여 바다위에 표류시킨다.

˝지금쯤이면 잠에서 깨어나 무사히 뭍에 도착했겠지?
잘 타고 갔으면 두고 가렴. 책은 만든 사람게 아니니까.˝

아무도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지만 어딘가에 독자는 있다. 또 열심히 책을 읽다가 나만의 책섬을 만들려는 사람도 있다. 바다위에 책들이 섬처럼 떠있다는 생각이 참 멋있다. 여기 저기 생각의 바다를 표류하면서 마음에 드는 섬에 내리면 문장 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걷다가 걸려 넘어지는 문장 앞에서 독자는 작아진다. 그러면 문장 속으로 기어들어갈 수 있다.

짧은 우화같은 내용이지만 두고두고 생각 날 것 같다. 금방 읽을 수 있지만 한문장 한문장을 음미하며 천천히 읽으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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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5-11-26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분이 김산하씨 동생 분 맞죠ㅎ? 이 책 너무 아름다울 것 같네요~^^

살리미 2015-11-26 23:10   좋아요 0 | URL
맞아요 ㅎㅎ 이 책 읽고 작가에게 반했는데, 김산하씨가 이 작가 형이라잖아요!!!! 무슨 형제가 쌍으로 잘났답니까!!
사실 방금 팟캐스트에서 잠깐 언급됐던 <혜성을 닮은 방>을 읽다가 포기해버렸어요 ㅠㅠ 너무 상상을 많이 해야 해서 내 굳은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ㅠㅠ

고양이라디오 2015-11-26 23:18   좋아요 1 | URL
<책섬> 읽고 <혜성을 닮은 방> 도전해봐야겠네요ㅎ

김산하작가 동생이라니 더 기대가 되네요^^ㅎㅎ

오로라님 서재 다시 들러봤는데, 제가 재밌게 읽은 책도 많아서 너무 좋았어요ㅠㅠ

<자기앞의 생>이나 <그리스인 조르바> 같은 책들이요ㅠ

그 외에 읽고 싶었던 책도 많고 좋네요ㅎ

다음에 또 서재 놀러올께요ㅎㅎ

살리미 2015-11-26 23:19   좋아요 0 | URL
혜성을 닮은 방 꼭 읽어보시고 저 좀 설명해주세여^^
 
3D 인문학 영화관 - 화려한 볼거리, 깊어진 질문들 영화로 생각하고 토론하기
강유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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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영화관이라는 제목이지만 영화를 소개하는 인문학서들에 비해서 비교적 가볍고 쉽게 영화를 해설한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읽을수 있고 대신 생각할 문제들을 제시해 주고 함께보면 좋을 영화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에 나온 책이기 때문에 최근작에 대한 설명이 많은 것도 장점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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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8 1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8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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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오자마자 구입했다. 그즈음 유가족들은 이제 좀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는 비난을 듣기도 할 때였는데, 안타까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보태기 위해서 책을 구입한 것이다.
그런데 읽을 수가 없었다. 책장을 펼치기가 두려웠다. 그들의 아픈 사연을 편하게 앉아서 읽기가 어려웠다.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과 같은 나이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도 이러할진대, 유가족의 마음은 어떠하랴..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을 비난하진 못할것인데 신문기사에선 그들은 나날이 잊혀져가고 비난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잔인한 달 4월은 돌아오고, 나는 의식처럼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렵게 책장을 펼쳤다. 그리고 그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얼마전 박민규 작가가 쓴 칼럼을 읽었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이 정말 대단하다고, 너희들은 정말 훌륭한 부모를 두었다고 썼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말을 실감한다. 평범하지만 건강한 가족. 그 가족이 평범하지만 진짜 건강한 아이들을 길러냈다. 괴물같은 시대에 보석같이 빛나는 아이들을. 그 아이들을 잃었다는게 너무 슬프다. 너무 큰 손실이다.
이제 그만 하라고, 유가족들 때문에 경제가 발전하지 못하는거 아니냐고 질타하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제발 읽어보시라고. 이 사람들의 얘길 들어도 그런 소리가 나오시겠냐고.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고.
때론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고 애쓰신 유가족 분들에게 너무 고맙고 함께 힘을 보태지 못함에 너무 미안해진다. 나도 그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함께 공감하고 같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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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4-15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두 오로라님과 같은 마음때문에 이 책을 구입하는 것도 또 펼쳐드는 것도 망설여졌어요 아무것도 해줄수 없는 이 허망한 현실에서 눈물밖에 보일게 없는게 미안하고 죄스럽고...내일이 1주기... 오로라님의 말씀처럼 용기네 읽어봐야겠습니다^~^

살리미 2015-04-15 19:23   좋아요 0 | URL
네. 꼭 한번 읽어보세요. 특히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면 배울 것도 많고 느끼는게 많을거예요. 1주년이 되었지만 너무도 무력하기만 하네요. 평범한 가정이 행복해야만 건강한 사회일 것 같은데... 왜 아무 잘못도 없는 그들이 공격의 대상이 되야 하는지... 그래서 읽는 내내 눈물이 나네요.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이 아마도 고등학생때가 아닐까. 그때의 어렸던 나는 이 책에서 가장 강렬한 이미지가 한하운의 절절한 시에서 느껴지는 나병 환자들의 안타까운 처지였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떠오르지 않고 소록도의 이야기라는 것만 기억이 났다. 그런 이유로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이 두꺼운 소설에서 작가 이청준이 진짜 하고싶은 말이 무엇이었나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인생의 중반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읽어본 이 책은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단지 소록도에서 살아가는 한센인들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는 가르침이었다. 당신들의 천국 소록도가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사회로 확장되어 지배 받는 자와 지배 하는 자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소설같다.
아무생각없이 읽다가는 오독할 수 있다. 처음의 서사들이 관념으로 버무려지면서 살짝 이야기의 흐름이 지루해질 때 쯤 정신을 바짝 차리고 행간을 읽어야만 제대로 된 이해가 가능한 것 같다. 글을 읽는 동안 내가 얼마나 권력이 주는 시혜나 편안함에 길들여져 가고 있는지, 얼마나 자주 영웅이나 멘토의 카리스마에감동하여 그를 찬양하는 순간 자발적으로 나를 그의 밑에 내려 놓았는지, 여기 나오는 이상욱처럼 이상할정도로 권력을 의심하고 안주하지 않아야 나의 자유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하며 자주 뒷골이 시려오는 경험을 했다.

내일의 꿈을 오늘 미리 가불해주고, 그 가상의 현실을 당장 오늘의 그것으로 착각하고 즐기게 하여 진짜 현실의 갈등을 잠재워버리는 말의 요술은 이 섬을 다스려온 사람들의 해묵은 수법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오늘의 삶이라는 것이 늘 힘겹고 짜증나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지극히 손쉽고 효과적인 지배술의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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