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6
돌프 페르로엔 지음, 이옥용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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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아이들의 SNS를 보면 사실 좀 걱정스러울때가 많다.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대부분이 가벼운 농담이나 욕설, 즉흥적인 감정을 배설하는 내용이다.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건 금기시 되어 있나 싶을 정도로 찾아보기 어렵다. 가벼운 그 글들을 읽어보면 악의도 없고 특별히 도덕적으로 문제 될 일도 아니지만 과연 이게 옳은 것일까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책은 노예제가 있던 과거, 천진난만한 한 소녀의 일기다. 그 시대에는 노예제와 인종차별이 당연한 가치였으므로 아무런 가책 없이 노예를 소유하고 거래하고 짐승취급을 한다. 주인공 마리아는 14살 생일로 노예를 선물받고 즐거워하고 소용이 없어지면 중고물품 내다 팔듯 시장에 내다 팔면서도 티없이 맑고 순수하다. 그 시절엔 그것이 옳은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읽는 우리들은 그 순수함만큼 더 불편하고 끔찍해진다.

한번 뿐인 세상, 즐겁고 유쾌하게 살다 가는게 무슨 죄이겠는가. 남들이 고개 돌리고 외면하는 일은 나도 외면한 채 그저 모두의 생각을 따르고, 시대 가치에 벗어나지만 않게 살아간다면 선이라 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다보면 그 시절보다 더 많이 나아지지도 않은 것 같은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점을 외면한 채 맛집에서 맛난 거 먹고, 멋진 경치를 찾아 다니며 사진 찍고, 연예인들의 가십에 즐거워하는 우리 모습도 누군가에겐 이렇게 끔찍하게 느껴지는게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요즘 자주 아이들에게 하게 되는 얘기가 있다.
˝좀 생각을 해봐! 가볍게 살지 말고!˝
왜 굳이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애들에게 보여주려 하느냐 하는 지적도 듣는다.
물론 나도 내 아이들이 아무 걱정없이 티없이 인생을 즐기기를 원하지만 지금 나의 이 행복이 누군가의 희생때문에 마련된 것은 아닌지 생각하기를 멈춘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 이 책의 마리아처럼 악녀가 되는 것은 아닐까.
짧지만 큰 교훈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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