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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섬
김한민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4년 2월
평점 :
책을 읽지 않는 세상이란다. 책보다 훨씬 재미있고 유용한 도구들이 많은 세상이니 그럴만도 하다.
얼마전 아이 학교에서 학부모 독서 동아리를 만든다고 하여 가보았는데 그저 명목상의 동아리일 뿐 책을 읽기 위한 모임이 아니어서 실망한 적이 있었다. 그 날 오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도서관에 들러 이 책을 빌려 왔다.
책이 쇠락하는 시대에 책 만드는 사람으로 태어난 죄로 시대와 호흡할 재간이 없어 평생 혼자 살아온 저자(이 책의 주인공 이름이다 ㅎㅎ). 마지막 책을 지을 때 쯤 적극적으로 독자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책 병에 걸린 (모든 펼쳐지는 것들을 책으로 착각하는) 앞이 보이지 않는 독자를 만난다.
그 독자를 데리고 무인도로 가서 책을 열심히 판다. 즉 책섬을 만드는 것이다.
˝파다 보면 알게 돼. 파는게 반이야, 책은˝
열심히 책을 파다가 다른 섬을 여행하기도 하고, 그 섬(책)에서 문장 사이를 기어다니며 이 작가는 무슨 심정으로 이 문장을 썼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다시 삽질할 힘을 얻고 책을 완성하여 바다위에 표류시킨다.
˝지금쯤이면 잠에서 깨어나 무사히 뭍에 도착했겠지?
잘 타고 갔으면 두고 가렴. 책은 만든 사람게 아니니까.˝
아무도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지만 어딘가에 독자는 있다. 또 열심히 책을 읽다가 나만의 책섬을 만들려는 사람도 있다. 바다위에 책들이 섬처럼 떠있다는 생각이 참 멋있다. 여기 저기 생각의 바다를 표류하면서 마음에 드는 섬에 내리면 문장 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걷다가 걸려 넘어지는 문장 앞에서 독자는 작아진다. 그러면 문장 속으로 기어들어갈 수 있다.
짧은 우화같은 내용이지만 두고두고 생각 날 것 같다. 금방 읽을 수 있지만 한문장 한문장을 음미하며 천천히 읽으면 더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