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지 않는 세상. 그렇다. 학생때만 해도 노트마다 이쁜 시가 적혀 있었고, 손편지를 쓸 때면 어디선가 읽은 시 한줄을 응용하며 시작하고, 서점에 가면 시집을 사고, 시집을 선물하며 살던 때도 있었는데 그런 나도 요즘은 시를 잘 읽게 되지 않는다. 소설이나 수필에서 인용하는 시를 읽거나 유명하다는 작품만 골라서 인터넷 검색을 하면 전문이 다 실려 있는 경우가 허다하므로. 작가는 ˝이 도시에 시가 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생태계는 어떤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고 시가 태어나고 머물 법한 장소들이 급격히 사라져간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도시 성형`이라고 표현하는 도시계획에 의해 우리가 좋아하고 사랑하던 공간들이 사라져간다. 나에게도 어렸을 적 친구들과 뛰어놀던 골목길도 사라졌고,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성장기의 대부분을 보낸 집 조차도 도시계획에 의해 길이 나고 이젠 흔적조차 없어졌다. 추억하고 사랑할 만한 공간의 부재. 마치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처럼 공간을 박탈당한 우리들. 불우한 과거를 지닌 요정들이 잔뜩 꼬여서 가장 먹어서는 안될 것을 먹어치우는 광기를 보여주는 대목에선 잔뜩 뒤틀린 우리 세상을 보는 섬뜩함이 잇다. 어제 읽었던 책섬의 내용이 너무 맘에 들어서 김한민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보려고 고른 것인데 책섬 보다 좀 더 서사가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다. 저자의 상상처럼 시지렁이가 있다면 매일 매일 시를 읽어주며 키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