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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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람에게 나의 안부를 보내는 편지는 화려한 미사여구가 없어도 참 아름답다. 특히나 손으로 꾹꾹 눌러 쓴 손편지는.
그 사람이 나와 같은 길을 가는 동지라면, 내 생각을 가장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편지를 쓰는 것만으로도 많은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의 편지를 읽으면서 내가 힘이 나는 이유도 그것이다. 특별한 사건이나 서사가 없이 그저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하는 안부만으로 엮어진 편지 모음에 불과한데도 두 분의 인생을 다 들여다 본 느낌이다.
늘 서로를 걱정하고 세상을 걱정하고 아이들을 걱정한다. 항상 미안해 하고 죄송스러운 맘이 먼저다.
요즘처럼 사람들이 늘상 연결되어 있는 시대에는 오히려 이런 애틋함은 사라져버린 듯 하다. 소식을 보내고 소식을 기다리며 다음엔 더 나은 소식 들려드릴 수 있도록 삶을 더욱 충실히 하셨을 것이다. 험난한 역사를 다 겪으신 두 분이지만 진정한 벗이 있어서 가는 길이 힘들지만은 않았으리라. 우리 시대의 아동문학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함께 나눌 벗이 있으니 얼마나 든든했겠나.
마지막에 실린 이오덕 선생님의 <몇 평생 다시 살으라네>와 권정생 선생님의 유언 <용감하게 죽겠다>를 읽으니 끝내 눈물이 터져 나왔다.
만약에 죽은 뒤 환생을 할 수 있으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 스물 다섯살 때 연애를 하고 싶다는 권정생 선생님. 하지만 다시 환생 했을 때도 세상엔 얼간이 같은 폭군 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지 모른다면 환생은 생각해봐서 그만둘 수도 있다고 하셨다.
아직도 선생님의 소박한 소망이나마도 실현될 수 없는 세상인 듯 해서 마음이 아파온다.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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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 뜬 달 : 바닷마을 다이어리 2 바닷마을 다이어리 2
요시다 아키미 지음,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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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다이어리 2편. 일본판 작은 아씨들 같은 분위기. 네 자매가 소소한 일상을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지만 읽을수록 감동이 온다.
나보다 남을 좀 더 배려하고, 상대방의 기분을 좀 더 고려하고, 그러면서도 할말은 똑부러지게 하는 네 자매들. 각각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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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 : 바닷마을 다이어리 1 바닷마을 다이어리 1
요시다 아키미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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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이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해서 읽게 되었다. 과연 고레에다 감독이 좋아할 만한 가족과 풍경이 잔잔하게 어우러지는 만화다.
카마쿠라 바닷가마을을 무대로 펼쳐지는 네 자매의 이야기. 읽다보면 입가에 미소가 살짝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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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5-06-09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닷마을 다이어리

살리미 2015-06-09 08:49   좋아요 1 | URL
아! 어젯밤 급하게 쓰느라 내용이 부실합니다 ㅎㅎ. 고레아다 감독이 만든 영화 제목은 <바닷마을 다이어리>입니다. 이 시리즈로 다섯권의 책을 구입했고 앞으로 더 출판 되는 것 같아요. 이번 칸영화제에 출품되었다고 하니 곧 영화도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하늘바람 2015-06-09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궁금하네요
 
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6
돌프 페르로엔 지음, 이옥용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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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의 SNS를 보면 사실 좀 걱정스러울때가 많다.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대부분이 가벼운 농담이나 욕설, 즉흥적인 감정을 배설하는 내용이다.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건 금기시 되어 있나 싶을 정도로 찾아보기 어렵다. 가벼운 그 글들을 읽어보면 악의도 없고 특별히 도덕적으로 문제 될 일도 아니지만 과연 이게 옳은 것일까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책은 노예제가 있던 과거, 천진난만한 한 소녀의 일기다. 그 시대에는 노예제와 인종차별이 당연한 가치였으므로 아무런 가책 없이 노예를 소유하고 거래하고 짐승취급을 한다. 주인공 마리아는 14살 생일로 노예를 선물받고 즐거워하고 소용이 없어지면 중고물품 내다 팔듯 시장에 내다 팔면서도 티없이 맑고 순수하다. 그 시절엔 그것이 옳은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읽는 우리들은 그 순수함만큼 더 불편하고 끔찍해진다.

한번 뿐인 세상, 즐겁고 유쾌하게 살다 가는게 무슨 죄이겠는가. 남들이 고개 돌리고 외면하는 일은 나도 외면한 채 그저 모두의 생각을 따르고, 시대 가치에 벗어나지만 않게 살아간다면 선이라 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다보면 그 시절보다 더 많이 나아지지도 않은 것 같은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점을 외면한 채 맛집에서 맛난 거 먹고, 멋진 경치를 찾아 다니며 사진 찍고, 연예인들의 가십에 즐거워하는 우리 모습도 누군가에겐 이렇게 끔찍하게 느껴지는게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요즘 자주 아이들에게 하게 되는 얘기가 있다.
˝좀 생각을 해봐! 가볍게 살지 말고!˝
왜 굳이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애들에게 보여주려 하느냐 하는 지적도 듣는다.
물론 나도 내 아이들이 아무 걱정없이 티없이 인생을 즐기기를 원하지만 지금 나의 이 행복이 누군가의 희생때문에 마련된 것은 아닌지 생각하기를 멈춘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 이 책의 마리아처럼 악녀가 되는 것은 아닐까.
짧지만 큰 교훈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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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3
최규석 지음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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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을 하면 가장 힘든것이 사측과의 투쟁이 아니라 조합원과의 싸움이다. 사측은 조합원들끼리의 분열을 조장하고, 내 코가 석자인 사람에게 그 유혹은 참기 어려운 것이 된다.
어렵게 만들어진 푸르미 일동지부 노조도 그렇다.
유혹에 못이겨 노조를 탈퇴한 조합원을 어떻게 볼 것인가.

조합원이 탈퇴자들에게 등돌리면 그 사람들은 회사에 붙는다. 탈퇴한 사람들은 배신자가 아니다. 모두가 같은 무게를 견딜수는 없듯이 함께 싸우다 먼저 쓰러진 동료를 비난할 수는 없다고 구고신이 말한다.

노조에 남으면 더 고생할 것이다. 고생한 사람에 대한 보상은 없다. 우리가 성공하면 모두가 성공할 것이고 실패하면 아마도 우리만 실패할 것이라고 이수인이 말한다.

˝저는 사람에게 실망하지 않습니다˝ 하는 이수인의 마지막 멘트가 가슴을 때리며 4권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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